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호 키맨 지형도 변화]임기 1년 남기고 더욱 막강해진 최정우 리더십①요동치는 포스트 최정우, 전중선 사장 퇴임...포스코홀딩스 팀장도 사실상 대부분 교체
조은아 기자공개 2023-01-27 07:40:44
[편집자주]
'포스코 회장 잔혹사' 이야기를 꺼낼 시기가 왔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임기는 약 1년이 남았지만 정권 교체와 맞물린 전임 회장들의 중도 퇴임 역사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이 경제계 신년회에 이례적으로 불참하고,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포스코 회장직의 연임 행태를 비판하는 등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 와중에 최 회장은 본인의 남은 임기 1년을 함께할 사장단 인사를 파격 단행했다. 차기 회장 후보로 지목됐던 인물들 중 누군가는 자리를 지켰고, 누군가는 자리를 옮겼다. 아예 짐을 싼 사람도 있다. 최 회장과 포스코의 의중은 무엇일까. 더벨과 THE CFO가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0일 13:5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그간 포스코그룹 회장이 모두 정권 교체와 함께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는 점을 볼 때 최 회장이 임기를 채우면 역대 최초로 연임까지 무사히 마친 회장이 된다.그러나 최 회장이 정부의 견제를 극복하고 자리를 지킨다해도 사실상 하반기에 들어서면 레임덕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10월~11월 차기 회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경우 2021년 3월 첫 임기 만료를 앞두고 2020년 12월 연임이 확정됐다.
이번에도 비슷하다면 최 회장의 실질적 임기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은 자리를 공고히 다지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후진에게 길을 터주고 '포스트 최정우'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는 얘기다. 그러나 최 회장은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포스트 최정우, 어게인 재무라인 혹은 엔지니어 출신 복귀?
포스코그룹의 새해 인사는 두 가지 면에서 이례적이다. 통상 12월 셋째주에 실시하던 그룹 사장단(임원) 인사를 지난해 12월 27일과 올해 1월 6일 두 번에 걸쳐 발표했다. 인사를 나눠 발표할 만큼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다는 방증이다.
어느 때보다 안정이 필요한 시기 최 회장은 안정보다 변화를 선택했다. 대규모 교체를 통해 판을 흔들었다. 기존 판을 유지하면서 후사를 도모할 시기에 판을 깨뜨린 셈이다.
포스코그룹은 12월 말 일부 계열사 대표이사 교체를 포함해 상당 폭의 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인사가 눈길을 끈 이유는 또 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의 거취에 대해 애매한 대답을 내놨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은 전 사장의 자리에 정기섭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히면서도 전 사장이 회사에 남을지, 어디로 이동할지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전 사장의 거취는 1월 초 이뤄진 인사에서 드러났다. 전 사장은 3월까지 임기를 마친 뒤 회사를 떠난다. 전 사장은 포스코홀딩스 출범과 동시에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2021년부터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로 일각에서 부회장 승진을 점쳤을 정도다. 멀리 봤을 때 최정우 회장 후임으로 거론되는 후보군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전 사장의 빈자리는 예상 밖의 인물이 채웠다. 그룹에서도 존재감이 그리 높지 않은 포스코에너지를 이끌던 정기섭 대표이사가 낙점됐다.
그는 포스코에너지에서 2018년부터는 CFO를, 2020년부터는 CEO를 지냈다. 포스코에너지는 포스코인터내셔널에 흡수합병돼 지금은 사라진 곳이다. 두 회사의 합병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규모가 작은 포스코에너지를 이끄는 정 사장의 거취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무려 최 회장과 호흡을 맞추는 자리에 올랐다.
포스코홀딩스 CFO만 바뀐 게 아니다. 사업회사 포스코의 CFO였던 윤덕일 부사장 역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포스코케미칼로 옮겼다.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 전환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그룹의 근간이자 핵심인 철강사업을 책임지는 곳이다. 그런 포스코에서 수십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경험을 채 쌓기도 전에 자리를 후임에게 내준 셈이다.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그룹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규모 자체는 포스코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룹 내 위상은 말할 것도 없다.
최 회장은 50년 포스코 역사상 첫 재무통 CEO이자 비서울대, 비엔지니어 출신으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최 회장의 성과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군으로도 그룹의 재무 전문가들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중선 사장이 그룹을 떠나면서 현재로선 최 회장을 이을 만큼 존재감 있는 재무 전문가가 그룹 내부에선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다시 과거로 회귀해 '서울대 현장' 출신이 회장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포스코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학동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과는 대척점에 서있는 인물이자 최 회장의 취약 부문을 보완해주는 인물이다. 그는 현장에서도 매우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2인자 전중선 사장 퇴진 놓고 설왕설래
지주사 전환과 코로나 19 팬데믹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주역이었던 전 사장의 퇴진을 놓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전 사장은 최정우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실제 그는 2018년 최 회장이 취임한 후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센터와 전략기획본부를 이끌며 최 회장의 경영방침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딱히 '최정우 사람'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이구택 전 회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권오준 전 회장 시절에도 가치경영실 발족 멤버로 참여했다. 또 당시 조청명 가치경영실장이 물러난 뒤 가치경영실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 사장을 '권오준 사람'으로 분류하는 시선도 있었다. 관계자들의 얘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과거 최정우 회장 및 전중선 사장과 함께 근무했던 관계자의 말이다. "전중선 사장은 상당한 원칙주의자다. 최근 들어 최정우 회장과 갈등을 빚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공개석상에서 마찰을 빚은 적도 있었다."
전 사장이 실세로 떠오른 건 포스코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다. 이전까지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 전문가이자 기획과 전략에도 능통한 인물이라는 평가는 있었지만 '포스트 최정우'로 통하기 시작한 건 최근 1년 사이다.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2021년 12월로 1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그룹 내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제치고 갓 사장이 된 전 사장이 2인자로 떠오르면서 안팎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게감 낮아진 포스코홀딩스 팀장, 더욱 강력해진 리더십
최 회장이 그룹의 재무라인만 흔든 건 아니다. 기존 포스코홀딩스 팀장 11명 가운데 무려 7명을 바꿨다. 포스코홀딩스 팀장은 대표이사 바로 아래서 최정우 회장과 호흡을 맞추는 자리다. 어느 면으로 보든 요직일 수밖에 없다. 전중선 사장이나 후임 정기섭 사장 모두 포스코홀딩스에서 공식 직책은 팀장이다.
지난해 3월 포스코홀딩스 출범 이후 처음 팀장이 선임됐을 때 직급은 대부분 전무~부사장급이었다. 그러나 채 1년도 안 돼 상당수가 교체됐다. 특히 기존 팀장단보다 직급이 크게 낮아졌다.
먼 훗날 포스코그룹을 이끌 '젊은 피'에게 기회를 줬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기존 팀장들 역시 팀장을 맡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만큼 아직은 갈 길이 먼 인물들이다. 세대 교체를 논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사실상 보좌진의 직급을 낮춰 최정우 회장 리더십을 강화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인재경영팀은 최 회장의 비서실 역할을 하는 곳으로 전해진다. 인재경영팀장은 기존 김용수 전무에서 이번에 승진한 박승대 상무 몫으로 돌아갔다. 사실상의 비서실장을 기존 전무에서 이제 갓 임원이 된 인물로 바꾼 셈인데 경영 참모 역할보다는 단순 보필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바뀌지 않은 팀은 친환경미래소재팀, 법무팀, IR팀, 국제협력팀 등 4곳이다. 법무팀과 IR팀의 경우 지난해 외부에서 팀장을 영입한 곳이다. 법무팀장은 지난해 4월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김영종 전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가 맡고 있다. IR팀 역시 지난해 5월 신설하며 팀장으로 한영아 전 SPC삼립 경영전략총괄 부사장을 영입했다.
국제협력팀의 경우 기존에도 이재완 상무가 팀장을 맡는 등 다른 팀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은 팀이다. 사실상 친환경미래소재팀장인 유병옥 부사장 1명을 제외하면 추후 포스코홀딩스의 미래를 이끌만한 팀장 대부분을 새 얼굴로 교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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