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9월 27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기업 식품사들에게 해외사업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숙명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인구 절벽'에 들어섰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세는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뚜렷한 대안 없이 이대로 가다간 국내 식품사들의 역성장이 불가피한 셈이다.하지만 식품사 CEO(최고경영책임자) 입장에서 해외사업의 불확실성에 베팅하는 게 쉽지 않다. 예컨데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을 수출기업으로 만들었다. 이미 삼양식품의 매출 중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불닭면의 성공을 예견할 수 있었을까. 복합적이고 우연적인 요소들 사이에서 성공요인을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내부에서도 이같은 성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다.
이와 달리 풀무원은 어떤 식품사들보다 해외사업에 공을 들였다. 1991년 미국법인(Pulmuone U.S.A., Inc.)을 설립한 이후 30여년 동안 시장을 공략해 왔으나 아직까지도 적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회계상 평가도 부정적이다. 2021년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풀무원은 미국법인의 개별 사업장 현금창출단위에 대한 손상검사를 수행했다. 그 결과 현금창출단위의 장부금액이 회수가능액을 초과해 53억원의 손상차손을 기타영업외비용으로 인식했다.
그동안 풀무원이 미국법인에 쏟아부은 돈만 해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시상 확인할 수 있는 2013~2021년까지 풀무원 미국법인의 연간 순손실을 모두 합하면 2250억원이다.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위치한 풀무원의 연결기준 연간 순이익은 2020년 118억원, 2021년 3억원에 그쳤다. 순이익 규모가 다소 컸던 2017년에도 300억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었다. 미국법인의 순손실이 없었다면 풀무원 주주들의 이익이 더욱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풀무원이 미국 사업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던 건 아니다. 2016년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Nasoya)'를 인수한 이후 현지에서 두부사업을 확장했다. 또 미국 진출 29년만인 2020년 분기 기준으로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아시안누들로 미국 내에서 매출 3000만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법인이 연간 기준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효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30년이라는 세월까지 감안하면 더이상 효율성을 보고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올해도 미국법인이 흑자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최근 10년간 미국법인 매출은 분명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이같은 성과를 내고 있는 우리나라 식품사가 거의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해외사업이 꼭 '효율성'을 잣대로 이뤄지는게 아니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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