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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물류센터, 노하우 축적의 시간" [부동산 운용역과의 수다]⑤건축비 상승·금리 인상 '걸림돌', 저온 물류센터 과도한 공급 교훈

이정완 기자공개 2022-08-22 07:01:59

[편집자주]

지난해 국내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사상 최대 거래규모를 기록하며 호황세를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올해는 시장을 둘러싼 환경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을 비롯해 직접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원자재가 상승 문제도 겹쳤다. 불확실성이 커진 2022년 부동산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관련업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운용사 임원들과의 모임에서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동향을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7일 09: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물류센터 개발은 거래 성장세에 힘입어 덩달아 공급 확대 기조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수가 등장했다. 원자재가 상승 탓에 건축비가 오르고 금리 인상으로 인해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사업성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저온 물류센터 개발이 우후죽순 이뤄지며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졌다. 부동산 운용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변동성을 경험하며 개발 노하우를 쌓는 시기로 삼아야 할 때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국내 상업용부동산 시장 상황과 전망을 듣기 위해 더벨이 만든 이번 자리에는 권혁진 베스타스자산운용 상무, 김병직 신한리츠운용 상무, 박경배 마스턴투자운용 상무, 이철민 케이리츠투자운용 전무(가나다순)가 참여했다.

물류센터 공급은 거래가 활발해진 5년여 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51만평이던 공급 규모는 2018년부터 2020년 연평균 80만평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공급 규모는 113만평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를 뛰어넘는 200만평 규모 공급이 예상되나 앞으로 2~3년 후에는 공급이 소폭 둔화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원자재가 인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왼쪽부터)권혁진 베스타스자산운용 상무, 이철민 케이리츠투자운용 전무가 최근 물류센터 개발 분위기를 말하고 있다.

이철민 전무는 "물류센터 공사 인허가를 받고 본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일으키려는 시점에 공사비가 급등한 프로젝트에서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탓에 개발을 멈춘 사례가 많아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NPL(부실채권) 성격의 물량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류센터는 다른 자산에 비해 공사비 부담이 크다는 평가도 나왔다. 박경배 상무는 "오피스는 전체 사업비에서 토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물류센터는 공사비 비중이 토지비 대비 높은 관계로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공사가 늦어지면서 기존 대출 상환이 지연돼 이자만 부담하는 시행·운용사가 늘고 있다. 권혁진 상무는 "본 PF 조달 전에 토지비 지급을 위해 단기로 조달한 브릿지론이 PF 지연 및 난항에 따라 연장을 시도하는 곳이 많은데 요즘은 잘 안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사비와 금리 인상 외에 지방자치단체의 건축 규제 강화 또한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물류센터 건설 현장에서 다수의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관련 법규를 강화하고 있다.

박경배 상무는 "많은 지자체가 화재 사고 후 건물 길이 등을 제한해 부지에 건물을 여러 동을 분할해 지어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또한 비상시를 대비해 소방도로 확보 의무 등도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김병직 신한리츠운용 상무, 박경배 마스턴투자운용 상무가 물류센터 개발 전망을 말하고 있다.

외부변수로 인해 개발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지만 내부적으로 교훈을 삼아야 할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저온 물류센터 공급 과잉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식품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저온 물류센터 개발이 집중된 바 있다.

권혁진 상무는 "저온 물류센터는 수요자의 요청보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공급자 판단에 의해 상품을 결정한 사례가 많았다"며 "물류센터 개발 붐에 따라 토지비가 오르고 최근 공사비도 단기에 급등하면서 시행 마진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저온 물류센터 개발을 추진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탓에 상온 물류센터와 달리 화주 유치에 난항을 겪으며 공실률이 지속 상승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어 "저온 물류센터는 화주별 특성에 따라 초저온, 저온 또는 정온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되고 화주사별 특성이 반영된 맞춤형 물류센터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사전에 저온 화주를 정하지 못한 개발사가 유통회사를 대상으로 한 범용적 콘셉트의 저온 물류센터를 주로 공급해 화주를 유치하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했다. 화주 수요를 감안해 더욱 고도화된 상품 기획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김병직 상무는 "물류센터에서 취급하는 모든 상품을 생각했을 때 저온으로 보관해야 할 상품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며 "그럼에도 많은 복합 물류센터가 30~40%는 저온으로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면밀한 시장 분석을 통한 개발 전략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철민 전무는 "물류센터의 스펙과 품질, 안전 문제를 모두 고려해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제대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배 상무는 과거 운용사의 오피스 개발 사례를 언급하며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운용사가 오피스를 개발하고 공급한 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며 "지난 시간 누적된 경험과 노하우 덕에 운용사가 기획한 오피스는 사용자 편의성과 만족도를 고려한 설계로 임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류센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지 5년 정도에 불과한 만큼 지속적으로 개발 노하우를 체득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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