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8월 10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다. 1954년 세워졌다. 자본금은 4000만원이었다. 설립 근거가 법으로 제정돼 있다. 산업은행법 1조는 '(중략)한국산업은행을 설립하여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돼 있다.시대별로 '미션'은 달랐다. 시작은 개발금융이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엔 국가 복원 사업이 한창이었다. 재정 자금을 공급하고 장기설비금융, 개발금융을 댔다. 정부 자금을 민간에 공급하는 통로였다. 1970년대까지 이어진 미션이었다.
1980년대부터 IMF외환 위기 직전까지 한국은 고도 성장을 거듭하던 시기다. 산업은행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기업들에 자금을 대는 일을 했다. 장기 설비를 지원하는 게 주된 역할이었다.
당시 산업은행의 본점은 종로구에 있었다. 대기업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유가증권 인수 업무를 시작했고 회사채 업무를 시작했다. 기업들에게 돈을 공급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산업은행의 역할은 또 한번 바뀐다. 산업은행은 2000년부터 2014년까지를 구조조정의 시기로 보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IB업무를 주된 업무로 봤다. 2001년 산업은행은 본점을 여의도로 옮겼다.
대기업간 빅딜이 일어나고 M&A가 활발했다. IT붐이 일었고 코스닥시장이 활황을 보였다.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펀드에 자금을 공급했다. 기업금융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2008년 다시 한번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내며 산업은행은 민영화를 타진했다. 기업금융을 키우기 위해선 몸집을 더 키워야 했다. 자본을 확충해야 했는데 정부 손만 빌릴 순 없었다. 산업은행은 의외로 세금 지원을 받지 않는다. 자체 이익잉여금으로 구조조정 재원을 썼다. 오히려 정부에 배당을 했다.
산업은행은 IPO를 통해 자금 유치를 타진했다.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했다. KDB금융지주로 지배구조를 바꿨다. 이전까진 '총재'로 불리던 산업은행 CEO의 명칭이 '회장'으로 바뀌었다.
구조조정의 시기는 2014년 끝났다. 결국 IPO는 무산됐고 민영화도 불발됐다. 금융지주 체제에서 통합산업은행 체제로 원복됐다. 정책금융공사는 다시 산업은행으로 합쳐졌다. 금융지주는 사라졌지만 산업은행 수장의 이름은 '회장'을 유지했다. 시중은행과 역할이 '다름'을 알려주는 기록이다.
산업은행은 2015년 이후 현재까지를 통합 산업은행의 시기, 신(新)정책금융의 시대로 일컫고 있다. 중견기업을 육성하고 4차산업 혁명을 지원하고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게 미션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한 이동걸 회장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이동걸 회장이 산업은행을 이끌었다. 두 이동걸 회장의 정치적 성향은 달랐지만 산업은행은 비슷한 미션을 이어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했다. 아직 산업은행은 신(新)정책금융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산업은행의 과제가 극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강 회장도 취임사에서 △혁신성장 디딤돌 △경제안보 대응 위한 대한민국 대표 싱크탱크 △글로벌 KDB △그린·디지털·바이오 전환 선도기관 △시장안정자 등의 역할을 주문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혼란의 시대가 열렸다. 근 수십수년간 겪지 않았던 긴축 실험이 시작됐다. 글로벌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카오스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달라진 금융 환경 속에서 달라진 산업은행의 미션은 무엇일까.
당장 시급히 서둘러야 할 기업 구조조정 현안들이 쌓여 있다.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항공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긴축 이후 닥칠 부실 징후를 미리 포착하고 시장 안정자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도 있다. 더 나아가 민영화 카드를 다시 꺼내 글로벌 산업은행의 기틀을 쌓는 것도 준비해야 한다.
강석훈 회장은 정치 이력이 많다. 정치인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은 비전을 제시하고 미션을 정립하는 일이다. 단순히 부산으로 옮기는 게 강 회장의 미션이라 할 순 없지 않은가. 전 정권의 산업은행을 지우는 것만으론 미션이라 할 수 없다.
한때 최고의 국책으로 칭송받던 산업은행이다. 핵심 브레인들이 다 떠나기 전에 산업은행의 위상와 비전, 미션을 재정립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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