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보험사 전략 진단]원칙의 라이나생명, '저축성+부동산' 금지의 효과⑦본연 집중 전략으로 수익성·건전성 성과…매각 후 모그룹발 불확실성 우려
서은내 기자공개 2022-11-28 08:33:52
[편집자주]
외국계 보험사들은 한국 시장에서 선진 금융 제도, 상품, 영업 전략을 소개하며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켜 왔다. 본사 차원의 방향, 금융 시장 환경에 따라 철수를 결정한 곳들도 있었으나 현재까지 남아 체력을 과시하는 보험사도 있다. 더벨은 회사의 성패를 가른 '전략'을 중심으로 외국계 보험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4일 07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이나생명은 한국 진출 초부터 단순하지만 명확한 원칙을 고수해온 미국계 보험사다. 미국 본사에서 강조한 두 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저축성 상품 판매 금지가 첫번째이며 두번째는 부동산 투자 금지였다. 보험사 본연에 적합한 보장성 보험에 집중해야한다는 뜻이었다. 이 단순한 원칙은 이후 수익성과 건전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전략이 됐다.라이나생명은 총자산 규모로 보면 국내 생명보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못미치지만 ROA(총자산순이익률)는 생명보험사 중 독보적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ROA는 5.82%이며 영업이익률은 8%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동안 연평균 3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자본건전성 지표인 RBC 비율도 올해 상반기 300%를 넘어선다.
◇TM 도입, 무진단·무심사 보험 등 최초 수식어
라이나생명은 우리나라 첫 외국계보험사로 꼽힌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외국 기업들에 한국 금융시장의 문을 열어주면서 보험사로는 미국 시그나 그룹이 처음으로 진출,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다이렉트 마케팅이나 텔레마케팅을 국내 시장에 처음 도입했고 무진단 무심사 보험, 치아 보험을 업계에서 처음 시작한 것도 라이나생명이다.
저축성보험으로 외연을 넓힌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들과 달리 라이나생명은 실버보험, 유병자보험 등 보험사 입장에서 보장 리스크가 클 수 있는 전문적인 보험 상품에 특화했다. 마케팅 채널 면에선 TM이라고 하는 텔레마케팅만으로 보험 영업의 틀을 세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설계사 영업을 하기도 했었으나 한때 보험업계에 설계사 영입 경쟁이 강해지면서 해당 채널로는 승부를 볼 수 없었다"며 "이후 라이나생명 법인들 중 한국에서만 최초로 TM을 도입해 영업이 안착됐고 라이나가 잘 할 수 있는 몇가지에 집중한 결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그나그룹 본사는 단순명료한 원칙 제시 외에 경영에 대한 권한의 상당부분을 한국 법인에 위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본사의 권한이 강하고 대소사에 그룹의 결재가 필요한 다른 외국계보험사들과 차별화됐던 점이다. 당시 시그나그룹에서 강조했던 것은 저축성보험을 판매하지 말라는 것 외에도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조직인 TM 본부를 회사 본사 내에 두고 있어야 하다보니 사옥의 중요성이 컸고 본사에 부동산 매입을 건의해 시그나타워(현 라이나타워)를 보유하게 됐다. 당시 시그나 계열사들 가운데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미국 본사와 한국 법인 두곳이 전부였다.
생명보험사 대부분은 과거 판매했던 저축성보험 계약으로 수익성과 자본건전성 면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처음부터 강조해온 원칙들 덕분에 라이나생명은 회사의 건전성을 지킬 수 있었다. 한때 외화 부문에 강점이 있는 미국계 보험사들이 달러보험 경쟁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라이나생명은 여기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미래를 예측했다기보다 보함사가 고수한 단순한 원칙이 금리 또는 환율 등의 다양한 변동성 리스크로부터 회사의 안정성을 보장해 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모그룹 리스크 대두, 자율 경영 성과낼까
라이나생명은 지난해부터 매각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해 올해 6월 미국 시그나 그룹에서 처브그룹으로 매각이 완료된 상태다. 그동안 글로벌 본사의 원칙과 그 아래 한국 법인의 자율 경영이 좋은 성과를 내왔기에 처브그룹으로 소속이 바뀌면서부터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라이나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처브그룹은 회장이 직접 미국 시그나 그룹 회장을 찾아가는 등 구애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한국 법인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동아시아 다른 라이나 계열사를 함께 인수하기로 했으며 총 매각가격은 7조원에 달했다.
처브그룹은 한국에서 처브라이프, 에이스손해보험을 계열사로 두고 있으나 그동안 한국 사업이 부진했다. 기존 사업체의 역량을 직접 끌어올리기 보다 알짜 회사를 인수하는 편이 이익 창출에 더 적절하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처브그룹은 별다른 전략적 지침 없이 라이나생명에 경영에 대한 권한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라이나생명이 한국시장에서 사업을 잘 해온만큼 일단은 경영에 간섭 없이 믿고 맡기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다만 그룹의 원칙이나 전략이 없다는 점은 장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처브그룹의 영향력이란 불확실성이 향후 전략 변화의 주목할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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