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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토탈, 원재료 구입비 '껑충'…적자 면한 배경은 [원재료 리스크 점검]지난해 상반기 대비 85% 상승, 정유업 마진 강세로 수익성 방어

김위수 기자공개 2022-09-08 07:42:33

[편집자주]

올 상반기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인한 원재료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중국 일부 도시 봉쇄 및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 둔화가 겹친 여파다. 올해 중 시장상황이 반전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더벨이 석유화학업계에 닥친 원재료 리스크를 점검해보고 이를 상쇄하기 위한 기업별 전략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5일 10: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국내 대형 석유화학사 중 올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이다. 1년새 원재료 구입에 쓴 금액이 85% 증가했다. 최근 가파르게 오른 국제유가와 가격이 연동된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와 나프타를 주요 원료로 사용한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다른 석화사보다 원재료 가격변동에 더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적자가 나지는 않았다. 부진했던 석화시황과 반대로 마진이 좋았던 정유사업에서 실적을 내며 자연적으로 헷징 효과가 발생한 결과다.

◇국제유가에 민감한 원재료 가격, 상승폭 85%

한화토탈의 올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은 총 5조9264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한화토탈이 원재료 구입을 위해 쓴 금액은 3조1870억원이었는데 1년 만에 상승폭이 85%에 달했다. 다른 석화업체들의 올 상반기 원재료 구입비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40~50% 오른 점에 비교하면 오름세가 더 빨랐다.
한화토탈의 사업은 크게 나프타·액화석유가스(LPG)를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스티렌모노머와 같은 석화 원료를 생산하는 화성부문과 콘덴세이트를 정제해 휘발유·항공유·경유 등을 생산하는 에너지부문으로 나뉜다. 석화 원료를 가공해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저밀도폴리에틸렌(LEPE)·복합수지 등을 생산하는 수지부문도 있다.

한화토탈은 주요 원료로 나프타, 콘덴세이트를 사용한다. 콘덴세이트를 구입, 정제해 정유제품을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원료인 나프타를 얻을 수 있다. 이외 부족한 나프타 물량은 외부에서 구입하기도 한다.

원재료 구입비가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보니 올 상반기 원재료 구입비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평균 원유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60~70%가량 뛴 상태다. 이같은 가격 변동에 한화토탈의 나프타와 LPG 평균 구입가는 지난해 상반기 평균 구입가 대비 69.5%, 콘덴세이트는 82.6% 확대됐다.

여기에 일부 설비 가동률을 상향조정하며 원재료 구입물량이 소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화토탈의 올 상반기 화성·에너지 사업부문 생산설비의 평균가동률은 99%로 지난해 상반기 97.6% 대비 1.4%포인트(p) 올랐다. 생산실적은 올 상반기 총 525만3000톤(t)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6만4000톤 늘어났다.

원재료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프타의 러시아 수입 비중이 컸다는 점도 구입비 확대에 속도를 붙인 요인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한화토탈은 나프타 수입량 중 절반을 러시아에서 들여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초 러시아에 대한 국제제재가 강화되며 한화토탈도 나프타 대체 수급처를 찾기 위해 바쁜 시기를 보냈다. 다소 급박한 상황이었다보니 수급협상에 불리한 입장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사업으로 한숨 돌렸지만…걱정되는 하반기

한화토탈의 올 상반기 매출은 6조9891억원, 영업이익은 499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60%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3.3% 줄어들었다. 수익성이 악화되기는 했지만 원재료 구입비의 오름폭을 감안하면 선방한 실적이다.

석화사업에서는 부진했지만 마진이 좋았던 정유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한 결과로 보인다. 정유업의 수익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은 지난해 배럴당 1~2달러 수준이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최대 29.5달러까지 치솟았다. 배럴당 4달러쯤의 정제마진이 수익분기점으로 알려져있다.

호조를 보인 정유업 덕분에 최악은 면했지만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배럴당 130달러를 넘겼던 국제유가가 90달러 안팎으로 떨어지며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유가 상승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원재료 구입비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보통 정유업 경기가 좋아지는 신호로 이 경우 한화토탈의 사업구조상 원재료 구입비를 상쇄할 수 있다. 문제는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정유업황이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며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석화업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버팀목이 됐던 정유업에서 수익성이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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