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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릭스미스 M&A가 남긴 '소액주주' 존재감 [thebell note]

심아란 기자공개 2023-01-05 07:32:31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4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헬릭스미스 창업주 김선영 대표는 국내에서 유전자치료제 시장을 개척한 인물이다. 서울대와 MIT, 하버드와 옥스퍼드 등에서 공부하며 유전자치료제 기술 구현의 핵심인 바이러스벡터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1990년대부터 초기 연구에 몰두했다.

연구 업적이 쌓이면서 기대했던 성과가 확인되자 기술상용화를 위해 1996년 헬릭스미스(당시 바이로메드)를 설립했다. 2005년 12월에는 '1호 기술특례상장사'로서 바이오벤처 코스닥 입성의 포문을 열었다.

당시 전임상시험을 마쳤던 주력 파이프라인 엔젠시스(VM202)는 증시 입성 이후 임상개발에 진입하며 헬릭스미스 기업가치를 키웠다. 차츰 적응증을 확대하고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는 성과에 도달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2019년에 엔젠시스는 임상 3상에 실패하고 이듬해 유상증자로 마련했던 자금을 고위험 사모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내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그 무렵 김 대표는 장남에게 보유 지분 증여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시도한 점도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진 못했다.

증여 계획은 취소되고 주가는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김 대표 리더십에도 균열이 생겼다. 2021년 헬릭스미스에는 소액주주연합이 구성되고 기존 경영진을 해임하기 위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김 대표는 맨파워로 움직이는 바이오벤처의 특성을 앞세워 경영권 사수에 사활을 걸었다. 엔젠시스의 시장 진입을 위해 R&D를 총괄하는 대표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주주들에게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그러나 상장 17주년을 앞둔 2022년 12월, 김 대표는 헬릭스미스 경영권을 50억원에 매각했다. 경영권 양수도 계약 체결일 기준 헬릭스미스 시가총액은 5000억원대였다. 새로운 최대주주 카나리아바이오엠에게 50억원어치 투자를 받으면서 신주 발행가에는 경영권 프리미엄 대신 13% 할인율을 적용했다.

헬릭스미스가 1000억원가량의 현금을 보유한 점을 고려하면 시장 논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거래다. 기존 이사회 멤버 8명 가운데 세 사람은 헬릭스미스 경영권 매각에 반대표를 던졌다. 매각을 판단한 근거가 합당하지 않고 카나리아바이오엠 실질 주주의 실체가 불분명한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를 두고 김 대표는 "그동안 투자자를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제와서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니 유감"이라는 말을 남겼다.

경영권 매각을 반대한 세 사람은 공교롭게도 모두 소액주주연합 측이 추천해 선임된 사내이사다. 헬릭스미스의 역사에 신약 개발 성과보다 소액주주의 존재감이 먼저 기록된 사실이야말로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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