이 기사는 2022년 08월 05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2 닷컴버블의 시작일까. 최근 냉랭해진 벤처투자 투심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여년전 불어닥친 닷컴버블과 비교해 제2의 닷컴버블의 재현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외부 환경 악화에 따른 단순한 숨고르기 시기라는 주장의 목소리도 크다.과연 지금은 어떤 시기로 보는 것이 맞을까.
사실 스타트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한기는 무척이나 차갑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벤처캐피탈(VC) 투자 유치 후 해외 사업 확장을 계획하던 한 플랫폼 스타트업은 투자 불발 이후 수많은 내부 인력들의 이탈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사들이라고 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유니콘으로 추앙받던 곳들도 상장(IPO) 문턱을 넘지 못했고, 그 이후 알고보니 유니콘이 아닌 망아지란 소리까지 듣고 있다.
유니콘 기업의 추락은 예비 유니콘, 베이비 유니콘들에게 까지도 악영향을 미쳤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투자 유치 라운드만 열어도 너도 나도 돈을 들고 투자하기 위해 줄을 섰지만 현재는 목표 금액 채우기도 버겁다. 오히려 밸류에이션을 낮춰 필요자금이라도 충당하면 잘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러한 모습만 보면 가히 제2의 닷컴버블의 시작이라고 해도 무리없을 정도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바이오나 플랫폼사에 대한 얼어붙은 투심과 달리 소부장이나 ICT 연관 초창기 기업들에는 투자 러브콜이 쏟아진다. 닷컴버블의 시기였다면 모두가 힘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한쪽에서는 투자 문의가 쏟아진다.
정책자금 출자를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도 사실 절대 규모가 줄었다기 보다는 운용사들이 늘면서 출자금 쟁탈 경쟁률이 높아진 탓으로 볼수 있다.
민간 매칭 자금의 감소도 그 배경을 따지면 줄었다고 보기 힘들다. 과거 벤처펀드에 LP로 참여했던 기업들이 스스로 창투사나 신기사를 설립해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금융당국에 신기사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 대기중인 곳만 40여곳에 이른다. 최소 자본금 요건(100억원)만 따져 단순 계산해도 아직 시장에 풀리지 않고 대기중인 자금이 4000억원이다. 보통 자본금 200억원, 300억원 회사들까지 있으니 어림 잡아도 금융당국 라이선스만 받는다면 벤처투자 시장에 풀릴 자금이 5000억~6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결국 냉철하게 보자면 소위 잘나가던 이들에겐 과거 대비 투자를 받기도, 하기도 어려운 시기지만 벤처투자 혹한기의 시작보다는 새로운 투자 기조가 정립되는 일종의 과도기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누구는 너무 낙천적인 분석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20년전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 놓고 다시 한번 같은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보단 이 편이 속이라도 나은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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