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매물 분석]KDB생명 매각, 차라리 JC파트너스가 샀다면…②금리상승은 긍정적, 임시 경영 장기화에 재무 상황 지속 악화
서은내 기자공개 2023-02-03 07:30:19
[편집자주]
M&A 시장에서 수면 아래에 있던 보험사 인수 매물들이 해가 바뀌면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보험사의 가치평가와 직결되는 새 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M&A에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 된다. 잠재적인 매물로 회자되는 보험사 수가 적지 않다. 각 회사별 자산 규모나 특징, 장단점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인수 의향을 가진 원매자들의 시선은 어디를 향할까. 더벨은 시장에서 거론되는 보험 인수 매물들의 히스토리와 강점, 약점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5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생명이 JC파트너스로의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면 어땠을까. KDB생명은 대주주 산업은행의 매각 추진이 장기화되자 사실상 주인없는 회사로 수년의 시간을 흘려보내는 중이다. 그사이 주요 영업, 재무 지표들이 하향세를 그리며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조속한 매각을 기대하며 임시적인 경영체제가 오랜기간 지속된다는 점은 상황이 악화되는 요인이다. 매각 추진 상태의 CEO가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책임 경영이 쉽지 않다보니 매물로서의 가치도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구조조정 딜에 정통한 인수금융 업계 관계자는 "사실 생명보험 비즈니스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KDB생명 딜을 적극적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만큼 난이도로 보면 최상급으로 어려운 딜"이라고 평가했다.
산업은행은 하루라도 빨리 KDB생명을 민간에 넘겨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금리가 상승기조인 상황은 긍정적이다. 다만 초기 인수비용은 적게 들지 몰라도 이후 회사 정상화에 투입해야 할 자금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돼 인수 전망을 낙관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게 금융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 매각 장기화로 영업력 등 악화일로‥금리상승에 역마진 해소 가능성
KDB생명을 매물로 놓고 평가할 때 최근 금리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KDB생명의 약점은 과거 7~8% 수준에서 판매했던 고금리확정형 보험부채들이 쌓여 자본 건전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금리가 오르면 운용이익률을 높여 역마진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고금리확정형 계약들이 중도해지 등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도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 새 인수자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회사 건전성 감독기준인 지급여력비율을 높이면 운용이익율을 더 높이는 등 운신의 폭도 넓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KDB생명은 3분기 당기순이익이 11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배에 가까운 순익 성장을 보여줬다. 운용자산이익률도 같은 기간 2.46%에서도 3.29%로 0.83%p 올랐다.
이같은 대외적 요소를 제외하면 KDB생명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다수다. 2020년 산은이 사모펀드 JC파트너스를 낙점하고 KDB생명 매각에 기치를 올렸던 당시만 해도 KDB생명은 매물로서 분명한 강점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JC파트너스가 보유한 MG손보 지분으로 인해 JC파트너스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내어주지 않았고 딜은 무산됐다. 그 후로 현재까지 KDB생명 내에서 유능한 인력들이 대규모로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 사이 성장지표들의 하향세가 뚜렷하다. 신계약 보험료는 줄어들고 판매 채널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KDB생명의 신계약금액은 2017년 11조6350억원이었으며 2019년만해도 9조77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21년 들어 3조4470억원으로 큰 폭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신계약금액은 1조867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조7500억원)보다도 더 감소했다.
한 보험 유관기관 관계자는 "다수 보험사들이 금리 상승기 새 회계제도 IFRS17 도입 영향에 자본구조 개선이 예상되나 KDB생명은 예외로 평가된다"며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 비중이 워낙 크다는 리스크가 있고 영업력도 업권 대비 낮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KDB생명의 매물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진 것은 그동안 매각이 장기화된 영향이 크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으면서 곧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임시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보니 뭔가를 키우거나 개선시킬 의지가 약했다는 얘기다.
영업력이 떨어진 것도 대주주 산업은행의 특성과 맞물린다. B2B 기조가 강해 방카슈란스의 영업력에 기대기 힘든 구조다. 최근 보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이같은 인수 리스크를 부담하려고 할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2~3년 전만해도 KDB생명은 투자가치 면에서 충분한 강점이 있었으나 임시 경영이 장기화되면서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며 "차라리 JC파트너스가 대주주가 됐다면 지금보다는 확실히 개선됐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KDB생명 현 CEO인 최철웅 대표는 보험업과는 무관한 이력을 보유한 인사다. 행시 출신으로 국세청에 몸담았으며 이후 세무법인 대표로 있다가 2018년 KDB생명 상근감사위원으로 합류했다. 2021년 대표이사에 올라 현재까지 대표직을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KDB생명 인수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진 곳은 일부 사모펀드로 전해진다. 산은과 JC파트너스의 SPA 체결당시 대주주 지분 92.73%의 인수가격은 2000억원이었다. JC파트너스로의 매각 시기에 비해 여건이 악화된 만큼 더 높은 매각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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