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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선임사외이사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2-09-01 08:59:43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1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에서는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에 관한 주주제안이 늘어나고 있다. 2020년에는 S&P 500 기업들 중 41개 사의 주총에서 관련 제안이 결의에 부쳐졌다. 월마트는 5년 연속 해당 주주제안을 받고 있으며 보잉 주총에서는 뱅가드의 지지와 함께 분리모델이 채택되었다. 2022년 버크셔 주총에서도 분리제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버핏이 아직 경영하기 때문에 주주들이 부결시켰다. 버핏은 이사회 의장직을 아들에게 물려줄 계획이어서 버핏 은퇴 후에는 분리모델이 채택된다. 미국 상원과 하원도 공히 분리모델을 법제화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분리모델의 대안이 선임사외이사(Lead Independent Director: LID)제도다. 선임사외이사는 이사회의 의장이 아니지만 사외이사들의 구심점으로 사외이사들을 대표한다. 특히, 이사회 의장인 CEO가 갑자기 회사를 떠나게 되고 이사회가 새 CEO를 선임할 때는 그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사회 의장이 된다. 그 후 CEO가 외부나 내부에서 선임되면 해당 회사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사회 의장과 CEO가 분리되게 된다. 애플이 그에 해당한다. 팀 쿡을 CEO로 발탁하고 LID였던 아서 레빈슨이 이사회 의장이 되었다. 쿡은 나이키에서는 선임사외이사 겸 보수위원회 위원장이다.

SEC는 우리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내용과 같이 분리를 권장하고 분리를 채택하거나 LID를 두는 경우 그 사유를 공시하게 한다.

국내에서도 분리모델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모범규준 상 권장되고 있다. 모범규준은 그 5.1에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가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기업경영의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이사회에 의한 경영진 감독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분리되지 않은 경우에는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하여 공시할 것을 권고한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들만 참석하는 회의를 주재하고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모아 이사회 및 경영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사외이사의 권한 강화를 위해 선임사외이사 또한 이사회 소집권자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LID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사회 내에서 소통의 중심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위기가 발생하거나 긴장이 조성될 때 조정자 역할이 포함된다. 회사 안팎에서 비공식적인 대화 채널의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정부와 주요 기관투자자, 그리고 의결권자문회사 모두 그러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분리모델을 채택하지 않는 경우 선임사외이사를 반드시 두어야 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그 제13조 제1항에서 이사회가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도록 하여 분리모델을 기본 원칙으로 하지만 그 제2항에서 이사회가 그 사유를 공시하고 사외이사가 아닌 자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게 하는데 그 경우 이사회는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자를 별도로 선임하여야 하여 선임사외이사로 부르게 한다.

제3항은 선임사외이사의 업무를 1.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사외이사회의의 소집 및 주재, 2. 사외이사의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한 지원, 3. 사외이사의 책임성 제고를 위한 지원 등으로 규정한다. 금융회사 및 그 임직원은 선임사외이사가 제3항에 따른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제4항).

금융회사의 경우 이렇게 LID의 임무와 역할이 제시되어 있지만 일반 기업이 LID를 둘 때는 이에 상응하는 자체 규칙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전환기에서 혁신과 신사업모델 추진에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분리모델 채택이 리더십에 불필요한 착시 현상만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안으로 LID를 두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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