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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장 선거 리뷰]60년만의 직선제 도입 둘러싼 '갈등'①임명제 30년, 간선제 30년 거쳐 개편 추진…임준택 회장 연임 둘러싼 갈등도 제기

김형석 기자공개 2023-01-16 08:14:45

[편집자주]

26대 수협중앙회장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새로 선출된 수협중앙회장은 16만명의 조합원을 대표해 45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총괄한다. 하지만 중앙회장 선거 제도와 관련해서는 개정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조합장이 선출하는 간선제의 특성상 조합원의 투표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협중앙회장 선거제도 변천사를 살펴보고 차기 중앙회장 후보자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1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중앙회는 91개 지역 수산업협동조합을 대표한다. 수협중앙회장은 수협 전체 자산 45조원, 조합원 수 16만명의 이익을 대변한다.

수협중앙회는 1962년 출범 이후 30여년 간 외부에서 중앙회장이 내려왔다. 1980년 대 후반 이후 중앙회장 선출을 시작했고 지금까진 간선제를 유지하고 있다. 임명제와 간선제 기간 동안 수협중앙회장은 잇단 부정부패로 불명예 퇴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압에, 일부 세력에 휘둘리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의 임기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중앙회장 선출을 준비하는 시간이 왔다. 수협중앙회는 민주적 선거절차를 마련해 새로운 지배구조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조합장이 대신 투표하는 간선제 대신 16만명의 조합원들의 뜻을 직접 묻는 직선제를 준비하고 있다. 직선제는 명분이 있지만 임준택 회장의 연임 이슈를 둘러싸고 조합장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당장 다음달로 예정돼 수협중앙회장은 종전처럼 다시 간선제로 선출된다. 하지만 수협중앙회의 지배구조 정립을 위한 작업은 중장기적으로 재논의가 필요하다.

◇ 임준택 회장 선거제도 개편안 조합장 반발로 결국 무산

수협중앙회장 투표권은 91개 조합장과 현 중앙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국동시선거로 조합원이 직접 단위조합장을 선출하는 다른 조합들과 다른 구조다. 이 때문에 수협 내부에서는 수협의 최고 대표자 선출권한을 일선 조합원이 행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본격적인 직선제 개편 논의는 2021년 시작됐다. 임준택 중앙회장(사진)은 같은해 11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중앙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개선할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엔 수협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중앙회장 선출방식을 전체 조합원이 투표로 직접 선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어 중앙회장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정책의 지속성 확대를 위해 중앙회장이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근거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조합장들의 반발이 거셌다. 조합장들은 임 회장이 연임을 위해 직선제를 도입했다며 반발했다. 결국 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난해 9월 농해수위 내 법안소위에서 대폭 수정돼 직선제와 중앙회장 연임 조항이 삭제됐다. 대신 중앙회장 선거를 3개월 연기하고, 공석인 회장 자리를 3개월간 직무대행체제로 운영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는 직선제 도입 대신 퇴진할 조합장이 새 중앙회장 뽑는 비합리성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수협 선거는 똑같은 임기 4년의 중앙회장과 단위 조합장의 선출이 4년마다 20여일 차를 두고 진행된다. 26대 중앙회장 선거는 오는 2월16일, 조합장 선거는 3월8일이다. 이 때문에 퇴직할 조합장이 차기 중앙회장을 선출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재출마를 준비하는 단위 조합장의 경우 본인 선거 준비로 중앙회장 선거에 관심을 갖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91개 단위조합 중 46명의 조합장만 확보하면 당선되는 구조여서 혼탁·금권선거, 줄 세우기 등 부정·부패 소지도 컸다.

결국 수정된 수협법 개정안은 국회 통과가 불발됐다. 수협중앙회는 지난해 11월 국회에 법안 통과에 반대 입장을 제출했다.

조합장들은 수협법 개정 시 중앙회장 선출권한 박탈에 강하게 반발했고 임 회장은 차기 회장 출마를 선언한 조합장들과도 논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선거제도 개편 총 책임을 맡은 서봉춘 기획담당 부대표 역시 사표를 제출했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은 당선 초기부터 직선제 도입 등 수협의 선거제도 개편에 관심이 컸다"며 "국회와 해수부를 중심으로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임 회장도 직선제 도입 등을 논의했지만 결국 조합장들의 반발을 누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 중앙회장, 군·정치인 유물에서 민선 회장 탄생

중앙회장 선출 방식은 부침을 거듭해 왔다. 수협 중앙회 출범 초기인 1962년부터 1988년 12월까지 중앙회장은 사실상 정부가 낙점한 인물이 차지했다.

1963년 12월부터 1973년 3월까지는 대의원회에서 선출된 후 운영위원회(1966년 8월부터는 수산청장)의 추천에 의해 농림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했다. 이후 1973년 3월부터 1988년 12월까지는 수협 자체 의결 기구인 대의원회가 사라졌다. 당시 중앙회장은 수산청장의 추천과 농림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했다.

사실상 대통령이 중앙회장이 선출 권한을 갖자 당시 중앙회장 자리는 모두 정치인이나 군 관료출신이 맡았다. 1대 회장인 윤춘근 회장의 경우 대표적인 군 출신 인물이다. 그는 만주국 봉천군관학교 출신으로 해방 이후 한국 육군에서 소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홍종문(해군 준장), 이동용(해병대 사령관), 이은수(해군 참모총장), 박희재(해군 중장) 모두 군 출신 인사다. 이밖에 관료와 정치인으로는 노명우(4대, 충남도지사 출신), 박상길(5대, 총무처 차관), 장덕희(7대, 농수산부 차관보), 남문희(8,9대, 서울1부시장) 등이 있다.

조합에서 중앙회장을 선출하도록 바뀐 해는 1988년이다. 1980년 후반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 조합장이 직접 중앙회장 선출권을 갖게 됐다. 수협중앙회는 1988년 조합장 직선제로 변경하고 전국 91개의 조합장과 중앙회장이 차기 중앙회장 투표권한을 받게 됐다.

1990년 조합장 선거로 선출된 첫 중앙회장은 해군 장성 출신인 홍종문 회장이다. 하지만 홍 회장이 금품선거 혐의로 3개월여 만에 물러나고, 그해 8월21일 실시된 선거에서 삼천포수협 조합장인 이방호 회장이 선출되며 첫 조합장 출신 중앙회장이 탄생했다.

◇ 민선 수장들 금품 혐의 잇따라 퇴출

수협은 민선 출신 회장이 선출됐지만 대부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금품제공과 공금횡령, 경영부실에 따른 책임 등 제각각의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모두 불명예 퇴진했기 때문이다.

1990년 초대 민선 중앙회장인 홍종문 회장(14대)부터 2004년 선출된 박종식 회장(21대)까지 10여년간 6명이 중앙회장 중 6명이 퇴임식을 치르지 못했다.

홍종문 회장은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돼 회장 자리에 제대로 앉아 보지도 못한채 물러났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방호 회장은 재선까지 성공했지만 1995년 대규모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3대 직선 회장인 박종식 회장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2000년 말 경영부실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어 취임한 정상욱 회장은 거제수협 조합장 재직 시절 공금 횡령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사표를 냈다.

잇단 중앙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정부와 국회가 칼을 뽑아들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국회는 지난 2010년 중앙회장에 집중된 권한을 줄이기 위해 수협법을 개정했다. 수협법 개정에 따라 중앙회장직 비상임·명예직·단임제로 변경됐다. 개정된 수협법은 2015년 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임권 회장부터 적용됐다.

바람직한 중앙회장 선출 방식에 대해선 여전히 논의가 필요하다. 간선제 중앙회장의 잇단 불명예 퇴진을 감안하면 직선제 개편 논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25대 임준택 회장의 임기 만료 이후 26대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은 종전 처럼 간선제로 선출이 이뤄진다. 하지만 26대 회장 임기 동안엔 새로운 중앙회장 선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안팎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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