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리포트]"아이디어만 있으면 전용칩 개발부터 제작까지"④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김혜란 기자공개 2023-02-21 12:51:12

[편집자주]

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가 설계하고 파운드리가 위탁생산하지만 설계자산(IP)기업과 OSAT(후공정)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IP업체와 협력해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잇고 후공정까지 턴키(일괄수주) 생산을 도맡는 곳이 바로 디자인하우스다. 역량과 규모를 갖춘 디자인하우스가 뒷받침해줘야 파운드리 산업도 클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자인하우스로 진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금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생태계의 현주소와 육성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7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반도체 제작이 가능한 시대는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반도체 밸류체인 내 '디자인플랫폼'을 중심으로 상상은 현실이 되고 있다.

디자인하우스 세미파이브는 세트(완성품) 업체가 아이디어만 가지고 오면 칩 개발부터 제작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디자인플랫폼 사업 모델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2019년 출발한 후발주자지만,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인력 400여명을 확보했고 1700억원이 넘는 자본을 유치하며 시장에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세미파이브의 조명현 대표(사진)는 더벨과 만나 "전 세계에서 누구든 전용 반도체 만들려면 세미파이브를 찾아오면 되게 하는 게 저희의 명확한 목표"라며 "이를 위해 반도체를 더 싸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설계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코리아디자인센터에 있는 세미파이브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디자인플랫폼의 의미, 세미파이브의 가치

조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디자인하우스들도 기존 디자인하우스의 사업 범위에 더해 설계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에 따라 여기에 맞춰 역량을 키우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대세"라고 전했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가 설계한 코드를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 생산할 수 있게 공정용 도면으로 바꾸는 일을 하는데, 여기에 더해 설계 플랫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게 추세다. 세미파이브는 이런 흐름에 누구보다 앞서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서로 다른 팹리스가 만든 반도체 칩이라도 핵심 칩 외에는 이를 기능하게 하는 칩과 연결선 등 토대는 거의 동일하다. 반도체가 차별화되는 것은 핵심 칩의 성능에 따라서다. 동일한 부분은 플랫폼처럼 만들어 재사용한다면 반도체를 만들 때 드는 비용과 개발 기간을 확 줄일 수 있다. 그게 바로 디자인플랫폼의 사업 모델이다.

조 대표는 "새로운 반도체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할 때 개발 비용과 리스크 부담 등을 디자인플랫폼이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여러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들이 비슷한 플랫폼을 각자 비용과 시간을 들여 설계하고 있었다면, 디자인하우스에서 만들어놓은 플랫폼을 사다 쓰면 팹리스는 자체 핵심 칩 개발에만 역량을 쏟으면 된다.

조 대표는 "(디자인하우스에서 디자인플랫폼으로의 진화는) 개발에 1년이 걸리는 것을 어떻게 6개월 이내로 줄일지, 개발 뒤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기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하우스의 이런 진화는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관계가 깊다. 반도체 용량이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회사마다 칩을 제조 쪽에서 혁신해 차별화하기가 어려워졌다. AI 등 수요 기술 다변화 경향도 뚜렷해졌다. 여기서 나온 게 '맞춤형(custom) 반도체(전용칩)' 트렌드다.

범용성을 추구하는 데 한계에 부닥치자 설계 쪽에서 전용칩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애플과 구글 등이 자체 칩을 개발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전용 반도체를 만들 때 기존 설계를 재사용하지 않으면 개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데 아키텍트와 공통으로 사용되는 IP, 검증, 소프트웨어 등 반복적으로 쓰여 재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플랫폼화 재사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디자인하우스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과 가치도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미파이브 사무실 전경

◇"커지는 전용반도체 시장에서 핵심 역할할 것"

조 대표는 "시스템 시큐리티(system security) 카메라 회사라든지, 자동차 기업이라든지 다양한 업체가 직접 칩을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뚜렷한데, 모든 회사가 자체 칩 설계역량을 갖출 수는 없다"며 "그러다 보니 기존에 특정 영역만 담당했던 디자인하우스들이 반도체 부분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확장해 이들 세트 업체가 아이디어만 가지고 오면 칩 개발의 전반적인 것들을 담당해주는 플랫폼 모델로 진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창업 이후) 지난 3년 동안 효율적인 개발 플랫폼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계속해왔다"며 "디자인플랫폼으로서 탄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단 점이 세미파이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세미파이브의 고객사는 팹리스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팹리스 계열사, 세트 업체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세트 업체가 원하는 반도체 설계를 지원한다고 해서 팹리스와 성격이 같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팹리스는 자사의 브랜드로 칩을 만들어 판매하지만 세미파이브는 고객이 만들고자 하는 칩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저희가 상품을 기획해 판매하는 사업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팹리스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훌륭한 반도체 스타트업 탄생과 함께 성장"

과거엔 삼성 파운드리가 대형 고객사 위주로 영업을 하면서 국내 중소형 팹리스는 소외됐다면 최근엔 기조가 많이 바뀌었다. 조 대표는 "최근 삼성 파운드리도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삼성 파운드리가 성공하려면 밸류체인 속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

한국엔 이미 삼성 파운드리라는 탄탄한 제조 인프라가 있다. 최근 몇 년 새 한국에는 시스템 반도체 스타트업들도 많이 생겼다. 이제 양쪽을 연결해주는 가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팹리스도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조 대표는 "훌륭한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긴 게 디자인솔루션 파트너(DSP)로서도 굉장한 행운"이라며 "한국의 AI 반도체를 만드는 유력 스타트업 중 많은 기업이 저희와 같이 일하고 있다. 세미파이브의 플랫폼을 사용해 각자의 칩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디자인플랫폼들은 국내 팹리스뿐만 아니라 해외 팹리스 고객들에게도 삼성 파운드리를 이용해 밸류를 생성할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미파이브의 현재 고객사는 20여곳이며 미국과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