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부문 물적분할하는 풍산, 기존 주주보호 장치 강화 풍산디펜스 정관에 '상장시 모회사 주주 동의 필수' 조항 명시
유수진 기자공개 2022-09-13 07:32:23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8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풍산이 방산부문을 물적분할한다. 구리 등 소재(신동)사업과 방산사업의 분리로 부문별 독립 경영체계를 갖춰 사업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각사가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되는 만큼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분할을 추진하기에 앞서 기존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신설회사를 비상장상태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가 아예 정관에 관련 내용을 명시했다. 포스코 등 앞서 물적분할을 추진한 기업의 사례를 참고한 것은 물론 최근 금융위원회가 물적분할 후 상장에 대한 주주 보호방안을 마련한 영향 등으로 풀이된다.
풍산은 7일 오전 이사회를 개최하고 방산사업 물적분할을 결의했다. 이사회 의장인 류진 회장을 비롯해 이사진 전원(7명)이 출석해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다. 다음달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주총 문턱을 넘기면 12월1일을 분할기일 삼아 회사가 둘로 나눠진다.
분할은 각 사업부문별 독립적인 경영 및 책임경영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된다. 풍산의 사업은 크게 신동부문과 방산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신동에서 전체 매출의 70% 안팎이 발생하고 나머지가 방산에서 나온다. 방산사업은 소구경탄에서 대구경까지 이르는 각종 군용탄약과 스포츠용 탄약, 추진화약 및 탄약 부분품, 정밀 단조품 등을 생산한다.
분할 후 존속회사는 풍산이고 신설회사(방산사업부문)는 풍산디펜스(가칭)다.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만큼 풍산이 풍산디펜스 지분 100%를 보유하는 형태가 된다.
풍산은 앞서 물적분할을 실시한 대부분의 기업들처럼 신설회사를 비상장법인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분할 후에도 방산사업의 성과가 고스란히 풍산과 풍산 주주들에게 전해지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풍산디펜스를 별도로 상장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권익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주보호 장치를 미리 마련해뒀다. 풍산디펜스 정관(제11조)에 '국내외 증권시장에 상장하고자 할 경우 사전에 단독주주인 풍산의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풍산디펜스를 상장하기 위해선 모회사인 풍산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의미다.
특별결의사항으로 정해 출석주주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되도록 했다. 현재(6월말 기준) 풍산 주주는 △풍산홀딩스(38%) △국민연금공단(8.16%) △우리사주조합(0.08%) 등이다. 주총 출석률에 따라 가결 기준이 달라지겠지만 현실적으로 지분 50% 이상을 쥐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찬성 없이는 통과가 어렵다.
정관 명시는 앞서 포스코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당시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썼던 방법이기도 하다. 당시 주주들은 포스코가 핵심사업인 철강사업 분할한 뒤 재상장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주주들의 반발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자 포스코는 신설회사 정관에 상장 추진시 모회사(현 포스코홀딩스)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 금융위가 기업의 물적분할 후 상장에 대한 주주 보호방안을 발표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물적분할된 회사의 상장은 LG화학에서 분리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이후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논란이다.
모회사 입장에서 자회사 IPO는 대규모 투자금 확보를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주주 권익 침해 우려가 있다. 때문에 SK온과 포스코 등 물적분할 후 상장이 유력했던 기업들 전부 IPO와는 거리를 둬왔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불확실성 없애기에 나섰다. 공시 강화와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상장심사 강화 등의 방식이다.
해당 정관 조항은 풍산이 다음달 31일 임시 주총에서 주주들의 찬성을 얻어 분할안을 가결시키는데도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할안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으로 발행주식총수 3분의1 이상,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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