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외화 영구채 콜옵션 미행사 결정 주체는 임상현 경영기획실장 CFO, 올해 3월 신한라이프서 영입...고객 마케팅 분야서 오래 근무
양도웅 기자공개 2022-11-04 07:21:38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2일 15:2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례적 결정을 내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한 경영진에 시선이 쏠린다. 한국물 시장에서 조기상환 콜옵션을 하지 않은 사례는 2009년 우리은행 이후 두 번째로 인식된다.영구채로도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은 대개 만기가 30년 이상이다. 다른 채권과 달리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대출 영업을 위해 자본 확충 필요성이 있는 보험사와 은행 등 금융사들이 주로 발행한다.
발행사가 만기에 맞춰 상환하지 않고 중간에 조기상환하는 권리(옵션)를 붙여 발행하는 특징이 있다. 투자자도 발행사가 조기상환할 것으로 가정하고 신종자본증권을 매입하고 매각한다. 지난 2017년 11월9일 흥국생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5억달러에 대한 조기상환 콜옵션 행사일도 발행일로부터 만 5년이 되는 이달 9일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앞서 조기상환을 위해 발행을 추진했던 3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과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에 대한 시장 반응이 미진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콜옵션을 행사 않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기상환 콜옵션 행사는 이행 의무가 있지 않지만 오랫동안 시장에서 유지된 암묵적 약속이다. 이에 따라 이번 결정으로 흥국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가격은 급락했다. 시장에서도 2009년 우리은행 이후 13년 만에 발생한 한국물 콜옵션 미행사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한국물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고려하지 않았던 리스크 요인을 추가로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라며 "투자 수요 위축이 더욱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이례적 결정을 1차로 내린 흥국생명 재무라인 수장은 임상현 경영기획실장(상무)이다. 사실상 CFO로 인식되는 임 실장은 공식책임자로 시장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 9월 발행을 준비했다가 철회한 3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공시도 임 실장이 책임졌다.
1967년 5월생으로 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한 임 실장은 CFO로 가는 전통적인 코스를 밟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많은 기업이 CFO에 '내부에서 차근차근 성장한 재무·회계 전문가'를 앉히지만 임 실장은 두 조건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소위 말해 비재무통에 비(非)순혈 인사다.
임 실장은 신한라이프생명(구 신한생명)에서 오랫동안 마케팅과 고객 대상 업무를 수행했다. 올해 3월 흥국생명 경영기획실장으로 영입되기 전 신한라이프생명에서 유지고객트라이브 총괄·상무로 근무했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볼 때 자본시장과 거시경제에 대한 이해 등을 갖춰야 하는 CFO로서 업무 전문성은 다소 부족한 인사라는 평가다.
CFO와 호흡을 맞추는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역할의 신봉열 리스크관리실장(상무보)은 회계 전문가이지 외부 경제 환경 대한 이해가 높은 인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관리실장에 선임되기 전에도 흥국생명 IFRS팀장으로 근무했다. CFO와 CRO 모두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보긴 어려운 인물들인 셈이다.
앞선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다른 국내 보험사 입장에서는 흥국생명으로 인해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며 "다른 국내 금융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을 정상적으로 조기 상환하는 모습을 보여야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이번 콜옵션 미행사와 관련해 흥국생명 경영진과 직접 소통한 건 없다"며 "아무래도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IR이 적극적이진 않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에 콜옵션 행사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이번 결정으로 향후 흥국생명의 외화채 발행은 전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흥국생명 경영진은 큰 폭의 교체가 있었다. CFO 역할을 하는 임상현 상무 외에도 대표이사가 임형준 부사장으로 바뀌었다. 둘을 포함해 신규 선임된 임원만 10명이 넘는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CFO의 결정이라기보다는 회사의 결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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