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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현금부자' 케이씨텍, 재무건전성 좋지만 오너 중심 '감점'순현금 상태 8년째 유지, 부채비율 8% 선…구성 지표 1.7점으로 개선 필요

고진영 기자공개 2024-11-13 08:20:13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8일 09:5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케이씨텍은 재무전략을 신중히 선택하는 편이다. 대담한 투자나 차입을 꺼리고 현금 위주로 회사를 경영한다. 실제로 상장 이후 순현금 상태를 벌써 8년째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THE CFO가 진행한 이사회 평가에서 케이씨텍은 재무건전성 유지를 가장 눈에 띄는 성과로 인정받았다. 다만 이사회 구성이나 운영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아쉬운 점수에 그쳤다.

◇부채비율 10%대…'현금 우선' 재무정책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케이씨텍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13점으로 산출됐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경영성과’ 지표다. 대부분의 지표가 1~2점대 평점에 그쳤지만 ‘경영성과’에선 3.4점을 기록했다. 특히 재무건전성을 묻는 항목이 모두 평균을 크게 웃돌아 최고점인 5점을 받았다.

THE CFO에선 KRX 300을 구성하는 종목을 기준으로 기업들의 경영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비금융기업 277개사에서 상·하위 10%를 걸러내고 계산한 가중 평균치와 비교한다. 케이씨텍은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10.5%에 불과해 KRX 300 평균인 92%를 크게 밑돌았다

이 회사는 성장률은 대단치 않지만 매년 순이익 창출을 유지하면서 큰 지출 없이 현금을 안정적으로 쌓아두는 보수적 경영을 펼치고 있다. 자산이 5000억원 규모인데 보유현금이 1900억원을 넘는다.

게다가 2017년 상장한 이후 실질적인 무차입 기조를 쭉 유지해왔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총차입금이 42억원뿐이고, 그마저 금융기관대출이나 사채가 아니라 전부 리스부채로 이뤄져 있다.

차입이 사실상 없다시피 한 만큼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 지표, 이자보상배율 역시 평균보다 한참 뛰어나 관련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지난해 케이씨텍이 낸 이자비용은 고작 2억원 수준이다.


◇'구성' 지표 최하점…감사위 설치는 긍정적

반면 이사회의 전반적 형태를 살피는 ‘구성’ 지표에서는 평점이 1.7점에 그쳤다. 6개 지표 가운데 가장 낮다. 우선 대표이사외 이사회 의장이 분리돼 있지만 오너 고석태 케이씨텍 회장이 의장이라 점수가 대폭 깎였다. 고 회장은 1987년 케이씨텍(현 케이씨)을 설립했으며 현재 사내이사로 있다.

고 회장을 비롯해 케이씨텍 이사진은 모두 9명으로 이뤄졌다. 이중 사내이사가 6명이니 사외이사 비중은 절반이 안된다. 역시 감점 요인이다. 또 사내이사진의 경우 각자대표이사인 양호근 부회장, 최동규 사장 외에도 오너 2세가 포함됐는데 고석태 회장의 아들 고상걸 부회장이다.

고상걸 부회장은 케이씨 그룹의 지주회사 케이씨 대표로 있다. 케이씨는 케이씨텍 지분 29.8%를 보유 중이다. 애초 케이씨텍이었다가 2017년 존속회사 케이씨와 신설회사 케이씨텍으로 인적분할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지금의 케이씨텍 이사회에는 고상걸 대표 외에도 민성국 경영관리 부사장 등 케이씨 임원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분할 뒤에도 완전한 경영 분리가 이뤄졌다고 보긴 어려운 셈이다.


다만 2조원을 밑도는 자산 규모상 의무가 아닌데도 감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케이씨텍은 김준래 도영회계법인 부문대표, 김석 전 삼성증권 대표, 김현재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이뤄진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경영기획팀과 재무회계팀이 감사위 업무를 지원한다.

덕분에 감사위가 3인 이상의 독립적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는지, 감사위 위원 중 1명 이상은 전문적 식견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살피는 ‘견제기능’ 지표에서 케이씨텍은 2.3점이 매겨졌다. ‘경영성과’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평점이다. 자산규모를 감안하면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 ‘정보접근성’과 ‘평가개선프로세스’ 지표는 각각 2.0점, 1.9점으로 채점됐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는 만큼 이사회 평가에 대한 설명이나 공시 등의 측면에서 모범 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이 많았다.

외부기관 평가를 보면 한국ESG기준원(KCGS)은 케이씨텍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종합등급을 C로 평가했다. 이중 지배구조(G) 등급이 B로 가장 양호했고 환경(E)과 사회(S) 부분에선 각각 C등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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