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08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SG는 '비용'이다. 인류와 기업의 지속가능함을 위한 절실한 거대담론이라지만 기업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그냥 돈 문제다.이미 절감하는 기업들이 많다.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린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 울산GPS 여천NCC 삼척블루파워 그리고 최근에는 GS엔텍까지. 올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채권이 팔리지 않아 주관사들이 떠안은 기업들이다. 향후에도 조달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공통점이 있다. 발전과 화학 등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는 기업들이다. ESG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들이란 뜻이다. 최근 재무 상태가 크게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극도로 거부감을 갖기 시작했다. ESG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이상하고 나쁜(?)' 기업이 돼버렸고 비용이 뒤따랐다.
기업들의 조달비용 증가는 타 경제 주체들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최근 전기료와 가스비 인상은 같은 선상에서 해석 가능하다. 자금조달·원재료 비용 상승으로 한전의 적자를 견디지 못한 정부가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감수하고 요금을 올렸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인상 통화정책과는 반대되는 결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은 관공서마저 소등을 하고 있고 에너지 등 생활 인프라 부족을 겪고 있는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폭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물류망 균열이 인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이지만 그 이면에는 ESG로 고통(?)받는 기업들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석유와 관련된 기업들이 반 ESG 기업으로 찍혀 관련 제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조달을 못하면 신규 설비투자를 제때 하지 못하고 최악에는 기존 설비마저 유지하는 게 어렵게 된다. 공급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가계를 덮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고물가를 잡기 위한 자이언트스텝은 자산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부도 경제정책에 곤란을 겪고 있다.
이 쯤 되면 'ESG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기업과 가계 그리고 정부까지 짊어질 부담이 너무 크고 갑작스러운데 ESG에 대한 드라이브를 왜 이렇게 강하게 거는 걸까.
그래서 음모론이 득세한다. ESG는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고퀄리티 버전이라는 게 재야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ESG에 부합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들을 퇴출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테마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선진 글로벌 자금의 큰 그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 반 ESG의 대표 격인 중국 기업 제품으로 물가를 잡았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부메랑을 맞고 있다. 중국발 저가 제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ESG 테마는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ESG는 여전히 추종하고 온 몸을 던져야 하는 테마로 여겨지는가, 아니면 한때의 유행으로 지나가고 있는 중인가. 잠잠해진 듯 하지만 ESG 청구서가 계속 날아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아직 ESG 테마에 대한 재무적 긴장도가 높다는 뜻이다.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위한 순수한 의도이든, 혹은 사다리 걷어차기이든 ESG 시대에 살아남은 자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어찌됐든 ESG 시대 생존 전략은 비용을 감당할 충분한 자금력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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