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은 지금]최윤범 부회장 '승승장구', 장세준 부회장 '권토중래'⑤고려아연 실적과 신사업 모두 돋보여… 코리아써키트도 실적 성장 현재진행형
강용규 기자공개 2022-10-06 07:30:07
[편집자주]
영풍그룹에서 잡음이 흘러나온다. 고려아연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떠오르는가 하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조업정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풍과 고려아연 등 핵심 계열사들의 신사업 행보가 주목받고 있으며 오너 3세 경영자들이 경영능력을 입증해가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도 함께 감지된다. 영풍그룹이 마주한 눈앞의 이슈들을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4일 16: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그룹 계열분리설은 최근 고려아연 측에서 돌출된 백기사 확보 움직임 때문이기도 하지만 복수 가문의 공동경영체제는 세대가 지나갈수록 오너들 사이의 유대감이 옅어진다는 점에 근원을 두는 측면도 있다. 현재 영풍그룹의 경우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 모두 오너 3세 세대가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은 영풍그룹 오너 3세의 대표격이다. 본업에서의 실적 성과는 물론이고 신사업에서도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씨 가문에서는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이사 부회장이 과거 영풍전자에서의 실패를 뒤로 하고 실적 성과를 쌓으며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중이다.
◇ 최윤범 부회장, 고려아연 본업과 신사업 모두 ‘맑음’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은 1975년생으로 영풍그룹 최기호 공동창업주의 장남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2007년 고려아연에 입사한 뒤 2014년 호주 자회사 SMC(선메탈스코퍼레이션) 사장을 거쳐 2019년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20년 말 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최 부회장의 대표 선임 이전부터 고려아연은 연 6조원 이상의 매출과 7000억~8000억 수준의 이익을 내고 10%대의 부채비율에 실질적 무차입 경영을 하는 탄탄한 기업이었다. 최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새 먹거리를 찾고 있다. 2차전지소재, 자원순환, 신재생에너지를 3대 축으로 하는 신사업 육성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통해 경영능력을 드러내고 있다.
최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전해 제련기술을 동박 제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2020년 자회사 케이잼을 설립하고 동박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케이잼은 올해 안에 연 1만3000톤 규모의 동박 생산공장을 가동하며 단계적으로 2027년 연 6만톤 규모로까지 증설이 예정돼 있다. 그간 최 부회장이 케이잼의 육성을 위해 결정한 투자금액은 총 8400억원가량이다.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를 앞세워 현지에서 신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공급사로서 입지를 다졌다. 이 과정에서 한화임팩트의 미국 투자 자회사 한화H2에너지USA가 고려아연에 4700억원의 지분투자를 실시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특히 한화그룹의 고려아연 지분투자는 최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두 오너 3세 경영자의 친분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고려아연 계열분리설이 재계에 퍼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추후 최 부회장이 고려아연을 들고 독립에 나설 때 한화 측이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물론이고 영풍 측에서도 계열분리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신사업 분야에서의 두드러지는 행보에 가려 있지만 최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실적 측면에서도 역량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이후 고려아연은 실적이 해마다 성장 중이다. 지난해는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매출 10조원 돌파가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사업보다도 본업에서의 실적개선이 최 부회장의 ‘진면목’이라고 보는 시선도 나온다.
금속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2019년 세계적인 아연 제련수수료 하락, 2020년 코로나19, 올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침체 등을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실적이 증가하고 있다”며 “최 부회장이 오너로서 안정적 경영체제를 구축한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장세준 부회장, 반도체기판 호황 극대화 ‘시계 양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이사 부회장은 1974년생으로 영풍그룹 장병희 공동창업주의 차남인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장씨 가문은 2015년 장형진 회장이 영풍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로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영풍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둔 채 산하 전자계열사 및 상사(서린상사)에서만 오너십을 발휘하고 있다.
코리아써키트는 스마트폰 주기판(HDI)과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 등 전자기판을 생산하는 회사로 테라닉스(시그네틱스의 지배회사)와 인터플렉스를 거느리는 영풍그룹 전자계열사의 ‘맏형’격 기업이다. 재계에서는 장 부회장이 코리아써키트의 경영을 이끄는 만큼 영풍그룹 장씨 가문의 후계자로 낙점됐다고 본다.
장 부회장은 2009년 그룹의 반도체 패키징 계열사 시그네틱스의 전무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13~2016년 영풍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6년부터 코리아써키트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8~2019년 미등기임원으로 일하다 2020년 단독 대표이사로 복귀해 진정한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장 부회장은 코리아써키트 단독 대표에 오른 이후 나쁘지 않은 경영능력을 보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2020년은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 탓에 매출이 전년 대비 66% 증가하고도 영업이익은 3.3% 감소하는 수익성 부진에 시달렸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35% 급증하는 성과를 올렸다.
장 부회장은 세계적인 전자제품 고성능화 추세에 대응해 코리아써키트가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에 최적화된 기판인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기판의 제조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썼다. 전자업계에서는 이 준비가 2021년 코리아써키트가 보여준 이익 급성장의 발판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코리아써키트는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재계나 전자업계에서는 장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품는 시선도 일부 존재한다. 이는 장 부회장이 2013~2015년 영풍전자 대표 재임기에 별다른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에 근거한다. 당시 영풍전자는 2012년 매출 4431억원, 영업이익 579억원에서 2015년 매출 2030억원, 영업손실 201억원으로 쪼그라들며 실적 부진기를 보냈다.
재계 관계자는 “장 부회장은 과거 영풍전자에서의 실패를 딛고 코리아써키트에서 다시 경영능력을 입증해가는 중”이라며 “앞으로의 성과를 통해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 계열사 영풍에서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게 될 수 있을지 여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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