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move]'IT 일감 70% 내부거래' CJ, 넥스트 스텝은올리브네트웍스, 그룹 IT물량 전담…'독자생존' 압박에 전략·투자 인력 확충
고진영 기자공개 2023-01-19 07:32:55
[편집자주]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3일 15:5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스템통합(SI)업체로 불리는 대기업 IT서비스 회사들은 흔히 공통점이 있다. 일감을 계열 내부에서 밀어주고 보통은 비상장이다. 또 오너일가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진다. 재벌그룹들이 IT서비스 수요를 대개 인하우스(In-house)로 운영하기 때문이다.CJ그룹에선 CJ올리브네트웍스가 이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룹의 우산 아래 캡티브(계열사 내부) 물량에 기대 안정적 실적을 올린다. 하지만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독자생존’ 경쟁력에 마냥 손을 놓기도 어려워졌다.
◇그룹 IT 분야, 내부매출이 70%…일감 '개방'하라는 공정위
CJ올리브네트웍스는 애초 1995년 제일씨앤씨로 세워져 SI사업을 했었다. 그러다 2014년 올리브영을 흡수해 유통사업까지 했는데 2019년 올리브영을 인적분할로 다시 떼어냈다. 그룹내 IT시스템, 서버, 멤버십 등을 구축 및 운영관리하면서 현재 매출의 70% 이상을 내부일감으로 벌고 있다.
CJ뿐 아니라 국내 IT서비스 분야는 다른 산업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대부분 수의계약을 하는 폐쇄적 거래구조가 형성된 상태다. 시장 자체가 대기업집단 계열 IT서비스 회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특성상 계열사 비즈니스를 잘아는 내부에서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고 외부에 그룹 정보를 맡기기도 꺼려지는 탓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정위가 기존 관행에 눈치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IT 서비스 일감 개방 자율준수 기준’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열어 사용을 독려했다. 이 자리에는 9개 대기업집단의 소속기업들이 참여했는데 CJ올리브네트웍스도 불려갔다.
게다가 지난달엔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의 물류업, IT서비스업 내부거래 현황을 처음으로 밝혔다. 정보공개를 통해 일감 개방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권고라고는 해도 무시하기 어렵다.
공정위 정보에 따르면 CJ그룹의 IT서비스 분야는 2021년 매출의 70.7%(3817억원)를 내부에서 올렸고 매입거래 역시 53.6%(3655억원)이 그룹 안에서 이뤄졌다. 대부분은 CJ올리브네트웍스 몫으로 짐작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21년 매출 5556억원 중 4212억원(75.8%)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벌었다. CJ ENM(993억원), CJ대한통운(865억원), CJ제일제당(841억원), CJ올리브영(442억원) 순으로 비중이 컸다.
◇신기술·신사업 찾는 CJ올리브네트웍스, 전략·투자 인력 물색
CJ그룹이 이런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려면 당연히 IT서비스 분야의 비계열 매출을 늘려야 한다. 비경쟁적 일감이 줄어드는 것이니 공개 입찰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신기술 기반 솔루션 확보, 그리고 신사업 발굴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최근 전략기획, 투자 인력 확충에 나선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달부터 전략기획 및 투자, 신사업기획을 담당할 경력 인재를 찾는 중이다.
전략기획 및 투자 직무의 경우 '전사 전략 수립'과 'IT/DT(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관련 투자기회 발굴 및 실행'을 주요업무로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외부사업 환경, 트렌드 파악을 통한 사업현황 분석 △전략 방향성 및 실행 로드맵 수립 △ IT/DT 트렌드 모니터링 및 리서치 등이다. ‘IT/DT 분야 유망 초기기업 발굴과 투자 타당성 검토’가 업무 범위에 들어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지분 투자나 인수합병(M&A)도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
또 신사업기획 직무는 △신규사업 발굴 및 사업화 추진 △외부 파트너십 체결 등 검토 및 진행 등을 담당한다. 두가지 직무 모두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참모 역할을 하는 것도 주요업무에 포함돼 있다.
그룹 차원에서 신사업을 찾는 데 CJ올리브네트웍스가 더듬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IT서비스업체는 정보를 총괄하기 때문에 각계열사의 전략기획과 자금흐름 등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 지난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로 전환한 CJ인베스트먼트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포함한 5개 계열사와 300억원 규모의 'CJ이노베이션펀드'를 만들기도 했다. 그룹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찾겠다는 차원에서다.
모든 계열사 경영정보가 모이는 SI업체의 특성을 생각해도 CJ올리브네트웍스가 정찰병으로 제격이다. 실제 SI업체들은 오너일가의 계열사 감시창구나 후계자 경영수업 무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CJ올리브네트웍스 역시 분할 전까지는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지분 17.97%를 가진 대주주였다. 이 경영리더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분할과 함께 올리브네트웍스는 지주사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는데, 당시 이선호 경영리더는 보유하고 있던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활용해 CJ지분을 2.8% 확보했다. 현재 CJ의 최대주주는 이재현 회장(42.07%)이다. 오너일가가 CJ㈜를 통해 CJ올리브네트웍스에 대해서도 확고한 지배력을 가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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