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선·러스트 벨트' 잡은 공화당, 지역경제 책임지는 현대차[완성차] '조지아·앨라배마' 움직인다…HMGMA 10.3조 쓴 현대차, 美 고용창출만 19만명
허인혜 기자공개 2024-11-21 07:46:11
[편집자주]
정치인의 유전자와 사업가의 유전자는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를 재탈환하면서 정치인이자 사업가이고 엔터테이너인, 혼합 DNA를 지닌 독특한 인물을 우리 산업계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협상이 아닌 거래를 추구하고 보상 없는 비호는 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다. 사업가의 마음을 지닌 미국 최고의 권력은 국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달라진 거래 방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더벨이 '사업가 트럼프'가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과 기업들의 대응법을 분석하고 앞으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9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되자 인플레이션방지법(IRA) 운명에 국내 제조기업들의 눈이 쏠린다. IRA 시행에 맞춰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건설을 결정할 만큼 큰 영향을 받았던 현대차그룹은 더 바짝 레이더를 세웠다.IRA는 현대차에 양날의 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대규모 생산기지를 세운 지금은 오히려 폐지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단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현대차의 체급은 트럼프 1기 시절과 다르다. 바이든 정부를 지나며 조지아 생산기지를 더 키웠고 대미 투자 금액도 늘었다.
현대차가 미국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더 직접적이고 강력해졌다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응한 덕에 트럼프 2.0에 대처할 더 강력한 무기가 생겼다. 통상전문가들도 대미 투자를 레버리지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국내 기업이 미국 지역경제와 고용에 기여한 바를 홍보하자면 현대차만큼 적합한 기업을 찾기도 어렵다.
◇'땡큐 현대차'에…IRA 폐지,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의 기조는 명확하다. IRA의 폐지다. 코트라(KOTRA)가 10월 발간한 '2024 미 대선 향방에 따른 자동차 산업 전망'에는 공화당 의원들이 IRA와 관련해 발의한 법안들이 정리돼 있다. IRA 폐지와 수정, 자금지원 금지 등의 법안이다.
다만 쉽지 않다는 전망이 안팎에서 나온다. 민주당이 미국 상원 다수당을 차지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사실상 공화당 의원들도 IRA 전면 폐지만을 주장하기는 난감한 상황이다.
정치 기반의 지역성 때문이다. 공화당 기반의 지역들은 러스트 벨트(Rust belt)가 주를 이룬다.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선 벨트(Sun belt)도 공화당 텃밭이다.
IRA를 폐지하면 해당 지역의 경제적 피해가 예견된다. 러스트 벨트와 선 벨트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것은 미국 외 글로벌 기업이다. 이들의 생산 기지가 고용을 창출한다. 또 외부 투자유치의 창구 역할도 수행한다. 러스트 벨트인 미시건과 선 벨트인 조지아와 앨라배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차와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공장이 밀집해 있다.
공화당 의원들이 제출한 IRA 폐지·개정 법안을 자세히 보면 이런 기조는 더 확실하다. 미국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인 마코 루비오 등의 발의안을 포함해 적어도 10회 이상 법안이 제출됐는데 에너지 절약 등 항목은 '폐지' 등 강경한 주장을 편 반면 전기차와 관련해서는 개정 등 비교적 미온적인 반응이 감지된다.
대미 지역 투자가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가시화됐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등 현대차가 집중적으로 투자한 미국 지역 정치인들은 앞다퉈 내한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및 현대차 경영진과 미팅하고 투자에 대한 감사를 직접 표현한다. 지역 경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와 바이든 행정부, 현대차의 비약적 성장이 맞물리며 현대차와 미국 지역의 경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연 관계로 성장했다. 결국 현대차의 입지 축소와 하락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트럼프 당선인도 IRA의 완전한 배척은 어렵다.
◇HMGMA에만 10.3조 쓴 현대차, 무뇨스 "미국인 19만명 직간접적 고용 중"
현대차의 지역경제 기여도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 될 수 있을까. 조지아주 투자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지은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트럼프 당선인의 어젠다47(Agenda47)과 부합한다. 미국에서 만들어 미국에서 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 생산기지를 건립하기 위해 75억9000만달러(한화 약 10조25000억원)를 투입했다.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설립했지만 전기차 캐즘에 대응해 하이브리드(HEV) 생산도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생산량의 3분의 1까지 고려 중이다. 현대차그룹에게는 현대차의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과 기아의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도 건재하다.
북미권역본부장을 지냈던 호세 무뇨스 신임 현대차 대표이사도 트럼프 당선과 동시에 이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무뇨스 사장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미 대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근 40년간 미국의 성장과 혁신의 원동력으로서 미국의 번영에 기여해 왔다"며 "일자리와 경제활동, 투자 등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고용 규모도 밝혔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현재 19만명 이상의 미국인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고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12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에 따라 앞으로 고용인원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HMGMA를 통해 미국에서 더 많은 현지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통상전문가들 "대미투자 홍보해 우호적 분위기 조성해야"
국제통상 전문가들도 국내 기업의 대미투자 규모와 기여도 등을 홍보해 거래의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달 내놓은 '미국 트럼프 2.0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를 레버리지로 삼아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무역장벽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실현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기업 차원에서는 개별 기업의 투자가 미국 지역 경제, 일자리 창출 등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상세하게 홍보하는 활동을 통해 전반적으로 한국의 대미 투자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무역관계와 2024 미 대선' 행사를 통해 "미국은 제조 산업을 재건하려고 하지만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파트너가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한국은 미국의 완벽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선례를 참고하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8월 바이든 행정부가 IRA를 통해 현대·기아차를 전기차 세금감면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자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의원 등의 지역 정치인들이 현대차에 유리한 방안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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