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 합병 영향은]'뗐다 붙였다' 20년만에 ㈜한화 산하로2002년 ㈜한화서 물적분할, 한화생명 지분 이슈 해결 차원
전기룡 기자공개 2022-11-03 08:22:27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1일 18: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건설은 그룹 사업구조 재편의 중심에 서있다. 20여년전에는 업종별 전문회사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한화로부터 분리됐다. 그리고 이달 1일자에는 에너지·소재·장비·인프라 등 미래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목적에서 다시 ㈜한화 체제에 흡수합병됐다. 이제는 한화건설이라는 이름 대신 ㈜한화 건설부문으로 업을 이어갈 예정이다.그룹 금융부문의 최상단에 위치한 한화생명보험 지분을 한 곳에 모으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한화건설은 한화생명의 최대주주이고, ㈜한화는 2대주주이다. 이번 개편으로 한화생명 지분에 대한 교통정리가 끝나 ㈜한화가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다만 ㈜한화 건설부문이 다시 한화건설로 분리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한화는 지주비율(총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율)이 50%를 넘지 않아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아니다. 향후 지주비율 이슈를 피하려면 ㈜한화 건설부문을 다시 떼어낼 가능성도 남아있다.
◇2002년 분리 후 12년만에 시평 9위 달성
한화건설의 전신은 태평양건설이다. 이후 덕산토건을 거쳐 1996년 ㈜한화에 인수합병돼 건설부문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건설부문의 규모는 영세했다. 국내외를 합쳐 3000억~4000억원정도의 시공실적을 유지해왔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로 따지면 30위권 안팎에 이름을 올렸다.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한 시기는 2002년이다. 당시 ㈜한화는 사업구조 재편과 자산유동화를 위해 한화건설과 한화기계에 대한 물적분할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명식 보통 2000만주를 발행하고 전량을 한화건설에 배정해 ㈜한화가 최대주주인 구조를 만들었다.
한화건설은 '사업개발 전문 건설사'라는 목표를 내걸고 본격적인 독자 경영을 시작했다. 분할 직전 주택 브랜드 '꿈에그린'을 론칭한 상태라 물적분할 원년이지만 건축(29.97%)과 토목(23.03%), 자체사업(29.91%)에서 고른 매출비중을 확보하는 게 가능했다.
이후에는 주택 부문에 힘을 실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지금도 명품 아파트의 대명사인 서울숲 '갤러리아 포레'와 잠실 '갤러리아 팰리스'가 있다. 꿈에그린 외에 주상복합에 적용하기 위해 '오벨리스크'라는 새 브랜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계약이 취소됐지만 김승연 회장이 직접 현장을 살폈던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도 혁혁한 성과였다. 매출액이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선 2013년에는 시공능력평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에는 역대 최고 순위인 9위를 기록했다.
◇물적분할 20년만에 흡수합병 단행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한화건설이지만 돌연 지난 7월 ㈜한화에 흡수합병된다는 소식을 알렸다. 한화그룹이 산재돼 있는 방산영역을 한 곳에 모으다 보니 ㈜한화에도 사업 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화 방산부문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한 조치였다.
여전히 ㈜한화가 한화건설 지분 100%를 지닌 구조였기에 주주총회를 열지 않고 이사회 승인으로 갈음되는 간이합병 형태를 띄었다. ㈜한화로서는 기존 글로벌·모멘텀·방산부문으로 구분됐던 사업영역을 글로벌·모멘텀·인프라부문으로 재편할 수 있었다.
한화건설로서도 ㈜한화와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한화가 친환경 에너지 부품·장비에 집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풍력·수소 분야를 새 먹거리로 제시하고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공고히 한 바 있다.
한화생명 지분 문제도 흡수합병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 흡수합병 전 한화생명의 최대주주는 한화건설(25.09%)이었다. ㈜한화(18.15%)가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었다. 향후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차기 그룹 금융부문을 이끌기 위해선 지분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주사격인 ㈜한화가 한화건설 지분 전량을 사들이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다.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 장부가와 공정가 사이에 1조원가량 괴리가 존재해서다. 단순 지분매매를 택할 경우 한화건설의 재무안정성에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지주요건 따라 향후 재분리 가능성 '여전'
한화건설이 ㈜한화 건설부문으로 편입된 만큼 경쟁력 강화와 지분 정리를 동시에 이룩했지만 여전히 미래를 예단하기 힘들다. 이번 흡수합병으로 ㈜한화가 지주사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한화는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지만 공정거래법상으로 지주사는 아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자산총계 5000억원을 상회하고 지주비율 50%를 충족해야 성립된다. ㈜한화는 전년 말 46%정도의 지주비율을 기록했다. 한화건설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복합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PFV에 대한 관계기업 투자가 이뤄지기에 지주비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남아있다.
㈜한화가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게 되면 금산분리 이슈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2년 내 한화생명 등 금융 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 ㈜한화가 지주비율을 다시 낮추고 금산분리 이슈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한화건설을 재분리하는 '묘수'를 선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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