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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비상장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2-07-15 09:00:40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5일 09:00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상법 규정들은 상장, 비상장 여부에 무관하게 모든 주식회사에 적용된다.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특례규정이 추가로 적용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장 큰 차이는 비상장회사에는 사외이사 선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비상장회사에는 자본시장법 상 공시의무도 없기때문에 이사의 법률적 책임 발생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진다. 비상장회사에 사외이사가 있는 경우는 합작투자나 외부 자본유치를 통해 파트너 측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오는 경우뿐이다.

그렇다 해도 비상장회사가 상장회사를 모델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운영할 유인은 존재한다. 특히 벤처캐피탈의 지원을 받아 창업했거나 향후 기업을 공개해서 상장회사로 변모할 계획을 가진 회사는 그에 대비하거나 기업공개 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이사회를 잘 구성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기업공개를 상정하지 않는다 해도 좋은 평판을 받는 전문가들을 이사회에 포함시킴으로써 채권자와 고객, 임직원들에 대한 회사의 신용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 비상장회사들 중에는 미국의 카길을 포함해 대형 상장회사 못지않은 규모의 기업들도 있다. 사모펀드 딜을 통해 비상장으로 전환된 회사들도 향후 재상장을 목표로 경영되기 때문에 상장회사와 마찬가지 수준의 이사회를 두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자본시장에서 공모와 사모의 구별이 흐려지는 현상이 있는데 그를 통해 비상장회사들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으며 상장회사와 같은 공시의무가 없는 비상장회사들이 금융시장에서의 신용을 제고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포함하는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비상장회사가 낙후된 지배구조와 자본시장법 규제의 대상이 아닌 ‘이점’을 활용해 사기적인 행위로 대규모 사모시장에서 다수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례가 늘어남으로써 미국 정부는 그에 대한 제도적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혈액검사장비회사 테라노스(Theranos)와 코워킹 스페이스 회사 위워크(WeWork)가 대표적인 사례다. 테라노스의 경우 회사의 기술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총 7억 달러를 유치했는데 루퍼트 머독도 투자했고 이사회에는 조지 슐츠와 제임스 매티스 같은 거물들을 영입했다. 창업자의 사기가 드러났고 정부의 조사가 시작되었으며 한때 100억 달러로 평가되던 회사는 도산했다.

국내에서는 대형 그룹 소속 비상장계열사들이 상장회사와 원칙적으로 같은 수준의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 사외이사까지 포함한 이사회를 구성해 상장회사에 준하는 투명성을 갖추어 운영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컨대 현대오일뱅크는 6인 이사회의 4인이 사외이사다. 포스코는 2022년에 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되면서 비상장회사가 되었지만 상장회사에 준하는 지배구조를 지향하기로 하고 사외이사 2인이 포함된 8인으로 이사회를 구성하였다. 이사회 내에는 감사위원회와 ESG위원회도 설치되었다.

2020년 12월 개정된 상법은 제406조의2(다중대표소송) 제1항에서 모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자회사에 대해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이중주주대표소송을 도입하였다. 이 제도 때문에 대형 그룹의 일부 비상장회사 기업지배구조는 상장회사 지배구조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투명하게 될 것이고 이는 이사회 구성과 운영을 포함한 비상장회사 지배구조를 상장회사 지배구조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게 될 것이다.

원래 비상장회사라고 해서 효율적인 지배구조의 필요가 상장회사와 다른 것이 아니다. 외부 투자자들이 없어 투명성의 요구가 상대적으로 낮을 뿐이다. 그러나 ESG 시대에는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투자자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포용성이 강조되므로 비상장회사의 이사회도 그에 맞추어 정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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