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06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관리하는 농수산식품 모태펀드의 이관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획재정부는 농식품 모태펀드를 한국벤처투자로 이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기재부는 2016년부터 농식품펀드 운영권을 한국벤처투자로 이관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게 말하면 비용 절감이다. 여러 기관에서 정책펀드를 운영하고 있어 인력, 비용 등이 중복으로 지출되고 있으니 이를 일원화하라는 거다.
시장 논리대로 사건을 바라보면 기재부의 주장도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애초에 정책펀드가 탄생한 배경을 살펴보면 여러 기관에서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정책펀드는 시장에서 자금을 투입했을 때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펀드다. 목적 자체가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보다는 관련 분야 성장을 촉진하는 데 있다.
다양한 분야에 고르게 예산을 배분하기 위해 여러 정부 부처를 두었기 때문에 관련 부처들의 출자로 만들어진 정책펀드는 여기저기 흩어져 운영될 수 밖에 없는 운명으로 태어났다. 재원 조성 목적의 차이로 인해 운용기관이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농금원은 해수부와 농식품부의 출자를 받아 농수산식품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농업과 수산업이라는 1차 산업의 쇠락을 막고 첨단 기술을 접목시켜 4차 산업의 지위로 끌어올리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다.
농금원은 10년 넘게 농수산식품 모태펀드를 위탁운용해오며 농업·수산업 시장에 마중물을 댔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 벤처캐피탈과 투자 방향 등을 조율하며 시장 성장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노력해왔다.
기재부 주장대로 농식품펀드를 한국벤처투자로 이관하고 관련 조직, 인력 역시 재배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간이 흐르면서 농식품 분야는 수많은 한국벤처투자의 출자 사업 분야 중 일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운용 목적 1순위는 정책적 산업 육성, 일자리창출 등이다. 농업, 수산업 시장 부흥이 정책적 산업 육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반도체, 2차전지 등 미래 먹거리가 될 정책적 사업 분야에 힘이 더 실릴 수밖에 없다.
한 기관에서 펀드를 일괄 운용하는 게 효율적일 순 있다. 다만 정책펀드 중에서도 목적성이 뚜렷하고 시장의 크기가 크지 않은 경우엔 전담 기관이 일관되게 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자원 배분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펀드에 시장 논리를 적용하는 건 정부실패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 정책펀드는 태생부터 시장 논리와는 맞지 않게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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