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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의혹' 일양약품, 오너 2세는 팔고 3세는 샀다 코로나 치료제 이슈로 주가 변동, 임상 실패 공시 후 정유석 부사장 집중매입

최은진 기자공개 2022-10-26 09:07:56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5일 10: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양약품이 코로나19 연구개발 결과를 왜곡해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오너일가의 주식매입 및 매도 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주가가 급격하게 올랐거나 하락했을 때와 시기가 맞물리기 때문이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현금이 필요했던 오너 2세들은 코로나19 이슈로 한창 주가가 오를 때 지분을 매도했다. 반면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은 관련 치료제가 실패했다는 공시로 주가가 급락한 후 집중매수했다.

일양약품의 최대주주는 지분 21.84%를 보유한 정도언 회장이다. 정 회장은 1948년생으로 올해 75세다. 창업주인 고(故) 정형식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경영권 및 지분을 물려받았다. 1999년부터 일양약품 대표이사로 활약하다 2015년 물러났다. 고액연봉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있지만 표면상으로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정 회장이 물러나기 4년 전인 2011년 사내이사에 오른 장남 정유석 부사장에게 힘이 실렸다. 다만 정 부사장은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이사 역할만 했다. 대표이사직은 2008년 정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였던 중앙연구소장 출신 김동연 대표가 단독으로 맡았다.

표면적으로 최대주주가 경영에서 손을 뗀 지 약 10년이 흘렀지만 지분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후계자로 꼽히는 정 부사장은 2009년과 2011년 일양약품의 유상신주를 취득하며 지분을 늘렸지만 이후론 뚜렷한 움직임이 없었다.

정 회장의 동생들인 오너2세들은 2018년 1월 부친인 정 명예회장의 별세로 주식 7만3000주를 상속받았다. 정 명예회장의 부인인 이영자 여사(2만1426주)와 차남인 정영준씨(1만2984주), 삼남인 정재형씨(1만2893주), 사남인 정재훈씨(2만5787주)가 각각 나눠서 상속받았다. 이미 최대주주 지위에 오른 정 회장의 몫은 없었다.

이렇게 일양약품의 주식을 소유한 오너일가는 정 회장을 중심으로 모친과 동생들, 그리고 장남과 차남이었다. 이들 오너일가는 2018년 상속 이후 눈에 띄는 지분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갑작스럽게 일양약품 오너일가 사이에 지분변동이 발생했다. 3월 13일 일양약품이 자사 신약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48시간 내 70% 소멸시킨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후부터다. 이 보도자료로 일양약품은 상한가를 쳤고 2만원대였던 주가는 불과 4개월만에 10만6500원까지 치솟았다.

2018년 상속받은 정 회장의 모친과 동생들은 이 시기를 틈타 매도에 나섰다. 모친인 이영자씨는 4월 21일부터 2번에 걸쳐 보유주식 2만1426주 전량을 매도했다. 둘째 정영준씨는 보유주식 중 10%를 한차례 매도했다. 셋째 정재형씨는 3월 18일을 시작으로 6월 5일까지 총 8번 걸쳐 우선주 6만주 전량을 팔았다. 보통주의 경우엔 한차례 매수를 하기도 했으나 당초 보유하고 있던 9만여주 중 약 절반을 매도했다.

이에 대해 당시 일양약품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상속세의 연부연납 기간이 최대 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금납부를 1년여 앞두고 현금마련에 나섰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정 회장의 후계자로 꼽히는 장남 정 부사장은 일양약품 주식을 매입했다. 오너2세들과는 다르게 주가가 한창 올랐던 2020년이 아닌 주가가 급락한 2021년에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 부사장은 2020년 4월 21일 한차례 주식을 매입하고 움직임이 없다가 2021년 3월 12일부터 11월 15일까지 총 33번에 걸쳐 일양약품 보통주 3만366주를 사들였다. 지분율은 3.8%에서 4.1%로 0.3%포인트 늘었다. 총 12억원 규모다. 평균매입단가는 3만1474원이다.

주목할 부분은 정 부사장이 집중매입에 나서기 일주일 전인 2021년 3월 4일 일양약품이 공시를 통해 슈펙트의 코로나19 임상 3상 결과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 공시로 일양약품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5만원대였던 주가는 1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특히 정 부사장 뿐 아니라 그의 동생인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가 실패 공시가 난 후인 3월 16일 일양약품 주식 2000주를 매입했다는 점도 짚어볼 부분이다.

수사기관은 일양약품이 R&D 결과를 왜곡 발표하며 주가 변동성을 부추긴 후 오너일가가 유리한 시점에 각각 매수 및 매도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금이 필요한 오너2세들은 주가가 급등할 때 팔아 높은 시세차익을 얻었고 오너3세는 주가가 곤두박질 친 상황에서 싼 값에 주식을 사들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양약품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특히 정 부사장의 매입과 관련해선 당사자 개인의 판단이었을 뿐 회사는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오너2세들이 지분을 매도한 건 상속세 때문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정유석 부사장이 매입한 배경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며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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