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9월 13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의외로' 홍명보 선수는 한국축구를 10년 이상 퇴보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잘 못 해서가 아니라 리베로라는 포지션으로 공격과 수비 모든 역할을 너무 잘 소화하면서 '포스트 홍명보 시대'를 암흑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홍명보를 대체할 선수가 없었다.차명 투자 논란으로 사임한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보면서 홍명보가 떠올랐다. '메리츠자산운용이 곧 존리'라는 인식을 심겨줄 만큼 입지전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바닥을 헤매던 메리츠자산운용를 중견 운용사로 발돋움시켰고 대중에게는 '동학개미 운동'이라는 주식 투자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메리츠자산운용과 존리는 등치였고 '존리'라는 이름은 브랜드였다.
공과 과는 있었다. 회사의 성장, 그리고 건강한 투자문화 정착이라는 이면에는 다소 배타적인 회사운영과 헐거운 네트워크 관리로 인한 잡음이 많았다. 내부에서는 존리 전 대표의 이야기에 반기를 들기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많다. 게다가 대외적으로는 정무적인 관계 형성에 취약했다. 한국의 비즈니스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경영철학이다.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 그대로 '아메리칸 스타일'이었다.
결정적인 실책은 그를 대체할 혹은 보좌할 인물을 육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안팎의 잡음과 적을 다스릴 수 있는, 그래서 어려울 때 그를 도울 수 있는 회사 안팎의 인맥을 쌓아 놓지 못했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그 어느 누구도 나서서 방어해 주지 않았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대체자 혹은 2인자를 키워놓지 않은 점은 메리츠금융그룹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세월은 흘러갈 터이고 결국엔 '포스트 존리 시대'가 올 것인데 이를 대비하지 못했다. 존리 전 대표가 사표를 낸 이후 메리츠 그룹이 다소 헤맨 이유이기도 한다. 이러고 보니 존리 전 대표에 대한 변명이라기보다 그동안의 실책 혹은 아쉬움을 토로하는 듯하다.
전해 듣기로는 존리 전 대표는 최근의 상황에 대해 무척이나 답답해한다고 한다. 이야기를 할 상대도 없고 들어주지도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권 교체기에 흘러 나온 일들이라 음모론으로 존 리 전 대표의 거취 문제를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 유명한 펀드매니저 출신의 운용사 대표가 "능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왜 하나 둘씩 업계에서 사라지는지 아냐"는 질문을 했다. 물론 '성과가 안 좋아서'가 정답인데 그 이면에는 똑똑할수록 너무 강한 자기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했다. 시장이 자신을 따르게 만들려고 해서 결국 시장에 꺾인 것이라고.
사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존리 전 대표가 활동을 재개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여론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존리 흔적을 지우려는 메리츠금융그룹도 불편하다. 존리는 이번에도 '마이 웨이'로 밀어 붙일지 주목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