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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4.0 리오프닝]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 IB 키워 최대 순익 일궜다⑧국내 시중은행 최초 신디론 주선 성공…IB 자산 규모 기업금융 수준으로 확대

싱가포르=김규희 기자공개 2022-10-14 07:30:56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 왔다.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지냈다. 코로나19를 지내며 변화된 금융 환경 속에선 '리오프닝'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들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과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30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메이저 금융사 등 6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집적된 곳이다. 동남아시아 진출 교두보 지역으로, 아시아 대표 물류·금융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가보안법, 도시 봉쇄 조치를 계기로 홍콩 대신 싱가포르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추세도 확연해지면서 영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 속에서도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이 보이는 성과는 단연 눈에 띈다. 글로벌 금융사와 비교하면 자금이나 조직 규모는 한참 모자라지만 효과적인 영업전략과 한국계 특유의 끈질김으로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싱가포르 현지 딜 주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가 남아있었지만 영업 성과를 토대로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 달성에 성공했다. 한국계 지상사를 대상으로 한 대출영업뿐 아니라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CF(Corporate Finance) 사업 등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확장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이 위치한 푸르덴셜 타워 전경]


◇ 50년 신뢰 영업기반 ‘탄탄’…한국계 유일 리테일창구 운영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73년 당시 외환은행은 부두 앞 한 건물 1층에 조그맣게 지점을 열고 해상무역 허브인 싱가포르에 도착한 선원들을 대상으로 환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 금융은 50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리테일 창구를 가지고 있는 건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마진이 거의 없어 영업이익 기여도가 낮은데다 현지 금융당국의 컴플라이언스 통제를 받는 등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지만 현지 교민이나 지상사 임직원, 주재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주요 고객은 한국계 지상사들이다. 동남아시아 진출 등을 위해 현지에 자리잡은 지상사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영업을 진행한 끝에 탄탄한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 50년간 차곡차곡 쌓아올린 노하우와 신뢰는 하나은행 만의 자산이 됐다. 하나은행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무역금융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IB 금융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기업금융, 역외마진 외에도 수익 다변화를 위해 고마진 사업인 IB 금융에도 뛰어들었고 각고의 노력 끝에 수익 비중을 절반 가까이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IB 금융 자산 규모는 기업금융과 견줄 수준으로 개선됐다.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 관계자는 “이자수익 및 수수료 수익 등도 결국엔 대출자산과 연동되서 발생하는 수익”이라며 “한국계 대기업 및 IB 신디케이션, 그리고 국내 지점 연계 자산 등 다양한 영업을 통해 대출자산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역대 최대 실적 달성…시중은행 최초 신디론 주선, IB 금융 ‘펄펄’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남아있던 시기지만 끈질기고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친 결과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345만5000달러였다. 이는 전년 동기 1448만6000달러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2020년 순이익은 1448만6000달러 정도였는데 2021년 상반기 이미 전년 순익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대출 자산 규모가 크게 증가해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 거둔 성과는 코로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영업전략을 수정한 덕분이다. 싱가포르 금융시장은 코로나 유행 당시 IB 딜 기근에 시달렸다. 북미·유럽 등은 백신 접종으로 경기 회복에 시동을 걸었던 시기에도 동남아시아는 여전히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었다.

이에 싱가포르에서 진행되던 IB 딜도 중간에 좌초되는 경우가 생겼고 대내외 금융 환경이 불안하자 계획된 딜 마저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은 기존 PF딜 대신 CF로 눈길을 돌렸다. 프로젝트 사업이 아닌 외국계 기업에 대규모 대출을 일으키는 전략을 택했다. 실제로 글로벌 메이저 곡물 기업 루이스드레퓌스컴퍼니(Louis Dreyfus Company)에 대한 신디케이션 대출을 제공한 바 있다.

올 상반기에는 대출 자산이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코로나 상황이 많이 개선되면서 IB 부문에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대출 자산은 16억3100만달러로 지난해 말 9억7500만달러 대비 67.3% 증가했다. 절대적 수치로 따지면 반년 만에 6억달러 이상의 대출자산 증가라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한국계 대기업 앞으로 제공한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신디케이션론이 대표적 사례다.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이 이번 상반기에 거둔 최대 성과 중 하나다. 특히 국내 시중은행 중 최초로 신디케이션론을 주선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대규모 신디론 주선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해당 딜은 CJ제일제당 계열사인 CJ인터내셔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은 한국계 은행 위주의 클럽딜 방식으로 진행하려 했지만 모기업 보증이 아닌 LOC조건을 내걸었던 탓에 일부 은행이 딜에서 드롭, 모집 주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하나은행은 신디론을 ESG로 구조화하기로 방향을 수정하고 ESG론 취급에 적극적인 외국계 은행들을 초대했다, 결국 총 모집금액 1억5000만달러 중 1억8700만달러를 커밋 받는 등 오버부킹됐고 한국계 은행들 이외에도 9개의 외국계 은행들을 초대해 딜을 클로징할 수 있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홍콩의 중국화 가속화에 따라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아시아 IB영업의 격전지로 부상해 영업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등과의 네트워크 확대를 지속 추진하고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등 계열사들과 협업하여 글로벌 스폰서들이 참여하는 딜에 직접 참여하는 영업방식으로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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