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관리 끝난 두산에너빌리티, 전문경영인 '투톱'에 쏠리는 시선 2020년 7월부터 현재의 3인체제 유지...기존 체제 유지 전망
조은아 기자공개 2022-10-24 07:41:34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1일 10: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주요 그룹의 임원인사가 예년보다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사를 일찌감치 실시해 내년 사업 계획을 미리 세우고 높아진 불확실성에 대비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한화그룹은 사장단 인사를 마쳤다.주요 그룹 가운데 올해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난 두산그룹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말 두산그룹은 ㈜두산과 두산퓨얼셀 CEO를 일부 교체했다. ㈜두산 대표이사 3인 가운데 곽상철 사장이 빠지면서 문홍성 사장이 합류했고 두산퓨얼셀에서는 분사 때부터 대표를 맡았던 유수경 부사장이 물러난 자리를 정형락 사장이 채웠다.
그러나 두산그룹의 채권단 관리 체제를 촉발한 두산에너빌리티는 2020년 하반기부터 오너경영인인 박지원 회장 아래 COO(최고운영책임자)인 정연인 사장, CFO(최고재무책임자)인 박상현 사장을 둔 3인 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사를 확정하려면 채권단의 재가가 필요했다는 점 역시 한동안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두산그룹은 올해 3월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났다. 2020년 3월 주력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가 KDB산업은행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한 지 23개월 만에 이룬 조기 졸업이다. 두산그룹은 긴급 자금 3조원을 모두 상환했을 뿐만 아니라 두산에너빌리티를 중간지주사로 두는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도 마무리지었다.
'전쟁'이 끝난 만큼 두 전문경영인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두산그룹은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한다는 이유로 연말 정기인사를 없앤 뒤 수시인사를 도입했지만 보통 이듬해 주총을 앞두고 하반기에 인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연인 사장과 박상현 사장은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 대표를 맡아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낸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실적 역시 순항하고 있는 만큼 재계는 당분간 두 사람의 투톱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두 사람이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자산 매각, 차입 상환 등에 주력해왔다면 앞으로는 신성장 투자와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회사를 이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겪은 위기는 최근 몇 년의 CEO 인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떠난 사람만 여럿이다. 특히 정연인 사장이 맡고 있는 관리부문 대표는 2018년 정지택 전 부회장이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뒤 같은 해 말 김명우 전 사장도 같은 이유로 물러난 자리다.
정 사장은 2018년 12월 회사를 떠난 김명우 전 사장의 후임으로 관리부문장에 올라 이듬해 3월 정기 주총을 통해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거의 4년째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사장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CFO를 지낸 최형희 전 부사장의 후임으로 2020년 7월 CFO에 선임됐고 이듬해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최 전 부사장 역시 당시 임기를 채우지 않고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났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채권단 체제에 막 접어들었던 시기다.
2년이 조금 넘는 사이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그룹 중간지주사로 발돋움하면서 그룹의 성장 동력을 이끄는 허리가 됐다. 기존 두산중공업에서 두산에너빌리티로 사명을 바꾸면서 새출발을 위한 준비도 마쳤다.
구조조정을 무사히 마치고 여러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도 대폭 개선했다. 지난해부터 실적 역시 순항 중인 데다 원전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 사람의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데다 거의 10년 만에 두산에너빌리티가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박지원 회장과 정연인 사장, 박상현 사장의 3인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1963년생으로 1987년 두산에너빌리티의 전신인 한국중공업에서 엔지니어로 첫발을 뗐다. 2009년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로 자리를 옮겨 운영혁신과 생산총괄을 맡았고 2015년 다시 두산에너빌리티로 복귀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만큼 실무에 밝아 사업지원 역할을 겸하는 관리부문 대표에 적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 사장은 1966년생으로 그룹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이다. 최근 10년간 몸담는 계열사마다 CFO를 역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에 둥지를 튼 건 2020년 7월이다. 위기에 빠진 두산에너빌리티의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이동 2달 만인 2020년 9월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했고 상반기 말 기준 두산에너빌리티의 부채비율을 100% 수준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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