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04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시장에 상장한 건설주들이 연일 신저가를 기록했다. 종합건설사와 디벨로퍼, 부동산신탁, 리츠, 지주회사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부동산 침체와 신규수주 감소로 인해 시장의 기대감이 낮아진 탓이다.

기관투자의 바로미터인 국민연금공단이 건설주를 대량 매도한 점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공단은 각 건설주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추며 투자 전략을 수정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현대건설(우), DL이앤씨(우), 대우건설, HDC, HDC현대산업개발, 한국토지신탁, HL D&I, 삼부토건, SK디앤디, 에이리츠, 페이퍼코리아, 이화공영 등은 2일 종가 기준 52주 신저가를 갱신했다.

지난해부터 국민연금공단이 투자 비중을 낮추면서 주가 하락이 이어졌다. 시공능력평가액 10위 건설사 중 공단 지분율 10%를 넘긴 기업은 DL이앤씨가 유일하다. 공단은 △DL이앤씨 10.82% △GS건설 9.22% △현대건설 8.46% △삼성물산 7.48% △HDC현대산업개발 6.5% △대우건설 5.89% 등을 보유 중이다.

공단은 지난해 22일 현대건설 보통주 112만9500주를 처분하며 지분율을 한차례 더 낮췄다. 지난해 1월 지분 1.01%에 해당하는 1054만6690주를 장내 매도한지 1년만이다.

지분율은 기존 9.47%에서 8.46%로 1.01%포인트 줄었다. 공단은 변동사유에 대해 단순처분이라고 밝혔으며 처분단가는 공시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 제154조에 따르면 보고특례 적용 전문투자자는 취득·처분방법이나 단가를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공단은 현대건설의 52주 신저가 부근에서 지분을 처분하면서 적지 않은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작성일 기준 현대건설의 종가는 3만5500원이다. 처분물량을 단순 대입하면 400억9725원어치 주식을 매도한 셈이다. 공단은 2021년 4월 4만7000원 부근에서 현대건설 보통주 120만1425주를 매수한 바 있다.

시총 1조원 안팎의 라지캡으로 분류되는 DL이앤씨와 GS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공단의 지분율을 가장 크게 잃었다. 공단은 지난해 초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후 수차례 매도를 통해 지분율을 11.67%에서 6.5%까지 크게 줄였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DL이앤씨는 신저가 행렬에 동참했다. 주택 착공이 감소하자 외형과 수익성이 덩달에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액은 5379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순이익 감소율도 전년 대비 20%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단은 DL이앤씨 지분을 9.76%에서 10.82%로 늘렸고 지주사 DL 지분은 12.59%에서 12.28%로 줄이는 등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대표적인 디벨로퍼주인 SK디앤디는 해상풍력과 전력중개사업을 추진하면서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받았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예상 주당순자산가치(BPS) 추정치 3만275원에 타겟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를 적용해 목표주가를 2만700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6월 설정한 3만5000원보다 23% 낮아진 수치다.

업계에선 이들 건설주의 PBR과 주가수익비율(PER) 등 각종 지표가 저평가 구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현재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낮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대형 건설사의 PBR은 업종 평균인 1배 미만에 머물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0.2배, GS건설과 DL이앤씨은 0.3배 수준을 나타냈다. 현대건설의 PBR은 0.5배다. PBR은 재무상태를 판단하는 지표다. PBR이 낮을수록 장부가치 대비 할인된 가격으로 주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 저하와 금융시장 경색 등이 신용도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부정적 아웃룩과 워치리스트 하향검토는 건설과 석유화학, 유통, 증권, 캐피탈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