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L생명, 사상 첫 후순위채 찍는다…RBC비율 제고 2000억 자본확충 추진…내년 신지급여력제도 시행에도 선제 대응
강철 기자공개 2022-09-01 07:36:56
이 기사는 2022년 08월 30일 13: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BL생명이 사상 첫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다. 약 2000억원의 자본을 충당해 지급여력(RBC)비율을 높이는 한편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할 방침이다.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이르면 오는 9월 말 자금 조달을 목표로 사모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자금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진은 현재 회사채에 정통한 국내 증권사를 통해 규모, 금리, 만기 등 구체적인 발행을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모집액은 2000억원, 만기는 10년을 각각 설정했다. 발행일로부터 5년 후에 조기 상환 청구가 가능한 콜옵션 조항도 넣을 예정이다. 금리 밴드는 고정으로 제시하는 것이 유력하다.
이번 10년물은 ABL생명이 설립 후 처음으로 발행하는 후순위채다. 그간 유동성이 필요할 때마다 금융권 차입을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했으나 자체 크레딧을 기반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직접 조달을 추진한 전례는 없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사상 첫 후순위채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A0,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7월 선순위 회사채의 등급과 아웃룩을 'A+, 안정적'으로 매겼다.
ABL생명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은 지난 6월 열린 이사회에서 이미 안건을 승인한 사안"이라며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순위채는 일반 선순위 회사채보다 상환 순위가 한단계 낮은 채권이다. 선순위 회사채와 달리 재무상태표 상에서 자본으로 분류된다. 만기가 5년 이상인 경우 100% 자본으로 인정받는 장점이 있어 은행, 보험사 등 재무 지표에 민감한 금융사가 주로 발행한다.
ABL생명은 RBC비율을 비롯한 여러 재무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가용자본의 규모를 나타내는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쓰인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RBC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21년 12월 말 기준 ABL생명의 RBC비율은 약 232%다. 다만 비율은 올해 1분기 192%까지 하락했다. 150% 이상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실물경제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미리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액을 2000억원으로 확정하면 RBC비율은 다시 20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RBC비율 상승 외에 내년부터 도입되는 신지급여력제도에 대비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지급여력제도가 시행되면 보험사의 내재 리스크가 지금보다 훨씬 정밀하게 드러난다. 이에 ABL생명을 비롯한 여러 보험사가 신지급여력제도에 상응하는 자본 규모를 갖추기 위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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