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는 지금]'저가 아파트' 이미지 탈피 딜레마⑥대형사 참여율 높이기 과제, 한정된 용역비로 업체 선정 부담
신준혁 기자공개 2022-09-21 08:07:08
[편집자주]
SH는 서울 내 대형 개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성장해왔다. 그동안 축적해 온 도시개발 사업 노하우가 지방 공기업 중에서 압도적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부분에서 '부침'이 엿보인다. 10년간 이어졌던 급성장세가 주춤하다. 현 정권에선 주택 공급의 '공공성' 강화 기조가 이어져 수익성 약화가 보다 심화될 우려도 있다. SH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6일 10: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도시주택공사(SH)는 '저가 아파트'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헌동 사장이 올 1월 취임한 직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요구한 사안이기도 하다. 공공주택을 최고의 주택으로 만드는 것이 향후 몇 년 동안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이다.이를 위해서는 대형 건설사의 사업 참여가 필수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비롯해 주택 품질 등을 올리기 위해서는 대형 건설사와 손을 잡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문제는 한정된 용역비에서 업체를 선정하다보니 대형 건설사가 선뜻 참여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점이다.
◇대형사 공공사업 투찰율 저조, 다양한 측면서 '동기 부족'
SH는 서울시 도시개발 사업을 전담하는 공기업으로 건설공사보다 도시계획과 발주, 감독 기능에 중점을 둔다. 주택사업의 경우 용역을 통해 건설사를 선정하는 구조다. 민간개발사업으로 따지면 시행사 성격이 강하다.
건설사가 시공사로 입찰에 참여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인다. SH는 실정에 맞는 공사비 책정방식을 개발하고 브랜드 사용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대형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의 참여도는 저조한 편이다.
SH는 원칙적으로 국가종합전자조달 나라장터를 통해 사업자를 모집한다. 건설자재 구매나 단순 용역사업 뿐만 아니라 마곡도시개발사업과 고덕강일공공주택지구, 위례택지조성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도 제한경쟁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했다.
나라장터 입찰 현황을 보면 SH가 발주한 마곡과 위례 등 사업에서 대형 건설사 입찰은 대부분 낮은 투찰율을 기록했다. 투찰율은 예정가격 대비 낙찰 받을 수 있는 최저가격을 나타낸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입찰가격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의미다.
일례로 마곡도시개발사업은 한양과 경남기업, 티이씨건설(양우종합건설), 금호건설, 한화건설, 한신공영 등이 참여했다. 금호건설과 한화건설을 제외하면 대부분 20위권 아래에 위치한 중견 건설사인 셈이다.
고덕강일과 위례사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역시 대형 건설사의 참여율은 저조했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 태영건설, 동부건설 등이 입찰에 참여해 사업을 따냈다.
대형 건설사가 공공기관 발주 건설공사를 기피하는 이유는 SH가 발주하는 공사들의 사업성과 관련이 깊다. 기존 도시정비사업으로 충분한 수주잔고를 확보했기 때문에 공공사업에 힘을 쏟을 동기가 부족하다. 공공발주 아파트를 짓게 되면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 제도에 따라 중소기업 지급자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입찰을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도급과 최저가 입찰 방식은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의 사업 참여를 막는 요인"이라며 "개발공사의 일부 사업지는 한정된 용역비에 맞춰 마감재를 차등 적용한 탓에 단지와 동별 차이가 천차만별이다"고 설명했다.
◇건축비 표준모델 개발, 대안책으로 '공공재개발' 부상
SH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서울기술연구원과 서울형 건축비 표준모델을 개발 중이다. 국토교통부 기본형 건축비와 별개로 고품질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형 건축비 표준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공공재개발 사업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SH가 시행사로서 노후지역을 정비·개발하는 방식이다. 민간 주택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이 달렸다. 민간 재개발과 비교해 용적률과 층수 제한을 완화했고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도 제외했다.
공공재개발은 사업 속도를 높여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용두1구역 공공재개발사업은 현대엔지니어링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최종 시공사로 선정했다.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사업은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하면서 래미안 브랜드를 사용할지 관심이 몰린다.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는 자재조달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며 "용역비 제한으로 인해 민간보다 낮은 수준의 마감재를 사용하면 브랜드 관리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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