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11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회장이 취임했다. 출발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사법 리스크가 끝까지 골칫거리였다. 채용비리 소송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DLF 불완전 판매 관련 소송이 발목을 잡았다. 우리은행 케이스를 빗대보면 무난하게 무죄를 받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예상 밖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것도 하필이면 주주총회를 얼마 앞둔 시점이었다.주총 결과는 '박빙'이었다. 전체 주식수의 80.4%가 참석했고 이중 60.4%의 주주가 함 회장에 대한 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했다. 반대 표는 39.4%에 달했다. 9%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를 했다면 함 회장 선임 안건은 부결될 상황이었다. 참석률을 감안한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11%가 넘었다.
함 회장의 경영능력과 주가에 대한 기대감이 실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연금도 결국 함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평가를 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많은 외국인 주주들이 찬성한 것도 같은 이유다.
주목할만한 장면은 그 다음이다. 아슬아슬하게 주총을 넘긴 함 회장의 첫 행보가 눈에 띈다.
주주를 챙기는 행보를 예상할 수 있다. 주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었다. 국민연금을 찾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주주들에게 가장 어필할 대목은 실적이다. 실적이 좋은 영업 현장을 찾거나 반대로 부진한 영업장을 독려할 수 있다. 대부분 금융지주 CEO들은 영업점을 먼저 찾는다. 대형 거래처나 VIP 고객들을 찾는 게 예상된 수순이다.
함 회장의 첫 행보는 의외였다. 강릉과 울진 등 동해안 일대 산불 피해 지역을 찾아 지원활동을 했다. 산불 현장에선 간식차량을 마련해 소방대원들에게 전달했다. 함 회장이 간식 차량에도 직접 올랐다. 소방대원들에게 안심보험도 제공하기로 했다. 소방대원을 위한 신용대출 우대금리 지원도 약속했다.
취임식은 아예 생략했다. 취임식에 쓸 비용을 본점 건물 경비 미화 등 파견 근로자들에게 격려금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모두들 영업이나 주주들과는 상관없는 일들이다.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들이 취임식을 간소화하고 영업현장을 찾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산불 현장과 같이 영업과 상관없는 곳을 찾는 일은 드물다. 하나금융에서도 역대 회장들 가운데 처음있는 일이라고 했다.
과거 하나은행은 참신했다. 후발주자로 출발한 태생부터 그랬다. 한국투자금융이란 단자회사가 그 시작이다. 1993년 은행으로 전환하면서 '하나'란 이름을 썼다. 30년전에 '하나'란 이름을 선택한 것부터 남 달랐다.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라 불리던 대형 은행들이 시장을 장악했던 시기다. 마케팅부터 성장 스토리까지 다르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다. 젊은이를 겨냥한 마케팅을 하고 새로운 영업전략을 선택해야 했다.
결국 조상제한서라 불리던 대형은행들은 모두 사라지고 하나은행이 4대금융지주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글로벌 시장엔 가장 활발하게 진출했다. 해외 시장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금융지주로 자리매김했다. 그 힘은 하나은행이 치열하게 고민해온 '다름'에 있었다.
함 회장의 출범은 부담스런 사법 리스크와 따가운 금융당국의 시선에서 시작됐다. 함 회장도 이를 의식해 착한 행보를 먼저 선택한 것일 수 있다.
함 회장의 행보가 눈에 띄는 것은 착한 행보여서만은 아니다. 남들과 같은, 예전과 다른 행보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함 회장은 취임 이후 임직원들에게 '옛 것을 물들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의 '염구작신(染舊作新)'이라는 사자성어를 전했다. 함 회장의 첫 행보는 남들과도 달랐고 예전과도 달랐다. 그 행보처럼 다시 새로워질 하나금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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