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그리는 글로벌 3.0]글로벌 비전 핵심 키워드 'C2C'…포시마크 '화룡점정'①레드오션 된 이커머스, 새 시장 개척해 차별화…글로벌 네트워크 '시너지' 구축
이지혜 기자공개 2023-01-18 13:19:14
[편집자주]
2022년 4월 네이버가 '글로벌 3.0'을 새 비전으로 선포했다. 최수연 대표이사가 네이버의 수장으로 선임된 지 약 반년 만에 내놓은 비전이다. 동시에 네이버는 2027년까지 이용자 수 10억명, 매출 1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포시마크 인수는 네이버 글로벌 3.0의 상징적 딜로 꼽힌다. 네이버 사상 최대 빅딜인 만큼 C2C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내보였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왜 글로벌 3.0의 핵심전략으로 C2C를 바라봤을까. 네이버의 글로벌사업 비전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6일 15: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3.0’. 지난해 네이버의 새 수장으로 선임된 최수연 대표이사가 내놓은 비전이다. 일본과 북미, 유럽 등에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하고 5년 안에 글로벌 10억 명 사용자, 매출 15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최 대표는 글로벌 3.0을 달성하기 위한 길을 C2C(개인 간 거래)사업에서 찾았다. 포시마크(Poshmark)가 대표적이다. 포시마크는 북미 1위 C2C 패션 플랫폼 기업으로 '사람들의 옷장을 기술로 연결‘하는 것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포시마크의 상징성은 크다. 우리 돈으로 1조7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한 네이버 사상 최대 빅딜이라는 점 외에도 한국, 일본, 유럽, 북미를 잇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C2C 주자로 발돋움했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C2C, 글로벌 3.0의 핵심
네이버에 따르면 글로벌 3.0의 대표적 딜로 포시마크 인수가 꼽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포시마크 인수는 최 대표 선임 이래 최대이자 설립 이래 최대 딜”이라며 “글로벌 3.0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상징적 M&A(인수합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그간의 글로벌 사업 전략을 세 단계로 나눠 바라보고 있다. 일본에서 메신저 서비스 라인(LINE)으로 성공을 거둔 게 글로벌 1.0이라면, 글로벌 2.0은 유럽 AI(인공지능) 연구소 설립과 북미 웹툰 플랫폼 왓패드 인수로 설명할 수 있다. 글로벌 3.0은 네이버의 역량고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C2C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게 핵심이다.
포시마크 인수는 네이버의 글로벌 3.0 비전과 C2C사업에 있어서 상징적 딜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규모면에서 그렇다. 네이버는 포시마크 인수에 모두 1조6700억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네이버 사상 최대 규모의 딜이다.
방향성 측면에서도 포시마크 인수는 적잖은 의미가 있다. 네이버가 포시마크를 인수하는 데 이 정도 자금을 투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C2C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C2C사업에서 성장성을 확인하고 마침내 미래 먹거리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코어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적극 검토하다가 포시마크 인수를 결정했다”며 “(C2C사업은) 중장기적으로 네이버의 5~10년 뒤 성장을 이루는 한 축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에 따르면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에 안주하지 않고 커머스 사업자로 성공한 유일한 기업이다. 또 국내 UGC콘텐츠(사용자 생성 콘텐츠)와 블로그, 카페 등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데 이어 Vlive, 밴드, 웹툰 등 콘텐츠까지 육성해냈다.
안 연구원은 네이버가 콘테츠와 커머스 사업을 페이로 연결해 매출을 늘린 데 이어, 포시마크 인수로 커뮤니티 커머스라는 새로운 리테일 형식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C2C는 아마존 등 거대기업이 아직 진출하지 못해 주요 플레이어가 없는 산업”이라며 “주 사용자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인 만큼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즉 네이버가 C2C라는 새 영역을 개척해 기존의 이커머스 사업자와 차별화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C2C 플레이어 발돋움, 글로벌 3.0 비전 ‘성큼’
포시마크 인수로 네이버는 글로벌 선두 C2C 플레이어로 단숨에 도약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폭넓은 C2C 네트워크를 확보한 기업이 됐다. 네이버가 지분을 확보했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C2C 기업은 포시마크를 포함해 한국, 일본, 북미, 유럽, 태국, 싱가포르, 인도, 호주 등에 이른다. 네이버가 각 C2C 플랫폼을 연결해 네트워크를 구축할 경우 막대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일찌감치 C2C사업에서 미래를 찾았다. 2020년 1월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으로 ‘크림(KREAM)’ 서비스를 출시한 뒤 거래 품목을 넓히며 사업을 확장, 그해 12월에는 일본에서 의류·액세서리 전문 리셀마켓인 ‘빈티지시티’의 첫 선을 보였다.
동시에 C2C 사업 관련 투자도 꾸준히 진행했다. 2020년 9월 14일 싱가포르 중고 플랫폼 스타트업 캐러셀(Carousell)에 748억6300만원을 투자한 데 이어 유럽 최대 규모의 중고거래 플랫폼인 왈라팝 지분도 이 시기에 확보했다. 당초 네이버는 왈라팝 지분을 10%만 보유했지만 지분을 추가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밖에 네이버가 지분 투자를 진행한 C2C 기업으로 프랑스의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태국의 사솜컴퍼니, 싱가포르의 리벨로 등이 있다.
네이버의 C2C사업 육성 정책은 글로벌 3.0의 경영목표인 글로벌 사용자 10억명, 매출 15조원을 달성하는 데에도 힘이 된다. 네이버에 따르면 하루 이용객(DAU)는 3600만명이며 카페, 밴드, 제페토 등 등록자는 3억4000만명을 넘는다. 위버스, 라인까지 합치면 네이버 서비스 이용자 수는 5억7500만명이 된다.
여기에 포시마크와 왈라팝 이용자 수인 8000만 명과 1500만명을 더하면 네이버의 이용자 수는 단숨에 1억명이 추가로 늘어난다.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이용객 수가 2500만명, 캐러셀은 10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가 글로벌 3.0 경영목표를 달성하기까지 불과 3억명이 남는다. 비전을 선포한 지 약 1년여 만에 경영목표의 절반을 이룬 셈이다.
최 대표는 포시마크 인수를 놓고 “네이버가 C2C 시장 태동기부터 주목해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C2C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다”며 “이번 포시마크 인수로 북미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C2C가 주요 매출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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