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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성과평가]탄탄한 네트워크 가동 정일문 한국증권 사장, '냉온탕' 실적은 부담3분기 누적 순익 전년대비 63% 감소...진우회 등 고객 네트워크 시너지 본격화

안준호 기자공개 2022-12-12 13:09:10

[편집자주]

코로나19 확산 기간 증권사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줄줄이 갈아치웠다. 실적에 힘입어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재선임에 성공했다. 올해는 업황 부진과 함께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4개 증권사, 15명의 CEO들의 임기가 올해로 끝난다. 어려운 가운데 호실적을 거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더벨은 임기 만료를 앞둔 증권사 CEO들의 경영 행보를 돌이켜 보고 향후 전망을 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7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일문 사장 임기 동안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취임 당시 목표였던 '순이익 1조원'은 지난 2021년 쉽게 달성했다.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올해 3분기까지만 봐도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단순히 실적만 놓고 보면 정 사장의 연임이 녹록지 않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점치는 목소리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실적 부진은 비단 한국증권만의 문제가 아닌데다 정 사장의 강점으로 꼽히는 적극적인 현장 경영이 코로나19 사태 진정과 함께 이제 막 시동을 건 상태다. 오히려 '정일문호'의 진정한 시험대는 내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사상 최고 순이익, 1년 만에 '반토막'...적극적 사업 전략 불황기 '부담'

최고경영자(CEO)의 어깨에는 늘 막중한 짐이 놓이기 마련이다. 2019년 한국증권의 신임 CEO로 취임한 정 대표에게 그 무게가 더욱 남달랐을 것이다. 12년간 재임한 유상호 현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을 이어 키를 쥐게 됐다.

지난해까지 정 대표는 '숫자'로 실력을 증명해왔다. 취임 당시 그는 "3년 내로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3년차인 지난 2021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639억원, 순이익 1조12044억원을 기록하며 약속을 지켰다.

올해 들어선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한국증권은 2022년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누적 영업이익 5050억원, 순이익 4392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2.5%, 63.5% 줄어든 수준이다.

사업 전략 역시 재평가를 받게 됐다. 한국증권은 국내 초대형IB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자금 운용을 하는 곳으로 꼽힌다. 최근 증권사의 주요 먹거리로 부상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서도 어느 곳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호황기엔 이같은 전략이 높은 수익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규모가 대형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9월말 기준 우발부채는 약 5조5000억원, 자기자본 대비 88.4%에 달했다.

한 증권사 부동산금융 담당자는 "한국증권은 북 운용에 있어 규모나 자유도가 높았던 편"이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가 도래한 현재로선 타 사 대비 여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에상된다"고 설명했다.


◇'믿고 쓰는' 김남구 리더십...코로나19 영향 잦아든 내년 시험대

숫자만 보면 연임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하지만 한국금융그룹 안팎에서는 단순히 실적 하락만을 이유로 연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증권사 내부적으로는 올해 업황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갖고 있었다"며 "한국증권이 전년과 비교해 실적이 크게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 대형 증권사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용인술 역시 장기적 비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 대표 이전 회사를 거쳐간 두 명의 CEO 역시 오랜 기간 회사를 경영해왔다.

홍성일 전 사장은 2000년 취임 이후 7년간 대표 직을 지켰다.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증권의 합병 후 통합 과정 역시 홍 전 사장에게 밑고 맡겼다. 뒤를 이은 유상호 한국증권 부회장은 12년간 대표직을 유지하며 증권가의 대표적인 장수 CEO로 꼽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증권은 책임성 제고 차원에서 1년 단위로 CEO 계약을 하지만, 단기적 성과에 따라 교체가 이뤄지고 있진 않다"며 "최근 정 대표가 활발한 경영 활동을 보이고 있는 만큼 내년도가 역량을 입증할 만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탄한 고객 네트워크 장점...불황 돌파 동력

정 대표가 그간 한국증권에서 쌓아올린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도 연임을 점치는 요인이다. IB 부문에서만 27년의 세월을 보내며 토대를 닦아왔다. 특히 이 기간 다져온 '네트워크'는 업황 부진을 돌파할 열쇠가 될 수 있다.

정 대표가 주식자본시장(ECM) 본부 상무 시절 결성한 진우회(眞友會)는 현재 한국증권 IB 부문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됐다. 현재 회원 수 400여개사가 넘어서며 다른 초대형IB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무기'로 꼽힌다.

증권사 IB부문은 기업공개(IPO)와 커버리지,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성장 과정 전반을 다룬다. 진우회 회원사라면 주관 계약 단계에서 타 증권사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 정 대표는 CEO 취임 이후는 물론 최근에도 진우회 관련 행사는 직접 챙기며 공을 들이고 있다.

진우회를 비롯한 폭넓은 고객 네트워크는 자산관리(WM) 부문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한국증권은 지난 2020년 30억원 이상 자산 보유 고객을 대상 전담 조직인 GWM(Global Wealth Management)를 신설했다. 개인 고객과 진우회 등 기업 고객이 주된 대상이다. 성과에 힘입어 현재 본부 단위로 격상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글로벌IB 사업 본격화

정 대표 특유의 '현장 경영' 역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발로 뛰는 영업 활동으로 이름을 알린 정 대표는 정작 CEO 취임 이후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출장이 어려워진 탓이다.

하늘길이 열린 올해부터는 그간 점검하지 못했던 해외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출장이 잦아졌다. 베트남 등 과거 주력했던 시장은 물론 지난해 IB 전담 법인을 설립했던 미국 뉴욕에도 다녀왔다. 모두 코로나19 이후 첫 방문이었다.

정 대표는 CEO 재임 4년차인 올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IB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연초 조직개편에서대표이사 직속으로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오랜 기간 공을 들였던 베트남 법인은 물론 선진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최근 진행된 채용설명회에서 홍콩, 뉴욕 등 선진 금융시장에서 활동 폭을 넓히겠다는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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