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전략 분석]포스코, 2000억 영구채 상환 이득일까자본으로 인정받기 보다 상환 선택...금리상승 영향
이경주 기자공개 2023-01-25 07:18:02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6일 16:2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가 10년전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올해 갚을 계획이다. 최근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해당 자금을 재원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영구채는 상환 의무가 없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장기간 보유할수록 더 많은 금리를 부담하도록 구조가 설계된 경우가 많다. 포스코 역시 올해가 상환하지 않을 경우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발동되는 시기다.
업계에선 스텝업 조건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임에도 상환을 택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스텝업으로 가산된 금리가 최근 10년물 회사채 민평금리와 비슷하다. 자본으로 인정받는 대가까지 감안하면 스텝업이 나쁘지 않다. 결과적으론 재무지표 악화를 감수하고 비용절감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무 없지만 올 상환대상에 포함
포스코는 이달 12일 발행한 7000억원 규모 원화 회사채에 대한 자금 세부 사용내역을 투자설명서를 통해 공개했다. 전액(7000억원)을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2조173억원 규모 회사채를 상환하는데 쓰겠다고 밝혔다.
이중 원화채 만기도래분이 7500억원이다. 12일 발행한 원화채(7000억원)는 이 채무들을 상환하기 위한 용도다. 외화채 만기도래분은 역시 이달 찍은 20억달러 규모 외화채로 차환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점은 원화채 상환대상에 신종자본증권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2013년 6월 13일 발행한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1-2회’차다. 만기가 30년 뒤인 2043년 6월 13일로 설정돼 있지만 발행사 의지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상환 의무가 없는 영구채다. 덕분에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돼 재무안정성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스텝업 조건은 있다. 발행금리는 발행일로부터 10년이 되는 시점까지 연 4.6%다. 더불어 발행일로부터 매 10년이 될 때마다 금리를 재산정한다. 해당 시점 10년 만기 국고채수익률에 연 1.4%를 가산한다. 스텝업 조건은 발행일로부터 10년 뒤에 0.25%, 30년 뒤엔 추가로 0.75% 가산이다.
올 6월 13일이 10년이 되는 시점이다. 금리 재산정과 함께 스텝업(0.25%)을 수용하던가 그 전에 상환을 해야 한다. 포스코는 선택을 할 시간이 반년 가량 남았지만 상환 계획을 밝혔다.
◇스텝업 반영 금리 4.9% 수준, 10년물 회사채 4.6%
스텝업에 따른 부담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긴축정책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금리가 10년전보다 크게 뛴 여파다. 자본으로 인정받는 영구채 금리가 부채인 회사채와 비용부담이 비슷한 수준이 됐다.
영구채 금리 재산정을 위한 기준점인 10년물 한국 국채가격은 지난해 말 4.655%까지 높아졌지만 조정을 거쳐 이달 13일 기준 3.301%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스텝업 조항을 대입해 1.65%(1.4%+0.25%)를 가산하면 발행금리는 4.951%로 단순 계산된다.
포스코 회사채 10년물 민평금리는 이달 13일 기준 4.665%다. 스텝업을 반영한 영구채(4.951%)금리보다 28.6bp(0.286%)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자본으로 인정받는 대가가 크지 않다. 10년전엔 자본 인정 대가가 1%가 넘었다. 발행일인 2013년 6월 13일 기준 포스코 10년물 민평금리는 3.42%였다. 영구채 발행금리(4.6%)가 118bp(1.18%) 비쌌다.
스텝업 발동 시기(올 6월 13일)엔 영구채 최종금리가 예상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달 13일(3.5%)을 끝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국고채 금리가 연초보다 낮아질 수 있다.
결국 포스코는 추후 10년 동안 영구채를 유지할 경우 내야할 이자비용을 아끼는 선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최근 포스코가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과는 대치된다. 영구채 투자자와의 관계 등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닌지 관심이 쏠린다.
포스코는 올 1월 고금리를 감수하고 원화채(7000억원)와 외화채(20억달러)를 총 3조2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원화채는 4% 내외, 외화채는 6% 내외. 외화채는 10년물(3억달러)도 찍었다. 영구채를 유지해도 외화채 10년물보다는 저렴할 수 있다.
영구채를 상환하면 재무지표는 일부 악화된다. 자본총계에서 2000억원이 빠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말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32조6705억원, 부채총계는 13조4785억원이다. 부채비율은 41.3%다. 이달 3조2000억원 규모의 원·외화채를 발행했기 때문에 부채비율은 직전 분기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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