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사고' 대한항공, ESG 경영 영향은 중대재해법 비해당, 등급은 조정 가능성…이수근 부사장 역할 커질 듯
허인혜 기자공개 2022-10-28 07:36:37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6일 16: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부 활주로 이탈사고로 대한항공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지배구조를 개선하며 ESG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지만 올해 평가에서는 사회부문의 점수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올해 1월 CSO(최고안전책임자)를 겸임하게 된 이수근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의 역할이 커지게 됐다. 대한항공은 ESG 경영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안전관리 부문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ESG 사회부문 등급 조정되나…대한항공 "기상악화에 따른 사고로 판단"
대한항공 여객기 KE631편의 필리핀 세부 활주로 이탈사고에 따른 ESG 관련 여파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ESG 등급 하락 가능성과 중대재해처벌법 해당 여부 등이다.
ESG 점수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한국ESG기준원(옛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2020년·2021년 ESG 평가에서 통합 A등급을 받았다. 지배구조 부문에서 B+ 점수를 받아왔지만 개선노력을 지속하면서 A등급으로 상향됐다. 사회부문은 A+, 환경부문이 A다.
사회부문 등급이 낮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항공사는 아니지만 안전사고의 여파로 ESG 등급이 내려간 기업 선례가 많다. 올해 한라, 한국전력 등이 산업재해로 사회부문의 점수가 하향조정됐다. 한라는 건설현장 사망사고로 A에서 B+ 등급이, 한국전력은 곡성 협력업체 근로자사고로 A에서 B+ 등급이 됐다. 에쓰오일은 폭발사고로 환경부문의 영향이 더 크게 평가돼 환경부문 등급이 하락했다.
다만 이들의 등급 조정은 직접적인 인명사고나 환경 피해가 나타나며 이뤄졌다. 대한항공은 제한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ESG기준원의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은 사회부문의 소비자·근로자 안전 및 보건, 피해보상 등의 지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사고 원인으로 브레이크 고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만큼 안전점검 항목도 재평가될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고를 수습하는 단계로 ESG 등급 등에 대한 내부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고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기상악화에 따른 사고로 판단되며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제도조직이 미비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중대재해법 처벌은 피하게 됐다. 부상자와 사망자 등의 인명피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 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1조 목적에 따르면 이 법은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공무원이나 법인의 처벌을 규정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법에서 보호하는 중대산업재해, 중대시민재해 모두 해당사항이 없다.
중대산업재해는 △1명 이상의 사망자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일컫는다. 중대시민재해는 △1명 이상의 사망자 △동일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면 인정된다.
◇안전 중심기조 강화할 듯…이수근 CSO, 현장본부 지휘
이번 사고로 인해 대한항공의 ESG 기조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전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ESG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안전회의체를 구축해 연2회 안전보안 정책 수립과 계획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신규 안전관리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인명 무사고 운항 지속을 위해 승무원의 개인별 비행자료도 분석한다.
올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보안실 산하 산업안전보건팀을 산업안전보건실로 격상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산업안전보건실은 법령에 따른 재해 방지 정책을 수립해 인력을 배치하고 예산을 편성하도록 했다. 안전보안실은 항공안전보안실로 명칭이 변경됐다. 항공기 안전 운항을 위한 안전 전략계획 수립과 안전 조사 등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CSO(최고안전책임자)도 신규 선임했다. 이수근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이 CSO를 겸임하고 있다.
첫 해에 사고가 발생하며 이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게 됐다. 이 부사장은 1986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자재부, 시설환경부, 정비본부 등을 거쳤다. 시설환경부 담당임원, 정비본부 부본부장, 정비본부장 등을 역임한 안전관리 부문 베테랑으로 불린다.
이 부사장은 세부 현지에서 현장대책본부를 진두지휘 중이다. 대한항공은 24일 현지 본부에 40여명의 인원을 파견했다. 정비·안전보안·항공의료·운항·객실·운송·현장지원팀 등이 포함됐다. 본부는 승객 조치와 후속 조치, 사고 처리 등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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