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증권 수탁 시대 개막]PBS 사업 한단계 '점프업', 해외선 IB급 비즈니스⑥시너지·경쟁력 강화 카드…성장 잠재력에 무게
양정우 기자공개 2022-09-20 08:08:00
[편집자주]
NH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수탁 비즈니스에 진출한다. 정영채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의 결단과 실무진의 추진력으로 오는 10월 정식 론칭에 나선다. '쇼티지'인 수탁 시장, PBS·판매망과의 시너지 등을 감안하면 새 먹거리로 부족함이 없는 여건이다. 나아가 PBS 파트를 글로벌 시장처럼 거대한 사업 영역으로 도약시킬 발판으로 여겨진다. NH증권이 수탁업에 도전하는 배경과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6일 0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이 수탁 비즈니스를 직접 소화키로 결정한 배경은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파트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카드다. 직접 수탁으로 리스크 관리의 시너지를 얻으면 PBS 본연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PBS는 아직 국내 증권사에서는 핵심 비즈니스로 분류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JP모간 등 글로벌 투자은행 입장에서는 주축 사업 중 하나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환매 중단 사태에도 토종 헤지펀드 시장의 잠재력이 확인된 만큼 국내 PBS도 글로벌 시장처럼 거대한 수익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글로벌 IB, 'PBS' 핵심사업 자리매김…수탁 신사업, 세일즈 포인트
NH증권이 수탁 사업에 뛰어드는 건 물론 신규 비즈니스로서 매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탁 부서가 PBS본부 예하에 편성됐듯이 기존 PBS 사업과 시너지가 예고돼 있다. 수탁 대란 속에 직접 수탁을 맡는 것 자체가 PBS의 세일즈 포인트인 동시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실효성을 배가시킬 수 있다.
PBS는 궁극적으로 헤지펀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유가증권 대여, 자금 대출, 청산 결제, 펀드 관리 등 핵심 업무뿐 아니라 사무실 제공 등 행정 지원에 이르는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PBS 역시 헤지펀드와 마찬가지로 미국 실정법에서 명확하게 규정된 명칭은 아니다. 자본시장 생태계에서 수급 논리에 따라 자생적으로 출현했다.
글로벌 PBS 산업에서 시장점유율 1위는 골드만삭스(2015년 기준 24%)다. 본래 골드만삭스의 핵심 사업 영역은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 △자산운용 및 증권(Asset Management and Securities Services) △거래 중개 및 자기자본투자(Trading and Principal Investments) 등이 3대 축이었으나 2000년 대 후반 들어 기관 고객 서비스(Institutional Client Services)가 추가된다. PBS의 계약 상대방인 헤지펀드는 단연 대표적 기관 고객으로 꼽힌다.
WM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등의 연차보고서(Annual report)엔 PBS 파트의 실적만 별도로 드러나지 않는다"며 "기관 고객 실적에서 Securities services, Commissions and fees 등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IB마다 매년 실적 비중이 바뀌겠으나 현지에서는 통상적으로 20% 정도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IB는 회사채, 유상증자, 기업공개 등 주요 조달 이벤트에서 증권 총액인수업자(Underwriting house) 역할을 뜻한다. 유가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자(기업)와 자금 공급자인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전통적 중개 업무를 맡는다. 글로벌 IB의 경우 여기서 더 나아가 수요자(헤지펀드)에 투자금을 빌려주거나 공매도시 주식을 대여해주는 전담 중개업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국내 PBS 시장은 현재 NH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이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증권사가 각각 시장점유율 20~26% 수준을 차지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토종 헤지펀드 시장은 환매 중단 쇼크 이후 빠르게 과거 규모를 회복한 후 매달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성장 여력이 충분한 시장에서 경쟁사를 따돌리는 데 직접 수탁 사업이 '키(Key)'로 여겨진다.
◇주식 대여 등 핵심 수익원, 국내 시장 한계…리스크관리형 수탁, 돌파구 기대
2011년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할 당시만 하더라도 증권사마다 PBS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했다. 물론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라는 악재의 여진이 남아있겠으나 국내 PBS는 아직까지 기대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증권사는 수익 구조 측면에서 글로벌 IB와 결이 다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세계적 플레이어의 PBS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주식 대여(Securities Lending)다.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여로 확보하는 수수료 수입이 전체 수익에 45% 정도를 차지한다. 계약 체결에 따른 단순한 서비스 비용(Service Fees)은 10%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주식 대여는 물론 레버리지 제공, 시드머니 투자 등 다각도로 파생되는 서비스가 PBS의 수익성을 좌우한다. 글로벌 시장엔 각양각색 전략을 가진 헤지펀드가 즐비한 만큼 아이디어의 현실화를 보조해주는 PBS도 막대한 수익을 거머쥔다. 국내외 헤지펀드의 니즈가 가장 큰 것도 역시 주식 대차와 신용 공여 등이다.
하지만 국내 PBS 파트는 리스크 관리의 벽에 막혀 핵심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 신용 공여 등 자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탓에 운용업계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최근 헤지펀드 선두권인 하우스가 담당 PBS에 레버리지를 요청했으나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한 사례도 나왔다. 특정 증권사에서는 설정 규모가 큰 대형 펀드마저 연달아 1% 수준(최대 한도 400%)의 자금만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메이저 운용사도 곤욕을 치르는 여건인 터라 중소형 하우스는 한층 더 제한적인 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이런 보수적 스탠스는 증권사 PBS 파트의 의도와는 무관하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세일즈 역량을 키우고 수익성마저 끌어올릴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차단할 가능성은 낮다.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등 리스크 파트에서 환매 중단 이벤트 이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업계에서는 NH증권의 수탁 사업 진출을 주시하고 있다. 증권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모델이 제대로 구축되면 향후 위험 차단의 효과를 입증해 나갈 수 있다. 이런 관리 시스템이 완비되면 유가증권 대여와 레버리지 제공 등 주요 서비스도 순차적으로 보수적 스탠스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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