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매각 '강수' 배경은 2000년 인수 이후 첫 지분 매각...재무구조 개선 및 신사업 투자 방점
조은아 기자공개 2022-09-02 07:48:59
이 기사는 2022년 08월 31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를 인수한 지 22년 만에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 매각이 마무리되면 지분율이 인수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다.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하지만 그만큼 ㈜두산의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투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이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약 4.5%(2854만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두산이 보유하고 있던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2억2323만주 가운데 13%에 이르는 물량이다. 31일 장 개시 전 블록딜 수요를 확인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을 처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그룹은 2000년 당시 한국중공업이던 두산에너빌리티를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인수했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가 흥망성쇠를 겪는 동안 보유 주식을 꾸준히 늘리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다.
블록딜이 마무리되면 ㈜두산의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율은 35.14%에서 30.5%로 떨어진다. 인수 이후 최저치다. 다만 2대주주가 국민연금으로 지분율이 5.50%에 그치는 만큼 당장 경영권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약 60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두산 관계자는 "확보한 유동성으로 차입금 등을 상환해 재무구조를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말 ㈜두산의 개별기준 부채비율은 77.6%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총차입금은 1조7983억원에 이른다. 특히 순차입금이 지난해 9833억원에서 1조5127억원으로 급등했다.
㈜두산은 올 초 두산에너빌리티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보유 현금이 줄었는데 이번 지분 매각으로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의 별도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5851억원에서 2분기 말 2871억원으로 3000억원가량 줄었다.
㈜두산의 갈 길이 멀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두산그룹의 지주사이지만 자체 사업도 하고 있다. 최근 신사업으로 낙점한 사업 분야는 △수소 △연료전지 △첨단소재 △협동 로봇 등이다. 신사업 육성뿐만 아니라 자회사 사업도 챙겨야 하는 탓에 돈 들어갈 곳이 많다. 그룹 차원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 외 그룹을 대표할 새로운 회사를 키워야 할 필요성도 높다.
특히 신사업을 이끄는 자회사 3곳이 뚜렷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판단 역시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DLS)는 유통물류 자동화 시스템,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수소드론 등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 3사의 매출 합계는 1035억원으로 전년(369억원)보다 180% 뛰었다. 올해는 매출 2000억원 낼 것으로 내부에서 전망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그룹의 대표 기업이자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기존에도 두산에너빌리티 비중이 높았지만 구조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중요성과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
핵심 회사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던 배경에 실용을 중시하는 그룹의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나온다. 과거에도 두산그룹은 그룹을 먹여살려 왔던 기업을 미련없이 팔며 특유의 유연함을 통해 체질을 바꿔왔다.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매각 역시 지배력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금을 쉽게 조달했다는 의미 정도로 봐야한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수한 건 2000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두산과 두산건설로 구성된 두산 컨소시엄이 한국중공업을 인수했고 인수 직후 이름을 두산중공업으로 바꿨다. 지분율은 ㈜두산이 31%. 두산건설이 7.2%였다.
이후 2002년 두산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을 ㈜두산에 매도하면서 ㈜두산의 지분율은 38.2%로 높아졌다. 이후 ㈜두산은 시장에서 꾸준히 지분율 사들여 2004년 지분율을 41%대까지 높였다.
한동안 큰 변동이 없던 지분율에 변화가 온 건 2014년부터다. 상환전환우선주 발행과 유상증자를 반복하면서 지분율도 등락을 오갔다. 한때 48%까지 높아졌던 지분율은 올해 다시 낮아졌다.
지금의 지분율이 완성된 건 올 초 ㈜두산이 두산그룹 경영 정상화의 마무리 단계였던 두산에너빌티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다. 보유 주식 수에 따라 신주 2603만1495주를 배정받았으나 이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1822만2047주를 인수하면서 지분율이 다소 낮아졌다. 출자 금액은 2916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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