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산업은행은 왜 티마크그랜드호텔 EOD 선언했나 투자기조 전환 영향, 자구책 불만족도 한몫

조영진 기자공개 2022-09-14 08:09:14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8일 13: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명동 티마크그랜드호텔 투자 펀드에 EOD(기한이익상실)가 발생한 가운데 대주단 중 가장 많은 대출을 집행한 산업은행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대주단들은 모두 대출연장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하나대체투자티마크그랜드종류형부동산투자신탁1호’는 이달 1일부로 EOD 상황에 돌입했다. 운용사와 대주단 사이에 지속적인 대출연장 논의가 오가던 와중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산업은행이 만기일(8월 31일) 직전에 돌연 연장불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하나대체운용이 대주단 대부분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만 이를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운용은 대출만기 1년 연장을 전제로 선순위 대주단에 연 7.5%의 이자 선지급까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하나대체운용은 지난달 말 매각주간사를 선정해 최근 IM을 발송하는 등 대주단은 물론 개인투자자의 원금 이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잠정 인수의향자와 초기 단계의 가격 논의도 오간 것으로 전해져, 산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나머지 대주단들도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산은 보수적 스탠스로 대주단 내 의견 불일치

산업은행은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여신 규정 및 절차에 의거해서 판단을 내렸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산은의 출자 기조가 최근 급변한 것을 토대로 이번 EOD 결정에 속뜻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는 최근 산업은행이 대출 업무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돌아섰다고 입을 모은다.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한 운용사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올해 들어 매우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존 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은 물론 리파이낸싱에도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출 업무를 이행하는 대주단 중에서도 산업은행이 가장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하는 편"이라며 "이에 시장플레이어들 대부분 산은을 먼저 찾는 편이었지만 최근 들어 상당히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오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책기관 특성상 산업은행이 정책 및 수장에 따라 투자 흐름을 재편 중이란 의견도 들린다. 올해 새정부 출범에 맞춰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산업은행 회장이 바뀐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이에 본 업무와 다소 동떨어진 부동산 대출에 참여해온 산업은행이 최근 악화된 시장상황을 고려해 기업 구조조정 및 자산유동화 등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자구책 만족 못했나...높은 차입비율도 부담요소

일각에선 하나대체운용이 제시한 자구책이 최대 대주인 산업은행을 만족시키지 못했단 얘기도 나온다. 티마크그랜드호텔의 영업이 거의 중단된 가운데 매각 시도마저 수차례 불발되면서, 계속기업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산은 내부에 자리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대체투자티마크그랜드종류형부동산투자신탁1호’ 차입비율이 부동산 공모펀드의 최대한도 수준이라는 점도 산업은행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근거로 지목된다. 편입자산의 가치가 에쿼티 투자금 이상 하락할 시 대주단의 원금손실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산업은행이 불확실한 매각 전망에 기대기보다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 대출 연장에 반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부동산 공모펀드의 차입비율은 최대 200%까지로 한정돼 있다. 지난 2016년 7월 설정된 ‘하나대체투자티마크그랜드종류형부동산투자신탁1호’는 펀드로 690억원, 부동산담보대출로 1380억원을 조달했다. 이 펀드의 차입비율은 최대한도인 200%다.

2016년 전후(2015~2017년) 3년간 설정된 부동산 공모펀드(리츠 제외)는 총 7개다. 이 중 펀드 차입비율 200%를 채운 펀드는 '하나대체투자티마크그랜드'와 '신한나인트리' 2개다. 신한나인트리 또한 호텔에 투자한 펀드로, 올해 초 자산 매각에 실패하며 불안감을 키운 바 있다.

한편 하나대체운용은 원금 확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산은에 읍소하고 있다. 운용의 문제가 아닌 코로나19발 악재가 현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용도변경과 같은 대응책으로 타개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개인투자자 자금이 700억원가량 묶여있는 공모펀드라는 점도 감안해 원만한 자산매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입장을 바꿔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