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그룹 MPP 단일화…미디어 전략 변화는 경영 효율성 제고, KT-스카이라이프 갈등 봉합…수직 계열화→확장성·시너지 초점
이장준 기자공개 2022-09-05 10:40:15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2일 09: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그룹 내 같은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 계열사인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가 합병한다. 미디어·콘텐츠 부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KT스튜디오지니 산하 미디어지니 대신 KT스카이라이프의 자회사 스카이라이프TV가 존속법인이 된다.미디어지니가 합병 주체가 되면 스카이라이프 기업가치에 심각할 타격을 줄 수 있었지만 리스크를 제거했다. 그동안 KT와 스카이라이프 사이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는 동시에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택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올 들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담당하는 KT시즌도 티빙에 내주면서 자체 밸류체인을 공고히 하는 움직임에 변화가 나타났다. 물론 스튜디오지니가 주도해 미디어 사업을 이끄는 전략은 그대로 이어간다. 다만 수직계열화를 일부 포기하더라도 외부 동맹과 손잡아 확장성을 키우고 계열사 간 실질 시너지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양상이다.
◇본래 자리 되찾은 미디어지니…KT그룹 MPP 경쟁력 일원화
스카이라이프TV는 1일 이사회를 열고 미디어지니와의 합병안을 결의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의 합병 비율은 1대 3.1568311이다. 합병법인의 1·2대 주주인 스카이라이프와 스튜디오지니의 지분율은 각각 62.7%, 37.3%가 된다.
회사 측은 합병 목적으로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및 경영의 효율성 제고"를 제시했다.
그동안 같은 KT그룹에 속해 있지만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의 모회사는 각각 스튜디오지니와 스카이라이프로 달랐다. 본래는 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HCN)을 인수하며 그 자회사인 현대미디어(미디어지니)도 함께 인수하려 했다.
하지만 지난해 KT 측에서 미디어지니 인수주체로 나서면서 스텝이 꼬였다.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미디어·콘텐츠 부문을 수직계열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로 인해 스카이라이프 노동조합과 우리사주조합이 반발했고 KT는 MPP 계열사를 차별하지 않고 경영권에도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그룹 내 같은 역할을 하는 계열사가 둘이었기에 미디어지니가 KT그룹에 편입된 이후부터 그룹 MPP 경쟁력 강화 방안을 다양하게 논의해 왔다. 올 4월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가 보유한 주요 채널을 리론칭해 'ENA'라는 동일한 브랜드를 만든 것도 그 일환이다.
일부에서는 수직계열화 작업 완성을 위해 미디어지니가 스카이라이프TV를 흡수합병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하지만 이 경우 스카이라이프의 기업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문제가 따랐다.
스카이라이프의 주력 사업인 위성방송서비스는 유료방송업계 경쟁이 치열해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자회사 스카이라이프TV가 영위하는 콘텐츠 분야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다시 플랫폼 경쟁력을 제고하는 선순환 성장전략을 갖고 있다. 그런데 스카이라이프TV가 스튜디오지니 산하로 넘어가면 스카이라이프의 기업가치를 뒷받침할 중심축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더욱이 스카이라이프TV는 '강철부대', '나는SOLO' 등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로 역량을 입증하며 스카이라이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미디어지니는 아직 마땅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에 스카이라이프TV가 미디어지니를 흡수합병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이 같은 리스크를 모두 해소하게 됐다. 처음 HCN을 인수할 때 계획한 대로 미디어지니가 본래 자리를 되찾았다고 볼 수 있다. KT와 스카이라이프 사이 갈등을 해소하는 동시에 KT그룹 내 분산된 MPP 역량을 한곳에 모아 효율성도 개선할 전망이다.
합병 이후에도 스카이라이프와 스튜디오지니의 역할이 특별히 달라지진 않는다. 스카이라이프TV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제작 강화를 통해 ENA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스튜디오지니와 스카이라이프 간 시너지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기존 스카이라이프TV가 보유한 ENA 및 ENA PLAY 채널과 미디어지니의 ENA DRAMA 및 ENA STORY 채널은 비로소 완전한 통합 브랜드를 거듭난다. 또한 콘텐츠 제작과 편성을 일원화해 채널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MPP를 이끄는 윤용필 대표는 이날 "축적된 킬러 콘텐츠를 바탕으로 MPP 사업자에서 글로벌 IP 사업자로 거듭나 3년 후 ENA 브랜드 가치를 1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수직계열화 일부 포기, 기업가치 개선 초점 실리 추구
이번 합병은 KT그룹 차원에서 미디어 전략의 변화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기존에는 스튜디오지니가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산하에 원천 지식재산권(IP)을 담당하는 스토리위즈, 오디오 콘텐츠(지니뮤직), OTT(KT시즌), MPP(미디어지니) 등을 거느린 수직계열화 작업을 진행했다. KT그룹 내에서 미디어 관련 모든 밸류체인을 아우르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KT와 CJ ENM은 OTT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시즌(seezn)과 티빙(tving)을 통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T시즌을 티빙에 넘기는 방식을 택하면서 수직계열화 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아울러 KT시즌을 포기한 대신 CJ ENM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상당하다. CJ ENM은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실시하고 KT스튜디오지니 역시 티빙의 주주로 참여하게 됐다. 스튜디오지니가 확보한 원천 IP 중 양질의 기획안을 토대로 CJ ENM과 글로벌 대작을 공동 제작하는 등 시너지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기존 KT그룹 내 시너지를 넘어 외부 경쟁력을 끌어올 수 있게 됐다. 특히 CJ ENM이 국내 콘텐츠 제작 역량과 노하우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에 좋다.
물론 이번에 MPP 계열사까지 스카이라이프 쪽으로 넘기면서 지배구조상 스튜디오지니의 위상은 약화된 듯한 모양새다. 그러나 스카이라이프의 최대주주 역시 KT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스튜디오지니 중심 미디어 전략은 그대로 이어진다. 수직계열화를 고집하는 대신 확장성과 계열사 간 실질적인 시너지를 더 챙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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