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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디자인하우스 리포트]팹리스·파운드리·OSAT 동반성장 이끄는 '허브'로 부각②가교 역할하며 중소형 팹리스까지 커버, 삼성 고객사 기반 확대에 기여

김혜란 기자공개 2023-02-16 12:59:37

[편집자주]

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가 설계하고 파운드리가 위탁생산하지만 설계자산(IP)기업과 OSAT(후공정)의 손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IP업체와 협력해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잇고 후공정까지 턴키(일괄수주) 생산을 도맡는 곳이 바로 디자인하우스다. 역량과 규모를 갖춘 디자인하우스가 뒷받침해줘야 파운드리 생태계가 클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자인하우스로 진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금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생태계의 현주소와 육성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4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일반적인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산업에 가깝다. 시스템 반도체는 분업화된 수많은 제조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파운드리업에서 기술력은 기본이고, '파트너십'이 중요한 이유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설계자산(IP) 기업과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등을 한데 묶어 에코시스템 '세이프(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를 만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삼성 파운드리가 고객 기반을 확 넓히려면 대기업부터 중소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TSMC에 비해 캐파(생산능력)가 적은 데다 인력이 한정적인 삼성 파운드리가 다 대응하기란 역부족이다. 여기에서 삼성의 디자인하우스 협력사인 DSP가 힘을 발휘해야 한다.

대만도 TSMC 공정 기반의 디자인하우스 글로벌유니칩(GUC)과 알칩(ALchip)이 중·소형 팹리스를 TSMC 공정에 맞게 커버해줬기에 대만의 파운드리와 디자인하우스 모두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었다.

결국 삼성 파운드리 기반의 디자인하우스가 힘을 길러야 삼성도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디자인하우스가 삼성 파운드리를 연결해줄 탄탄한 고리가 된다면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디자인하우스, 동반성장 핵심 축으로 부각

전 세계 파운드리는 압도적 1위 대만 TSMC와 추격하는 삼성전자의 '1강 1중'체제다. 디자인하우스 생태계도 TSMC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TSMC는 오픈이노베이션플랫폼(OIP·Open Innovation Platform) 내 가치사슬협력자(VCA·Value Chain Alliance)라는 전문 디자인하우스 그룹을 만들었다. 이들은 탄탄한 상생의 협력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TSMC에 공정을 맡기고자 하는 팹리스들이 주문한 설계도는 전 세계 8곳뿐인 VCA가 책임진다. 삼성의 경우 TSMC를 벤치마킹해 2018년 뒤늦게 디자인하우스 9곳을 지정해 SAFE 내 DSP를 결성했다.

삼성 파운드리가 대만 TSMC와 달리 주변 생태계가 같이 성장하지 못한 건 태생이 달랐기 때문이다. 대만은 애초부터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주력했다. 약 35년 전 TSMC를 띄우며 시스템 반도체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한 대만은 오래 사업을 해오며 자연스럽게 디자인하우스, OSAT(후공정), 팹리스와 함께 성장했다.

반면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 위주로 성장했다. 소품종 대량생산의 메모리 산업은 대기업 중심의 생산 체제, 공정 기술력과 캐파 중심의 확장 전략이 유리했다. 상대적으로 생태계는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이런 탓에 디자인하우스 생태계도 이렇다 할 경쟁력을 갖춘 곳이 없었고 삼성 파운드리도 대형 고객사 중심으로 수주를 받았다. 중소형 고객사를 받으면 삼성이 직접 스펙 협의부터 시작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육성이 국가적 화두가 되면서 삼성 파운드리가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선 대형 고객사만 받아선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를 위해선 국내·외 중소 팹리스 등의 주문을 받아 가교 역할을 해줄 디자인하우스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파운드리에 주문을 넣는 건 팹리스다. 글로벌 팹리스 입장에서도 한국시장을 볼 때 삼성 파운드리와 디자인하우스 협력사의 역량이 탄탄하면 삼성 파운드리를 찾을 유인이 생긴다.

국내 디자인하우스 역량이 강해지고 파운드리와의 연결고리가 탄탄해지면 국내·외 팹리스가 삼성 파운드리를 이용하려면 바로 DSP를 찾으면 된다. DSP가 설계부터 생산, 후공정 작업까지 위탁생산 전 과정을 원스톱 서비스로 팹리스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DSP가 OSAT 협력사를 선택하기 때문에 OSAT까지 동반성장할 선순환의 수레바퀴가 굴러가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 SAFE 내 DSP 그룹(삼성전자 홈페이지)

◇M&A 과도기 지나 규모의 경제 갖춘 국내 디자인하우스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성장의 과도기를 지났다. 몇몇 업체가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며 몸집을 키운 것이다. 세미파이브는 DSP인 세솔반도체와 다심, 하나텍을 인수했고 2021년 말에는 미국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 아날로그 비츠(Analog Bits)도 인수했다. 하나텍은 앞서 2019년 11월 이미 또 다른 DSP인 실리콘하모니와 합병한 상태였다.

DSP 중 매출 규모가 1위인 에이디테크놀로지는 DSP 에스엔에스테크놀로지와 아르고를 인수한 데 이어 팹리스인 이글램과 파인스까지 품었다. 이처럼 디자인하우스가 공격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것은 삼성 파운드리의 방침과도 관련이 깊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가 디자인하우스에 최소 인력 200명 이상은 돼야 DSP로 쓰겠다고 하니까 지난 몇 년간 국내 디자인하우스들이 M&A 등으로 규모를 키웠다"며 "삼성 파운드리에 글로벌 팹리스 업체가 수주를 맡길 수도 있으니 그런 것(소화할 수 있어야 해서 그런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약 500명 인력을 확보했다. 대만 GUC의 인력규모는 약 7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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