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02일 08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략적 투자자(SI)에 속지 마세요"투자 경력이 15년 넘은 한 심사역은 늘 스타트업에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이 풍부할 때도 SI의 '돈 꼬리표'에 대한 경고를 꾸준히 했다. SI는 기업가치를 과하게 높여 스타트업에 '독이 든 성배' 건네는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재무적투자자(FI)가 SI에 요구하는 바는 명확하다. 기업에게 사업적 도움을 주길 원한다. 연구·개발에서 고투마켓(Go-to-Market) 물꼬를 터주길 기대한다. 문제는 SI가 구매자가 아닌, 잠재적 경쟁자가 되는 '이해상충' 사례가 많았다.
혹한기인 지금은 어떨까. 우려가 현실이 됐다. 기술 탈취라는 이해상충 문제가 또 발생하며 논란이 거세다. 최근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2년 전 투자를 검토했던 롯데벤처스,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의 카트리지 방식의 영양제 디스펜서 기술을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핵심 기술이 유일한 자산인 초기기업에게 기술 탈취는 '인생' 탈취나 다름없다.
물론 새로운 일은 아니다. 최근 글로벌 벤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있었다. 아마존이 기술탈취 의혹의 대상이 됐다. 아마존 VC 자금을 지원받은 데이터 관리 스타트업 '디파인드크라우드'가 아마존의 인공지능(AI) 활용 수집·분류 서비스에 문제를 제기했다. 디파인드크라우드는 아마존이 자사 기밀에 더는 접근할 수 없게 했고 또 다른 자금을 유치해 아마존 지분을 대폭 낮췄다.
원인은 견제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기밀유지협약(NDA)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있다. 스타트업은 기술탈취를 당해도 법적 대응을 망설인다. 입증이 어렵고 거래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고 약한 자 또한 살아남기 위해서 못할 짓은 없다. 스타트업은 생존을 위해 사업에만 집중할 뿐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해상충의 무게감은 더욱 크다.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번째 불안정한 금융시장의 파고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려되는 점은 SI들이 FI의 '얼굴'을 하고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부터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대세가 되고 있다. 공정한 관계 정립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때다.
지금 SI의 역할은 명확하다. 회수가 막힌 현재, 벤처생태계가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상생형 인수합병(M&A) 사례가 등장해야 한다. 기업들만이 큰 손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 총벤처투자금의 절반을 담당하는 CVC를 봐도, CVC와 손잡은 스타트업은 시장·기술 성과는 물론 재무적 성과까지 향상됐다.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함께 스타트업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정책적 보완이 최우선 과제다. 신뢰는 쉽게 쌓이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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