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SK네트웍스]유봉운 재무실장, 최성환號 사업전환 후방 지원부임 후 재무기조 전환, 공격 투자에도 남은 현금 1조원
김위수 기자공개 2022-11-25 07:37:38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5일 11:1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가 3세인 최성환 사업총괄이 SK네트웍스 이사회에 진입하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재무운용 기조다. 지난해까지만해도 투자보다는 유휴자산 정리를 통한 재무 안정화에 방점이 찍혔지만 올들어 투자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특히 전기차, 블록체인 등 신사업으로 여겨지는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최성환표 SK네트웍스'에 한 발을 딛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인물은 올들어 재무실장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유봉운 재무실장이다. 'SK네트웍스의 변신'에 발맞춰 보다 효율적인 재무운영을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상황이다.
◇안정화→공격 투자, 1년만에 변화한 SK네트웍스
지난해까지만해도 SK네트웍스의 재무운용 키워드는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종합렌탈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 2016년 동양매직(현재 SK매직), 2019년 AJ렌터가(현재 SK렌터카)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전에 뛰어들어 총 1조원가량의 투자를 집행하며 재무지표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였다.
AJ렌터카 인수를 마친 2019년 SK네트웍스의 부채비율은 339.8%, 차입금의존도는 51.6%에 달했다. SK네트웍스의 사업구조를 고려했을 때 레버리지 지표가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도 2019년 수준의 재무구조는 부담으로 인식된 듯 하다. SK네트웍스는 적극적인 유휴자산 매각으로 재무 안정화에 나섰다.
이듬해인 2020년 한 해에만 큰 건의 자산매각이 총 세 건 이뤄졌다. 보유 중이던 직영 주유소를 1조3283억원에 현대오일뱅크에 넘겼고 명동사옥을 900억5000만원에 SK디앤디에 매각했다. 또 골프장 운영사업을 담당해온 자회사 SK핀크스의 지분 전량을 매각해 3029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해외사업을 중심으로 정리가 진행됐다. 중국에 위치한 광산·물류·석유류 도소매 담당 법인을 매각하고 아랍에미레이트의 무역업 법인도 청산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말 부채비율을 300% 밑으로 떨어트리는 데 성공했다.
올들어 SK네트웍스는 '사업형 투자사'로 회사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적극적인 투자행보를 재개했다. 1월에는 미국의 뇌 회로 분석 기업 엘비스(LVIS)가 진행한 1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2 투자유치에 참여했고, 미국의 친환경 대체 가죽기업 마이코웍스(MycoWorks)의 시리즈C 라운드에 참여해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후에도 블록체인 및 대체불가능토큰(NFT) 솔루션 기업 블록오디세이,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 트랙터 무인자동화 기업 사반토, 메타버스 기업 컴투버스에 대한 투자와 에스트래픽 전기차충전사업부 인수 등을 추진했다. 또 내년 6월까지 제주도 전기차 전용 단지 구축을 위해 총 406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렌터카 사업 허브 컴플렉스 구축을 위한 561억원 규모의 투자도 준비 중이다.
◇유봉운 재무실장 전방위적 지원, 남은 현금 1조원 육박
SK네트웍스에서는 이호정 경영지원본부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고 있다. 경영지원본부 산하에 있는 재무실장은 금융팀·회계팀·세무팀을 총괄고 있다. 재무실장으로 승진하기 전까지 SK네트웍스에서 투자관리센터장을 도맡았다. SK네트웍스의 크고 작은 투자건을 앞장서 진행한 인물로 알려졌다.
재무실장의 역할은 기업인수보다는 자금조달에 있기는 하지만 유 재무실장이 직전까지 투자와 관련한 업무를 해온 점이 재무운용에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관리의 최우선 순위로 투자를 놓고 재무전략을 세울 수 있는 시선을 갖춘 셈이다.
올해 눈에 띄는 지표는 단기차입금이다. 지난해 9354억원 규모였던 단기차입금은 올 3분기 말 5734억원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SK네트웍스의 단기차입금의존도는 24.4%에서 18%로 줄어들었다. 다만 전체 차입금의존도는 53.7%에서 49.6%로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1조5656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1조8054억원으로 늘린 탓이다. 차입부담을 낮추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장기차입금 위주로 차입구조를 만들어 이자 비용을 낮추고 차입 상환에 대한 부담을 낮췄다는 해석이다. 유휴자산에 대한 매각도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최근 스피드메이트 사업부의 특수영업팀을 KH에너지의 자회사인 KH OS에 넘겨 90억원을 확보했다.
활발한 투자가 진행됐음에도 SK네트웍스의 올 3분기 말 현금성자산은 9946억원으로 1조원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했다. 수천억원이 드는 대규모 M&A보다는 단위가 낮은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재무활동을 통한 후방지원으로 현금보유량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SK네트웍스는 아직까지 현금 보유량이 많은 편인 만큼 추후 대규모 M&A를 포함한 추가적인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M&A에 대한 검토를 꾸준히 진행 중일 것"이라면서 "최근 자금시장 상황 등을 살피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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