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싱크탱크 탐방/KB경영연구소]국민과 주택의 만남, '리테일·부동산' 강자 탄생①국책은행 조사부로 방대한 데이터 수집…그룹 경영 힘 싣는 실용 연구 지향
최필우 기자/ 김서영 기자공개 2023-02-08 07:20:10
[편집자주]
은행 영업점이 팔다리라면 연구소는 브레인이다. 금융권 연구소는 자료 취합 업무로 시작해 거시경제와 산업 분석 역량을 갖췄고, 이젠 CEO 아젠다를 제시하는 싱크탱크로 진화했다. 글로벌, 디지털 등 신성장동력 발굴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새 전략을 제시할 연구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권 연구소를 찾아 설립 후 현 체제를 갖출 때까지 겪은 변천사와 그룹 내에서의 역할에 대해 알아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0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경영연구소는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조사부를 모태로 한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 KB국민은행이 출범했고 두 은행의 연구 조직이 합쳐져 KB경영연구소가 탄생했다. 각각 서민금융과 주택금융을 전담한 양행의 방대한 데이터가 합쳐지면서 KB경영연구소는 리테일(소매) 금융과 부동산 분야 연구 강자로 등극했다.리딩뱅크 산하 연구소가 된 지금은 거시경제보단 그룹 경영에 보탬이되는 실용적 연구를 지향하고 있다. 전 계열사를 지원하는 연구 인프라를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다는 포부다.
◇국민·주택은행 합병, 연구 기능 강화…'노후대비·부동산' 콘텐츠 강점
KB경영연구소는 1991년 국민은행 국민가계경제연구소로 출발했다. 1994년 국민은행법 폐지 전까지 서민금융 전담 국책은행이었던 국민은행은 일반 가계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조사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다. 초창기 국민가계경제연구소는 기획관리부, 가계저축부, 소비자신용부, 금융경제연구실 등의 조직에 40여명의 임직원이 포진한 조직이었다.
훗날 국민가계경제연구소와 합쳐지는 주택은행 한국주택경제연구원은 1993년 설립됐다. 1기 신도시 사업으로 부동산 공급이 급증하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수요가 늘면서 부동산 연구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소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는 당시 은행권 트렌드를 따른 조치이기도 했다.
한국주택경제연구원과 국민가계경제연구소는 각각 1996년, 1998년 법인 문을 받고 본사 본부부서로 편입됐다. 별도 법인이 존속하려면 시장 관심사 기반 연구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수익을 내야 한다. 인기가 없더라도 정책 관련 연구를 우선시해야 하는 국책은행 연구소에는 맞지 않는 형태라고 판단했다.
두 연구 조직은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으로 전기를 마련했다. KB국민은행이 출범하면서 연구소도 KB경제경영연구소로 통합됐다. 국민은행은 1999년 장기신용은행과의 합병으로 장은경제연구소도 흡수한 바 있다. 잇따른 합병을 통해 KB국민은행이 초대형 리딩뱅크로 거듭나면서 연구소도 몸집을 불렸다.
KB경영연구소는 각각 서민금융, 주택금융에 특화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만남으로 연구 기능을 집대성할 수 있었다. 국민 대다수의 재산 사정과 주택 현황을 데이터로 보유해 리테일, 부동산 분야 연구 수준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노후 대비 관련 연구에 초점을 맞춘 '골든라이프센터'를 출범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고령화 사회 진입과 전 국민적 노후 대비 부족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관련 연구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민금융에 대한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노하우를 축적한 KB경영연구소는 경쟁사보다 먼저 골든라이프센터를 선보일 수 있었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KB경영연구소는 남다른 경쟁력을 자랑한다. 주택은행은 국민주택기금을 독점 위탁 관리하던 곳이다. 자연스럽게 국내 부동산 데이터가 쌓였고 이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KB부동산 시세가 공신력을 인정받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KB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골든라이프센터는 노후 생활을 돈 만으로 생각하지 않고 삶을 금융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주택은행 시절 연구 노하우가 남아 부동산 분야에도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지주' 소속 변경…조직명 '경제' 빼고 '경영' 집중
KB경영연구소는 KB국민은행 합병 9년 만인 2010년 KB금융지주 소속 부서로 적을 옮겼다. KB금융은 200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금융업 전반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했다. 연구소도 KB국민은행 외 계열사로 지원 범위를 넓히려면 지주에 소속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KB금융은 일찌감치 KB경영연구소장의 직급을 부사장으로 격상했다. KB경영연구소는 지주 내 부서급 조직이지만 부사장이 수장으로 있어 계열사와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KB경영연구소가 각 계열사에 사별, 업권별 데이터를 요청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를 수행해 결과물을 제공하는 구조다.
지주회사 부서로 전환하면서 조직명에도 변화가 생겼다. KB경제경영연구소에서 '경제'를 뺀 KB경영연구소가 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예측 가능성이 다소 떨어지는 거시경제 분석에 집중하기보다 그룹 경영과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연구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KB경영연구소는 올해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구원들 개개인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특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시스템에 변화를 주고 있다. 부동산 콘텐츠도 강화한다. 리포트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세미나 등을 주최해 주목도를 높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KB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임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연구 조직으로 기능하고 더 나아가 연구 결과를 널리 알려 사회적 역할을 하는 게 목표"라며 "연구원별 강점을 적극 활용하고 좀 더 많은 독자에게 콘텐츠가 소비될 수 있도록 대중성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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