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9월 22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자회사를 지난해부터 정리하고 있다. 사익편취 규제 강화에 대비해 자회사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거나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그중 외부에 경영권을 넘기지 않은 코스비전이 눈에 띈다. 외부에 매각한 퍼시픽글라스·퍼시픽패키지의 주요 사업은 용기 제작과 포장지 사업인 반면 코스비전은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기지다.
화장품 제조·판매에서 파생된 부가 사업은 경영권을 넘겨주더라도 주요 생산기지만은 외부에 넘길 수 없다는 의지이자 코스비전의 내부거래를 줄일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프리미엄 화장품은 고도의 제조 기술과 성분이 적용되기 때문에 외부에 생산을 맡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외주를 주는 것은 주요 성분과 배합 기술을 경쟁 업체에 알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코스비전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주요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도 외주를 주긴 하지만 대표 상품이자 고가의 프리미엄 라인 설화수만은 내부에서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성분과 배합에 맞춰 용기와 포장을 특수 제작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이 경우 용기·포장 제작사에도 원료를 공개해야 한다. 영업비밀을 철저하게 사수하기 위해서는 용기 제작과 포장도 내부에서 해결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퍼시픽글라스·퍼시픽패키지·코스비전 등이 내부거래로 매출 대부분을 올리는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는 총수일가를 향한 사익편취 규제 물망에 오르는 위기에 놓이지만 그 이면에는 영업비밀을 사수하기 위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사업구조이기도 했다.
불가피하게 부가 사업을 진행하는 퍼시픽글라스·퍼시픽패키지는 각각 프랑스에 위치한 베르상스와 오타종에 경영권을 넘겼지만 그래도 코스비전만큼은 여전히 그룹의 품 안에 남겨둬야 했던 이유다. 올해 창립 77주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의 농축된 기술을 공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선구자이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창업자 서성환 선대 회장은 생전에 "과학과 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해야만 세계 선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최초로 받은 특허도 1963년 출원한 '수용성 포마드 제조방법'이다. 사업경쟁력은 자체 기술에서 비롯된다는 생각때문이다.
선대 회장의 명맥을 잇고 있는 오너 2세 서경배 회장도 이러한 경영철학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찌 보면 내부거래를 줄이는 것보다 자회사의 지분을 정리하는 방향을 택한 건 선택이 아닌 필수는 아니었을지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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