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대우조선 인수가 끝이 아니다…'KAI' 주목 KAI 최대주주 수출입은행 지분 26.41%…대우조선 통한 KAI 인수설 제기
김서영 기자공개 2022-09-29 07:37:33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8일 14: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의 인수전이 대우조선해양으로 끝나진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KDB산업은행과 한화그룹은 대우조선과 더불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두 차례 인수전을 통해 육해공 방산 분야를 아울러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28일 IB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한화그룹 사이의 대우조선 인수합병(M&A) 딜에 KAI가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올해 11월 말 대우조선 M&A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KAI 인수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에 돌고 있는 한화그룹의 KAI 인수설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화그룹의 KAI 인수 가능성을 묻는 더벨 기자의 질문에 강석훈 산은 회장은 "산은의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KAI 매각에 있어 산은의 소관이 아니라는 강 회장의 대답은 틀린 말이 아니다. 산은과 KAI는 현재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다. KAI와 관계가 있는 건 바로 한국수출입은행이다. 수은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KAI 지분 26.4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KAI 민영화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은행 자본규제인 ‘바젤Ⅲ(국제은행자본규제)’의 적용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수은이 KAI 지분 매각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바젤Ⅲ가 도입되면 자본건전성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수은 입장에서도 KAI 지분 가치가 장시간 하락하고 있어 고심이 깊은 상황이었다. 올해 은행 건전성 관리 등 글로벌 규제를 고려할 때 지분 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KAI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수은은 2016년까지만해도 지분 7.74%만 보유하고 있었다. KAI의 민영화 작업은 2013년과 2016년에도 추진됐지만 모두 무산됐다. 이에 KAI는 2016년부터 건전성 위기에 시달려 왔다. 이에 따라 같은 해부터 수은은 두 차례에 걸쳐 산은으로부터 현물출자 방식으로 KAI 지분 18.67%를 넘겨받았다. 당시 수은은 KAI 주식을 주당 6만4100원으로 평가했다.
IB업계에서는 향후 KAI 인수 주체로 대우조선이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유증으로 2조원을 지원하면 대우조선 채권단 입장에선 상환을 요구하게 된다. 수은은 대우조선 전환사채(CB) 2조3328억원을 보유한 최대 채권자다. 수은이 CB 상환을 유보하는 데 합의하는 조건으로 KAI 지분 매각을 받아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을 통해 KAI를 인수하는 데 인수 대금 2조원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한화그룹이 KAI 인수까지 조달할 여력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금 조달의 대안으로 대우조선에 유증으로 투입한 자금을 활용한다는 안이다. 만약 대우조선과 KAI 딜이 모두 성사된다면 한화그룹 지배구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우조선→KAI'로 이어지게 된다.
상환이 유보된 수은의 2조원 규모 CB는 한화그룹이 갚아간다는 구상이다. KAI가 대우조선 자회사가 되면 수은 입장에서도 채권 변제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된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에 대한 수은의 주요 채권·채무금 총액은 2조9257억원이다. 수은이 채권·채무 변제를 모두 받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대우조선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고 잉여현금흐름(FCF)이 풍부해져야 변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들어 KAI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한다. KAI는 최근 대형 수출 계약 체결에 성공하며 실적 회복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우크라이나에 군수 물자를 지원하던 폴란드는 KAI를 비롯한 한화디펜스, 현대로템 등 국내 방산 3사의 제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이중 KAI는 지난 16일 폴란드와 FA-50 경공격기 48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액 2조5623억원의 16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KAI가 대우조선의 자회사가 되면 KAI 실적이 대우조선 연결 재무제표로 잡히게 된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의 연결 수익성이 개선되고 FCF가 확대되면 수은에 채권 변제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이 조성된다. 또 다른 채무 변제 열쇠는 바로 배당이다. 한화그룹에 인수된 KAI가 모회사인 대우조선에 배당을 올려주고 이를 채권 변제에 사용할 수 있다.
KAI는 최근 20~30%대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수주잔고가 장기간에 걸쳐 매출로 인식되는 만큼 회사가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KAI는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으로 8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으며 지난해 한 해 연결당기순이익 639억원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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