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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레버리지 분석]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은 지분 '증여'를 선택할까지주사 ㈜코오롱 지분 45% 보유, 공식석상서 "능력 입증돼야 지분 물려주겠다" 발언

김위수 기자공개 2023-01-20 07:37:04

[편집자주]

3·4세 젊은 경영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재계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동시에 '잘 물려받는 법'에 대한 고민도 클 것으로 보인다. 투명경영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 지배회사 지분율 확대 혹은 상속·증여세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더벨은 주요 기업이 승계 과정에서 어떤 자산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6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오롱그룹에는 국내 대기업 집단과는 다른 점이 있다. 승계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음에도 후계자인 이규호 사장이 보유한 주요 그룹사 주식 수가 '0'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3·4세 경영에 나선 기업의 경우 적은 비중이나마 주식을 쥐고 경영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이규호 사장의 지분확대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날까. 최대주주인 이웅열 명예회장의 공식석상 발언을 살펴보면 증여의 형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간 이 명예회장은 줄곧 아들인 이 사장이 능력을 입증해야 지분을 물려주겠다고 발언해왔다.

증여가 아닌 상속의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의도적인 주식의 이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전반적으로 살펴봐도 갑작스레 일어나는 상속보다는 증여를 준비하며 적절한 시점을 엿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증여가 이뤄진다면 이규호 사장이 이끄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웅열 명예회장 지분율 절반 육박, 증여세는?

코오롱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 ㈜코오롱이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글로벌·코오롱모빌리티그룹·코오롱생명과학 등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형태다. 적게는 20%, 높게는 70% 이상의 지분율을 보인다. ㈜코오롱 지분 확보가 곧 코오롱그룹의 지배력 확보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재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웅열 명예회장이 ㈜코오롱의 최대주주다. 지분율은 45.83%에 달한다.
코오롱그룹 지분 관계도.(일부 생략)
만약 이 사장이 이웅열 명예회장의 지분을 전량 증여받는다면 얼마의 세금을 내야 할까. 증여하는 재산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증여세로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된다. 여기에 최대주주의 지분이 증여되는 경우 20%의 할증이 붙는다. 증여받는 재산의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원화 가치로 환산하면 1416억원(13일 종가 기준)이다. 이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증여세로는 850억원이 나온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한다면 증여세를 5년간 6회에 나눠서 납부할 수 있다. 연부연납 제도를 최대치로 활용하면 850억원 기준 1회당 내야 하는 증여세는 142억원으로 계산된다.

◇이규호 사장에 대한 거액 배당·보수 없었다

상속세만 수천억원이 나오는 다른 대기업에 비교했을 때 코오롱그룹의 세금부담이 큰 편은 아니다. 다만 이규호 사장에게 현금을 보강해 줄 지렛대 계열사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향후 코오롱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다른 그룹의 사례를 살펴보면 보통 대기업 후계자들은 배당금을 통해 지분매입 혹은 상속·증여세 재원을 마련한다. 보유 중인 지주사 지분, 개인회사를 포함한 그룹 계열사 지분 등이 큰 역할을 한다.

코오롱그룹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의 주주명단을 살펴봐도 이 사장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자산규모가 10억원도 되지 않는 작은 가족회사 두 곳의 지분 10%씩을 보유 중이다. 적어도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코오롱그룹 일가가 현금 지렛대로 활용하는 계열사가 없다는 뜻이다.

이규호 사장이 주요 경영진으로서 매년 수십억원의 보수를 받지도 않았다. 지난해까지 몸담았던 코오롱글로벌의 임원 보수 현황을 살펴보면 이 사장이 가져간 보수는 매년 5억원 미만임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 특별한 거액 배당 및 보수가 없었던 셈이다.

◇높은 지분율 자체가 지렛대?…코오롱모빌리티그룹 성과에 주목

이웅열 명예회장의 지주사 지분이 45.83%로 높다는 점은 위안이다. 여차하면 지분율 희석을 감안하고 증여받은 지분을 매도해 재원을 마련해도 된다. 지분 전체를 증여한다고 가정했을 때 증여세 마련 등을 감안하면 온전히 받을 수 있는 지분율은 20% 안팎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분율이 절반 이상 깎이는 것은 경영상 부담이다. 일부 지분은 매각하고 보유현금과 추가차입 등의 전략을 적절히 활용해 최대한 지분율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이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일으킨 차입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보유주식 중 80% 이상에 대해 주식담보계약이 걸려있다. 차입을 일으킨 배경 등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일어난 벤처기업 설립 및 투자에 활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이밖에 승계과정에서 해외법인 및 비상장 벤처사에 대한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사장에게 주식을 물려주는 시점은 언제일까. 명분상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성과를 내는 시점과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을 인적분할해 출범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수입차 유통 등의 사업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 사장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미래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았다.

코오롱그룹 주요 계열사 중 이규호 사장이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처음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일차적인 목표는 2025년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하는 일이다. 지난해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의 매출은 2조원, 영업이익은 546억원이었다.
지난 4일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출범식에 참석한 이규호(왼쪽) 사장과 전철원 사장. (출처: 코오롱모빌리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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