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산업 체인 점검]'실적 회복' 우진, 위기에도 안정적 재무관리 '눈길'②일본 원전 사고, 한수원 비리 사건으로 2010년대 위축…구조조정·비용절감 등 체질개선
윤필호 기자공개 2022-08-23 08:00:05
[편집자주]
에너지 시장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 세계적인 ‘탈원전’ 기조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흔들리는 모습이다. ‘탄소중립’을 주도했던 유럽연합(EU)은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도 새 정부가 들어서자 원전산업에 다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변화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더벨은 원전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현황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8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용 계측기 전문업체 '우진'이 실적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원자력발전(원전)용 계측기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했지만, 2010년대 업계에 터진 각종 이슈로 환경이 악화됐고 이에 적자가 이어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비용절감 등 뼈를 깎는 노력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위기에도 재무관리에 공을 들인 덕분에 실적 회복과 함께 건전성도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우진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전용 계측기를 개발해 상용화한 기업이다. 이 같은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꾸준하게 성장을 이어갔다. 1980년 설립 이후 30여년간 흑자와 함께 무차입 경영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를 통해 2010년 유가증권시장 상장하면서 성장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2010년대는 원전 관련 업계에 녹록지 않은 시기였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터진 원전 사고는 오랜 부진을 예고하는 대형 악재였다. 당시는 세계적으로 친환경을 위한 탈원전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불확실성이 대두되는 시기였다. 여기에 큰 사고까지 터지자 경각심이 커졌다.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비리 사건은 이 같은 추세를 부채질했다.
이에 따라 원전과 관련한 각종 안전 기준이 강화됐다. 각종 신규 건설 작업이 지연되면서 수익이 제한됐고 제품에 대한 검증도 엄격해지면서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원전 관련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다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정부가 2015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자 업계는 선제적 투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 이 같은 투자 결정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전반적으로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이 늘어나자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당시 우진도 연결기준 1000억원을 넘기던 매출액이 2017년부터 900억원대 후반, 2019년 800억원대 후반으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적자도 이어졌다. 2013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15억원 이후 이듬해 곧바로 흑자 전환했지만 2016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각각 3억원을 기록, 이후 2019년까지 적자가 지속됐다.
경영 환경 악화로 기존의 무차입 경영 전략도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위기에서도 보수적인 재무 전략으로 건전성을 유지했다. 적자로 전환한 2016년말 기준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47%였고 2017년 38.8%로 오히려 하락했다. 2018년 부채총계가 800억원을 넘기면서 부채비율도 61.1%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우진은 위기 극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 구조조정 등을 비롯해 각종 비용 절감을 추진했다. 또 원전 의존도가 높은데서 따르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방사능 제염과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참여 등 신사업 진출을 꾀했다. 이를 통해 2020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었다.
최근 실적 회복세에 힘입어 재무 건전성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2020년 연결기준 매출액 898억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고 2021년 1076억원으로 1000억원대에 복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8.7%, 49.9%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5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에 상반기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36.4%으로 지난해말보다 7.6%P(포인트) 하락했다.
우진 관계자는 "사업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종 비용 절감 등의 노력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섰다"면서 "이 같은 노력을 통해 2020년부터 회복을 보였고 올해 상반기도 개선세가 이어지면서 재무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가운데 기존 원전 계측기 사업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미래 먹거리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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