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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디지코' 동맹 유통으로 확장…그룹사 역할도 커졌다 롤랩 신세계그룹 물류망 효율화, 에스테이트 ICT 역량 결합…성과는 지배구조에 달려

이장준 기자공개 2022-12-16 12:13:47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4일 16: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디지털 플랫폼 회사(디지코, DIGICO)로서 외연을 유통업까지 확장한다. 특히 이번에는 신세계그룹과 협력 포인트마다 KT 산하 계열사들의 역량을 활용할 계획이 담겨 눈길을 끈다.

물류 분야에서는 롤랩의 AI 역량을 활용해 신세계 물류망을 효율화할 방침이다. KT에스테이트는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복합상업시설 등에 디지털 전환(DX) 기술을 녹여 첨단화하는 식으로 시너지를 내려 한다. 미디어렙 1위 사업자 나스미디어는 광고 마케팅 컨설팅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올해는 다양한 분야 사업자들과 파트너십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고 구체적인 결과물은 내년부터 나올 전망이다. 여기 힘을 실으려면 경영의 연속성을 고려해 리더십 안정화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지배구조가 흔들리면 KT의 체질 개선 동력도 약화할 수 있다.

◇KT·신세계 계열사 역량 결집해 동반 성장 겨냥

KT는 14일 신세계그룹과 온오프라인 통합 디지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올 초부터 KT는 다른 산업군 주요 사업자들과 전략적 관계를 구축했는데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움직임이다. 금융(신한금융그룹), 미디어(CJ ENM), 모빌리티(현대차그룹)에 이어 유통 분야에서 미래 DX 사업을 공동 추진할 적임자로 신세계그룹을 꼽았다.

비록 지분 교환을 수반하진 않았지만 이번 파트너십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체결식에 참석한 인사들 면면을 보면 본체뿐 아니라 각 계열사의 장(長)이 유독 많았다. KT 측에서는 최원석 BC카드 대표·최남철 KT에스테이트 대표, 신세계 측에서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등 CEO들이 직접 참여했다.

이는 KT와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역량을 한데 결집해 동반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양측의 협업 포인트를 살펴보면 계열사가 주축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파트너십으로 △멤버십 △오프라인 스토어 디지털화 △물류 선진화·인프라 공동 운영 △부동산 메가 프로젝트 △디지털 광고·마케팅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그중 물류 분야에서는 KT의 디지털 물류 자회사 롤랩의 역할이 중요하다. 롤랩은 작년 3월 물류시장 DX를 주도하기 위해 탄생했다. KT의 AI 역량을 안고 출범한 데다 콜드체인 전문 물류 회사로 새벽배송과 신선식품 배송에 강한 팀프레시를 2대 주주(20%)로 두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최강림 KT AI 모빌리티사업단장이 롤랩 CEO를 겸하고 있으며 산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KT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 롤랩이 이를 수행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롤랩은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기반의 최적화 플랫폼에서 실제 현장과 동일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 연간 1000만개 유무선 통신물류 데이터와 화물차 도로정보 및 차량관제 데이터를 포함해 국내 최대 규모의 모빌리티 빅데이터(약 430만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파트너십 이후로는 데이터 기반 풀필먼트(fulfillment) 플랫폼을 바탕으로 신세계그룹의 물류센터 및 물류망을 효율화할 계획이다. 최적의 운영 프로세스를 분석해 배송시간을 단축하는 등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려 한다. 아울러 양측 물류망에서 겹치는 인프라는 공동 사용으로 비용을 효율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KT에스테이트는 부동산 부문에서 신세계그룹과 협업에 나선다. KT에스테이트는 부동산 상품 기획, 설계를 비롯해 프로젝트파이낸싱, 시공관리, 마케팅, 임대 및 관리 등 개발 사업을 아우른다.

신세계그룹의 복합 상업시설 개발 경험에 KT·KT에스테이트의 ICT 부동산 및 스마트시티 인프라 개발 경험을 더해 글로벌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미래형 라이프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서빙 로봇이나 회선을 비롯해 네트워크에 기반한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과 관련해 다양한 솔루션을 투입할 계획이다.

나스미디어는 국내 1위 미디어렙 사업자인 만큼 신세계그룹의 디지털 광고 및 마케팅 분야에 컨설팅을 제공해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뿌린 '디지코' 성과, 내년부터 수확 전망…리더십 안정화 관건

이처럼 KT는 올해 DX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파트너십 확장에 집중했다. 금융, 미디어, 클라우드, 모빌리티, 유통에 이르기까지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영역의 사업자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아직 실질적인 성과가 가시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막 '씨앗'을 뿌린 만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경영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디지털 플랫폼 회사(디지코) 비전을 내세워 밑그림을 그린 만큼 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실행력을 더할 수 있는 것 역시 구 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는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전날인 13일 대표이사후보 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이 적격하다는 심사 결과를 보고 받았다. 그럼에도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을 검토 요청했다. KT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경선을 진행하기로 했다.

구 대표가 현재로서는 성과나 비전, 내부 지지 등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KT 리더십이 흔들릴 경우 지난 3년간 일관성 있게 유지해온 디지코 전환 동력이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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