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증권 성장전략 점검]'3년 로드맵' 밟아왔지만...성장 호기 놓쳤나①역대급 호황기 지난 뒤 서비스 고도화 착수...증시 약세에 성장세 '주춤'
안준호 기자공개 2022-11-14 13:25:34
[편집자주]
금융투자업계 '메기'를 예고했던 카카오페이증권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펀드서비스,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출시 등 성과도 있었지만 당초 기대했던 핀테크 증권사로서의 비전은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카카오 블랙아웃' 사태로 금융사가 필수로 갖춰야 할 신뢰성에도 타격을 입었다. 출범 3년차를 앞둔 카카오페이증권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9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범 3년차를 앞둔 카카오페이증권의 성장세가 주춤하다. 1억명이 넘는 누적 가입자를 보유한 '국민 플랫폼' 카카오톡과의 시너지를 무기로 증권가 지각변동을 예고했지만 현재까지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영업적자는 누적된 가운데 수익 창출 기반인 자본금 확충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모회사인 카카오페이는 증시 입성 당시 오는 2023년을 카카오페이증권의 본격적인 '퀀텀 점프'가 이뤄지는 시기로 제시했다.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리테일과 홀세일 사업 부문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창출하는 단계에 진입하겠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증시 약세로 금융환경이 급변하며 이같은 로드맵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손실 누적되는 카카오페이증권..."서비스 고도화 우선"
영업수익 305억원, 영업손실 234억원. 출범 후 2년 6개월 가량이 지난 올해 상반기 카카오페이증권의 성적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수익(155억원)은 16.6%, 영업손실(54억원)은 143.2% 늘어났다. 순손실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누적 순손실은 약 24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171억원)를 뛰어넘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아직 3분기 영업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다. 다만 모회사 카카오페이는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손실 5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별도 기준 162억원의 흑자를 낸 것을 고려하면 자회사 실적 부진이 이번 분기에도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 측은 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운영으로 상각비가 전년 대비 110% 증가했다고 밝혔다.
'핀테크 증권사'를 표방한 카카오페이증권으로선 단기 손실보다는 플랫폼 확장이 더욱 중요한 목표일 수 있다. 대주주인 카카오페이 역시 내실을 다지며 단계적으로 서비스 고도화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당시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향후 3년에 걸쳐 증권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장 이후 MTS를 출시하고, 2022년 신용공여 서비스를 선보인 뒤 2023년 서비스 고도화 시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각각 1000억원의 자본 확충도 예고했다. 이 중 MTS와 신용공여 서비스 출시, 1000억원의 유상증자 등 굵직한 계획들은 이미 완료된 상태다. MTS 개선 작업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현재 당장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기존과는 다른 서비스를 만들어 가고 사용자를 모으는 것에 집중하는 시기"라며 "초기 펀드 서비스에서처럼 주식 매매에서도 카카오페이증권의 색깔을 담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실' 중시한 성장전략...증시 호황기 놓치는 결과로 돌아와
'3개년 로드맵'에서 드러나듯이 카카오페이증권은 출범 초기부터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성장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카카오라는 든든한 브랜드를 등에 업은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같은 성장 전략이 금융 환경 격변과 함께 부메랑으로 돌아온 측면도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출범 시기는 국내 증시 역사상 가장 큰 호황기이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양적완화에 나서며 어느 때보다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에 공급됐다.
이후 2년간 코스피는 역사상 최초로 3000 고지를 넘었고, '주린이', '동학개미운동' 등 투자 열풍을 상징하는 신조어들도 양산됐다. 주식 대신 부동산 시장으로 떠났던 수많은 투자자들이 새롭게 증권사 고객이 됐다. 이들 신규 투자자들은 카카오페이증권이 표방한 '새로운 투자문화'에 젖어들기 가장 쉬운 고객군이기도 했다.
다만 이 시기 카카오페이증권은 주식 거래 대신 펀드 판매 등 간접 투자 서비스를 출시하는 선에서 확장을 멈췄다. 가장 빨리 시장 안착에 성공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친 셈이다. 브로커리지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MTS, 신용공여 서비스 등은 오히려 금리인상과 함께 글로벌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한 2022년에야 출시됐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선배'에 해당하는 키움증권의 경우 정확히 정반대 전략을 택했다. 처음부터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 2년차인 2001년 부터 순이익을 거뒀다. 당시 키움증권은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3% 이상의 점유율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 차별화된 레버리지 투자 서비스는 초반 키움증권이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무기로 꼽힌다. 특히 증거금율 차등화 제도 등은 키움증권이 출범 4년차에 온라인 주식거래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토대가 됐다. 이 시기 키움증권은 매출액 1688억원, 순이익 200억원으로 실적이 급성장한 것은 물론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하며 '몸집' 확대에 성공했다.
개인고객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페이증권으로선 출범 초기 성장 기회를 놓친 것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이달 있었던 기업설명회(IR)에서 "연초 기대와 달리 매크로 경제상황이 신규 서비스 성장에 우호적이지 않다"며 "투자비용은 증가하고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리테일 중심으로 성장할 작정이었다면 보다 빨리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사업 확대를 서둘러야 했다"며 "직접 투자 호황기였던 2020~2021년의 시기에 신규 고객들을 끌어들였다면 '카카오' 브랜드의 파괴력도 더욱 컸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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