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특수, 방산 다시보기]은둔의 풍산, 첨단 탄약 개발 '정조준'⑥방산 부문 매출액 전년 대비 10% 증가
이호준 기자공개 2022-06-30 07:55:31
[편집자주]
1970년대 '자주국방'을 외치며 성장한 국내 방산업체들은 최근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장기화한 교전으로 군수물자 수요가 늘면서 국내 업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 업계는 전쟁 물자 공급에 머물지 않고,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주 산업에도 도전한다. 더벨이 미래 수요 창출을 위해 뛰고 있는 방위산업을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7일 11: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력 사업으로 금속업과 방위산업을 낙점한 뒤 풍산은 '은둔의 기업'이 됐다. 일반 대중에겐 친숙한 분야가 아닌 기업간거래(B2B)에 몸 담아왔기에 무리하게 언론 앞에 나서지 않았다.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 속에서 풍산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가능성에 풍산의 총탄이 쓰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총기 시장 확대로 국내 유일의 종합 탄약 생산 기업 풍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 군용탄 공급 사실상 '독점'
풍산의 정체성은 비철금속이다. 기업의 모태인 풍산금속공업은 지난 1968년 구리를 가공해서 판(板), 봉(棒), 관(管), 선(線)을 만드는 신동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73년 총알, 포탄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에도 뛰어들며 지금의 사업 구조를 갖췄다.
풍산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5095억원이다. 이 가운데 신동 부문이 77%, 방산 부문이 23%를 차지하고 있다. 방산 부문의 매출액(7958억원)은 미국의 총기 규제 우려로 인한 반사 수요, 중동 지역 정세 불안에 따른 수요 증대에 따라 전년(7224억원) 대비 10% 늘어났다.
매출액은 신동 부문보다 적지만 방산 부문은 풍산의 든든한 '실적 버팀목'이다. 주력인 신동 사업은 구리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구리 가격 등락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높지만 풍산의 핵심 제품인 탄약은 소모성 부품이라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근 5년간 신동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3.3%, 방산 부문은 같은 기간 8.7%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총탄 시장에서 풍산의 지위는 독보적이다. 풍산은 현재 탄종별 대규모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고 우리나라 군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총탄을 생산하고 있다. 산업 특성상 구체적인 시장 점유율을 알 수는 없지만 풍산은 탄약 국산화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방부에 탄약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산은 탄약 생산의 수직계열화도 이루고 있다. 탄피에 쓰이는 동소재는 회사의 신동 사업장이 있는 울산에서 생산 공급된다. 추진화약의 원료와 뇌관, 신관, 관통자 등의 주요 부품은 자체 생산돼 탄종별로 계열화된 일관 생산체제에 투입된다. 이후 부산과 안강에 위치한 방산 전용공장에서 조립과 포장이 진행되며 하나의 완성탄으로 거듭나는 구조다.
생산 탄약으로는 소구경탄약부터 곡사포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세부적으로는 5.56㎜·7.62㎜·9㎜ 등 소구경탄, 30 골키퍼·40㎜ L/70·76㎜ L/62·127㎜ 등 함포탄, 20㎜ 발칸포탄·30㎜·35㎜ 오리콘포탄 등 대공탄약, 60㎜·81㎜ 박격포탄·105㎜, 155㎜ 사거리연장탄 등 곡사포탄약, 90㎜·105㎜·120㎜ 고폭예광탄·날개안정철갑예광탄 등 전차탄, 227㎜ 다연장로켓 등 군 탄약을 대부분 생산한다.
◇관측포탄 등 포함해 군용탄 고도화에 주력
풍산은 현재 군용탄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탄약은 비축만 하고 있다면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다만 군용탄 시장의 트렌드는 소구경 총탄에서 중대구경 총탄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화포 체계가 광역화, 장사정화 되면서 사거리 연장, 정확도 향상, 지능화를 위한 총탄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풍산은 방산기술연구원을 필두로 소구경부터 미사일 탄두에까지 적합한 연구개발(R&D) 시스템을 갖췄다. 관통력을 향상시킨 대전차 탄약과 사거리를 연장시킨 155㎜ 사거리연장탄, 한국형 구축함에 사용하고 있는 골키퍼(Goal Keeper)탄, 전차와 다수의 병력을 동시에 제압할 수 있는 이중목적탄약 등이 양산을 앞두고 있거나 생산 단계에 있다.
여기에 포탄 내부에 GPS(위성항법장치)를 넣어 탄착군을 정확히 감지할 수 있는 155㎜ 관측포탄 등을 포함해 24개의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과 부산 사업장 내의 설비자동화와 안전 장치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무리 우수한 공급자라도 국내 공급만으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20년대 들어 중동 지역에서 1000억원 규모의 기관총탄 수출 계약을 따낸 데 이어 미국에 수출하는 스포츠탄의 경우 품질 우위의 마케팅 전략을 통해 도매업자들과의 대규모 계약을 늘렸다.
불과 3년 전 6000억원대에 머물던 방산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7958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대에서 40%대까지 상승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내년에는 해외 시장 매출액이 전체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소구경탄 시장 공략을 위해 세운 법인 'PMC Ammunition'의 경우 같은 기간 1억6000만달러에서 1억8000만달러로 증가해 방산 부문의 성장을 거들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가온그룹, ESG보고서 발간 지속가능경영 박차
- SK스퀘어 경영진 성과금, NAV 할인 개선폭 따라 준다
- 미래에셋생명 변액보험, '일석삼조' 재테크 상품
- 비브스튜디오스, AI 포토부스 '스냅파이' 기술력 선봬
- [렉라자 주역 ‘오스코텍’의 지금]자회사 제노스코가 갖는 의미, 상장은 득일까 실일까
- 대웅제약, 막강한 '신약효과'의 명암 '개발비 손상 확대'
- [Company Watch] 인력재편 끝낸 케이엠더블유, 6G 대비 '선택과 집중'
- [LG그룹 인사 풍향계]위기의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역할 남았다
- [LG그룹 인사 풍향계]LG엔솔, 임원 승진 역대 최소…김동명 대표, '유임 성공'
- [현대차그룹 CEO 성과평가]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전동화·전장·비계열’ 다각화 통했다
이호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포스코그룹 CEO 성과평가]보릿고개 넘는 계열사들, 관건은 '비재무적 성과'
- [포스코그룹 CEO 성과평가]장인화 회장, 재건과 회복에 초점 맞춘 한해
- [2024 이사회 평가]지배구조 최상단 ㈜한화, 건설업 부진에 경영성과 '글쎄'
- [2024 이사회 평가]불황 넘는 HD현대인프라코어, 평가시스템·견제기능 '우수'
- [2024 이사회 평가]평가시스템 '부재' 팬오션, 운임지수 하락에 경영성과 부진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부품사도 세대교체, 미래차 준비하는 현대트랜시스·케피코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이규복 사장 승진, 현대글로비스 미래 밸류업 '올인'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송호성 체제 굳건…기아, 성과 기반 임원진 대거 약진
- [재정비 나서는 현대제철]주주환원책 발표 보류, 밸류업 현실화 방안은
- KAI, 폴란드 신화 수뇌부 용퇴…수출 인력 집중 배치 배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