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국내 바이오텍 SI 유치 타깃…의사결정 주목 M&A 포함 지분 매입 요청 꾸준, 일단 펀드 통한 간접투자 행보
최은진 기자공개 2022-09-14 08:14:29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3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바이오텍이 투자 유치 또는 매각 의사를 타진할 때마다 원매자로 빠지지 않는 기업 중의 하나가 롯데다. 바이오시밀러 기업부터 중추신경계질환(CNS) 치료제 및 마이크로바이옴 기업까지, 대상도 다양하다.전문가들은 벤처캐피탈 등을 통한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롯데를 포함, 대기업들을 향한 전략적투자자(SI) 유치 니즈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위탁개발생산(CDMO) 및 신약개발 의지를 공식화한 만큼 이 같은 시나리오에 힘을 더한다는 분석이다.
일단 롯데 측은 현재까지 시장에서 거론되는 바이오텍 투자 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내부적으로 투자 의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희망사항'에 가까운 만큼 실제 투자가 이뤄지기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월 출범 후 석달간 세차례 인수설 "모두 사실무근"
롯데그룹은 위탁개발생산(CDMO)을 목적으로 올해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시켰다. 이후 석달간 총 세번이나 바이오텍 인수설이 불거졌다. 법인이 설립되자마자 치매치료제 개발 기업인 아리바이오 인수를 타진했다가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리바이오는 대기업에 회사를 매각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두번째 인수설 대상은 8월 초 제기된 에이프로젠이었다.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접촉했다는 게 골자였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위한 공장설립 등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해당 보도에 무게가 실렸다.
가장 최근에 나온 인수설은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신약 개발기업인 제노포커스였다. 양사가 지분 인수의 막바지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롯데그룹이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라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제기됐다. 제노포커스는 조회공시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게 없다'고 답변했다.
롯데그룹은 세번의 인수설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작년 바이오 시장 진출을 선언한 후 제기된 '엔지켐생명과학'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밝혔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 '단 한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회사들'이라며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 어떤 계열사도, 부서도 해당 회사들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바이오 회사의 입장만으로 인수설이 보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필요한 바이오텍 '롯데' 주목, SI 유치 효과도
롯데그룹에서 바이오 사업을 검토하는 주체는 공식적으로 세곳이다. 이훈기 부사장이 이끄는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이원직 대표이사가 이끄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신동빈 회장의 아들 신유열 상무가 신사업 담당 역할로 소속된 롯데케미칼이다. 이 부사장은 롯데그룹 전체 M&A 및 투자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이 대표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통해 CDMO 및 신규 투자처 발굴 업무를 한다. 신 상무는 신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서 미래 비전을 그리는 과정에서 바이오 사업을 스터디 하고 있다.
이 세곳이 시장에서 나오는 바이오 M&A건의 티저레터 등을 수령한다. 롯데그룹이 바이오 사업 진출에 대한 의지가 큰 대기업집단인 만큼 매각주체 입장에선 가장 먼저 문을 두드려볼 수 있다. 롯데그룹 역시 여러 루트를 통해 다양한 바이오텍의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보내는 자료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인수 의지가 있다고 보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긋는다.
에이프로젠의 경우엔 노무라증권 IB 대표 출신의 경영진 등을 통해 신 상무가 직접 자료를 수령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 상무가 노무라증권에서 수년간 일했기 때문에 관련 인맥들로부터 티저레터 등 적지 않은 자료를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양사간 실질적인 거래로 이어지진 않았다.
또다른 롯데그룹 관계자는 "단 몇억만이라도 투자해달라는 요청도 있다"며 "대기업 자금을 받는 것만으로도 홍보가 되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간접투자 방식 활용, 국내외 ADC·소부장 업체 등 검토
그렇다고 롯데그룹이 바이오텍 인수 및 투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건 아니다. 바이오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신약개발이나 관련 기술 확보는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10년간 2조5000억원을 바이오의약품 단일 분야에 투자한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펀드를 통한 투자는 시작했다. 롯데지주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국 바이오 전문 투자사인 RM글로벌파트너(RMG)의 펀드에 수십억원의 자금을 집행했다. 해당 운용사들과 펀드에 담을 기업들을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가 드러나지 않도록 간접투자 방식을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CDMO로의 사업확장을 위해 바이오 소부장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텍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보다는 미국·유럽 등 해외 바이오텍을 보고 있다. 이밖에 ADC, 진단 등 다양한 아이템도 검토 대상으로 올려뒀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기 때문에 당장 이뤄지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많은 투자요청이 있고 실무진들까지도 많은 바이오텍을 만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긴호흡으로 긴밀하게 검토할 사안이기 때문에 투자까지는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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